이지스자산운용, 주주간 지분정리 일단락
1‧2대 주주 지분 차 1.85%p, 최대주주 조갑주 체제로의 변경 예고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7일 16시 3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범찬희 기자] 국내 부동산 1위 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이 최대주주 변경을 예고했다. 이 회사는 올해 들어 고 김대영 창업주의 부인이자 최대주주인 손화자씨를 비롯한 주요 주주의 지분율이 바뀌면서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업계는 최근의 지분 변화에 대해 전문경영인인 조갑주 대표가 최대주주로 올라서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주요 주주간 지분 정리가 일단락 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2018년 10월 이지스자산운용의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였던 김대영 전 의장이 숙환으로 별세하면서 보유 지분 전량(45.5%)이 배우자 손화자 씨에게 이양됐다. 이후 손씨는 상속세 재원 마련 등의 사유를 들어 보유 지분을 몇 차례 매도하며 지분율이 2019년 12월 31.2%에서 2020년 3분기 26.3%로 줄었다. 몇차례 지분 매도 후 지난 5월 14일 기준 보유 지분은 12.4%다. 


이지스자산운용의 고위 관계자는 "최대주주인 손화자씨가 창업주로부터 지분을 상속 받으며 분할 납부해야 할 세금(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고자 지난 2년 여 동안 일부 지분을 우호적 관계에 있는 기업과 PEF(사모투자펀드)에 매도했다"며 "상속세 재원이 어느정도 마련된 만큼 당분간 손씨를 비롯한 주요 주주의 지분은 현 상태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주요 주주간 지분 변경에 대해 고 김대영 창업주가 차지했던 최대주주 자리에 조갑주 대표가 등극할 시점이 임박했다고 보고 있다. 김 전 의장이 살아 생전 "자녀들에게 회사를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표해온 만큼 김 전 의장으로부터 신뢰를 받아온 전문경영인 조 대표가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김 전 의장의 자녀들 역시 경영권 상속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 전 의장의 장남은 부동산 솔루션 업체인 코어밸류, 장녀는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에서 근무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 전의장의 장남이 근무하고 있는 코어밸류는 2016년 이지스자산운용의 펀드에 묶인 유형자산을 관리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로 양사간 관련성이 없는 건 아니다"면서도 "장남 A씨는 미국 국적으로 경영권 상속에 제한(금융감독원은 외국 국적자가 운용사 지분 5% 이상을 보유하지 않도록 권고)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누나인 B씨의 나이가 50세가 넘어 경영권 승계를 염두했다면 진작에 회사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는 등 경영권 이양을 위한 움직임을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 대표는 전문경영인으로서 김 전 의장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얻은 인물이다. 두 사람은 30살이 넘는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 파트너로 합을 맞추며 유대감을 쌓았다. 김 전 의장과 조 대표는 2001년 설립돼 현재 리츠 시장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코람코자산신탁의 창립 멤버다. 이후 김 전 의장이 이지스자산운용(당시 피에스자산운용)을 설립하며 독립의 길을 걷게 되는데, 이때에도 두 사람의 동행은 계속됐다. 조 대표가 2011년 김 전 의장의 부름을 받아 이지스자산운용 부사장으로 합류하게 된 것이다.


조 대표는 김 전 의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이지스자산운용을 부동산 분야 1위 운용사에 등극시켰고,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국내부문 대표에 등극했다. 이외에도 두 사람은 인재영입에서도 뜻을 같이하며 이지스자산운용의 성장을 이끌었다. 현재 CM(캐피탈마켓) 및 리츠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강영구 대표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 전 의장과 조 대표는 인재풀의 다양성 측면에서 비코람코 출신을 중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2015년 4월, 당시 국민연금 해외부동산 사업 팀장을 맡았던 강 대표를 영입했다. 강 대표는 해외부문을 이끌며 운용펀드의 해외 비중을 25% 수준으로 늘렸고, CM 부문을 맡은 뒤로는 블라인드펀드의 운용 규모를 2조원 수준으로 성장시켰다.


회사 내부에서는 현재 조 대표가 보유한 지분과 주요 주주의 관계를 고려할 때 향후 조 대표가 최대주주 자리로 올라서는데 난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8일 공시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1대주주는 손 씨로 지분 12.4%를 보유, 2대주주는 조갑주 대표로 10.55%를 보유하고 있다. 손 씨와 조 대표의 지분차이는 1.85%포인트(p)에 불과하다. 3대 주주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3곳(대신프라이빗에쿼티‧엑셀시어캐피탈‧SKS프라이빗에쿼티)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인 '가이아제1호(9.19%)'다. 이곳은 최근 손 씨의 일부 지분을 매수하면서 이지스자산운용의 새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내부 관계자 전언에 따르면 해당 SPC는 경영권 참여 의사가 없는 단순 재무적투자자(FI)의 성격을 띄고 있는 우호 지분에 가깝다. 


나머지 주요 주주들도 이지스자산운용의 '우군'으로 구성돼 있다. 4대 주주인 우미글로벌(9.08%)은 이석준 부회장 등 우미그룹 오너 2세들이 소유한 곳으로,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 4월 부동산 디벨로퍼 '이지스린'을 공동 출범 시킬 만큼 우미그룹과 돈독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외 각각 5대, 7대 주주인 현대차증권(6.59%)과 한국토지신탁(5.31%)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비즈니스를 진행하며 출자했던 곳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요 주주인 우미글로벌, 현대차증권, 한국토지신탁 등은 이지스자산운용과 우호적 관계에 있는 주주들"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손씨가 70대 중반의 고령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이러한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는 대목이다. 이지스자산운용 측 역시 "최대 주주가 2대 주주와 상호 간 신뢰 관계를 갖고 협의하며 안정적인 지배구조 이양을 진행하고 있다"며 "최대주주 지위가 변경되더라도 기존 경영 철학에는 변화가 생기지 않고, 회사의 미래 비전을 같이 공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 대표의 최대주주 등극이 속도감 있게 전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당장 손 씨의 추가 지분 매도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은 창업주 일가-전문경영인-투자자 순으로 이어지는 주주구성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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