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와 빈부격차
그린인플레이션, 탄소국경조정세 등 부작용 우려
이 기사는 2021년 10월 14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공도윤 WM부장] 2005년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계는 평평하다'고 했다. 하지만 2020년 1월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발현 후 세계는 울퉁불퉁해 졌다. 환경, 사회, 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더나은 미래를 만들자며 ESG라는 거대 물결이 등장했지만 좋은 의도와 달리 인플레이션과 양극화라는 부작용이 돌출했다.



ESG의 'E'에 해당하는 가장 대표적인 움직임은 탄소배출 감소다. 정부, 기관, 환경·사회단체는 미래세대를 위해 지구를 지키자며 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주범인 탄소배출 감소에 나섰다. 오랜 기간 산업 발전을 이끌어온 화석연료 기업은 갑자기 천덕꾸러기가 됐고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는 친환경 기업은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친환경에 대한 압박은 더 나은 사회에 대한 희망, 신 산업 육성이라는 긍정적 결과를 만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과도한 비용 투입과 비효율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다. 석탄을 쏟아 만들던 에너지를 태양광, 풍력으로 바꾸고, 석유를 부어 움직이던 기계를 전기로 돌리려다보니 소위 마진이라는 것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석탄 소비는 줄었는데 풍선 눌리듯 다른 원자재의 수요가 급등했다. 기존 전력시설이 아닌 태양광, 풍력발전소를 돌리려면 구리가 6배나 더 들어가야했고, 신재생에너지를 만드는데 필요한 알루미늄, 니켈, 리튬 등은 수요 급증으로 가격이 치솟았다. 


글로벌 흐름이라는 미명아래, 정부 주도 아래, 어딘지 명확하지 않지만 '위'에서 내려온 ESG 지침은 의도적인 가격정책까지 가세하며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용가치가 떨어진 화석연료의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생산량을 옥죈 탓에 석탄도 석유도 가격이 올랐다. 


결국 피해는 굴뚝산업으로 불리는 제조업 기반의 신흥국으로 향했다. 여기에 EU(유럽연합)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탄소국경조정세는 신흥국과 선진국을 격차를 벌리는 나쁜 사마리아인이 됐다. 


EU의 집행위원회는 기후대응 법안 패키지인 'Fit for 55'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탄소국경세 시행을 예고했다.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과 비교해 최소 55% 감축하기 위해 탄소국경조정세를 도입하고, 2035년부터 EU 내 디젤 차량 판매를 금지한다.


그들은 국가간 탄소배출 정도가 다르니 세금을 부과해 탄소를 줄이자고 말한다. 국가간 무역에서 탄소배출량이 많은 국가,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을 생산한 기업은 높은 세율을 내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높은 세율이 적용될 국가는 러시아, 우쿠라이나, 인도, 중국, 모잠비크, 세르비아 등이며 낮은 세율국은 영국, 노르웨이, 스위스 등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가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는 에너지,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반도체, 비철금속 업종 역시 탄소배출감축 압력이 높은 산업이다. 수출 장벽은 선진국보다는 후진국에게 높고,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높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불공평성은 ESG의 'S'와 상충되는 모습이다.


ESG의 정책에 따라 자본의 흐름도 달라진다.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에게 투자를 늘리겠다는 것이 글로벌 흐름이다.  ESG의 뿌리가 SRI에서부터 시작됐다고는 하지만 'E'와 'S'를 포함한 비재무적 성과를 중요시하는 ESG 움직임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자본의 흐름을 좌우할 '투자·금융' 부문 역시 ESG의 성공 가능성을 꾸준히 테스트하고 있는 초기 단계다. 하지만 금융산업 역시 ESG접근에 있어 규모별로 빈익빈 부익부의 모습은 그대로 드러난다. ESG평가를 위해 거대한 자본을 쓸 수 있는 대형 투자은행과 운용사, 그렇지 못한 소규모 금융사, 거대 자금을 운용하며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금융사와 그렇지 못한 금융사의 행보는 극명하게 나뉜다. 


늘 그렇듯 가진 것이 적은 이들은 진입 자체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ESG가 목표로 삼는 지속가능 발전을 이루려면 적어도 모든 이들이 공정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위'라는 곳에서 적절한 인프라를 만드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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