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나생명 매각이 아쉬움으로 남는 이유
10년 간 배당액만 1조 1650억인데 이번 딜에 국내 임직원은 철저히 배제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1일 08시 0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윤신원 기자] 미국 시그나그룹이 한국 라이나생명을 미국 처브그룹에 매각키로 결정했다. 뉴질랜드, 홍콩, 태국, 인도네시아, 대만, 태국·터키 합작법인 등을 포함한 매각가는 한화로 약 6조9000억원이다. 이번 매각의 핵심은 한국 라이나생명으로, 매각가 가운데 6조원 가량이 라이나생명 몸값으로 알려졌다. 최근 매각된 생보사 오렌지라이프와 푸르덴셜생명의 매각가(약 2~3조원)를 고려하면 몸값이 2배 이상인 셈이다. 


라이나생명은 순이익 기준 국내 생보사 빅4 안에 드는 회사다. 지난해 357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 역시 1651억원의 순익을 냈다. 수익성은 빅4 생보사 가운데 가장 좋다. 올 상반기 라이나생명의 자기자본 대비 수익률(ROE)은 21%에 달한다. 같은 기간 생보사 빅3의 ROE는 4% 수준으로 라이나생명이 5배 더 높다. 


그런데 매각 과정에서 이런 '알짜 회사'의 임직원들은 철저히 배제됐다. 매각 주관사 선정도 없었을 뿐더러, 미국에서 시그나 그룹과 처브그룹 회장 간에 매각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딜 자체를 무조건 공개적으로 하지는 않기 때문에 매각 과정이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다만 시그나그룹은 지난해까지 라이나생명의 매각설에 대해 줄곧 '아니다'라며 일축해온 데다, 최근에는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설립한다며 한국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도 밝혀온 상황이라 임직원 입장에선 매우 갑작스러운 딜이었다. 이번 매각으로 디지털 손보사 설립마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매각 결정 직후 라이나생명 임직원협의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내에서 30년 이상을 영업해오면서 단 한 번도 최대주주가 바뀐 적이 없었고, 안정적으로 운영해온 라이나생명 입장에선 당혹스러운 매각일 뿐이었다. 향후 인수 완료 후 처브그룹의 처브라이프생명과의 합병설까지 제기되자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우리 직원들이 이번 거래로 인해 지금까지 이룩한 경이적인 성과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받지 못한다면 절대로 이를 좌시할 수 없고, 최선의 노력으로 이를 보호하고자 한다"며 매각 위로금을 재산정해 달라 요구했다.


본사는 당초 월 기본급의 400%, 1년 뒤에 200%를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임직원들의 반발에 월 기본급의 1200%로 확정했다. 대주주 변경 승인 직후 800%를 지급하고, 1년 뒤에 400%를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푸르덴셜생명이 KB금융으로 매각될 당시 매각 위로금이 월 기본급의 300~400%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기에 이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지만 지금까지 시그나그룹이 가져간 배당금에 비하면 높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국내 최대 생보사인 삼성생명의 배당성향은 30%대, 한화생명은 20%대 수준이지만, 라이나생명은 연간 최대 90%대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최근 10년간 라이나생명의 순이익은 총 2조3596억원인데, 이 가운데 1조1650억원을 배당했다. 배당성향으로 보면 연 평균 45% 이상인 셈이다. 2018년에는 무려 순이익의 95%를 시그나에 가져다 줬다.


라이나생명을 이런 '알짜 회사'로 만든 건 국내 임직원들이다. 최대주주의 별다른 자본확충 없이 국내 최대 수익성을 자랑했고, 수익의 절반은 최대주주에게 돌아갔다. 경제논리 상 매각은 언제든 이뤄질 수 있고, 본사 간 비공개적으로 딜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매각으로 라이나생명 임직원들이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라이나생명 임직원들이 매각 위로금뿐만 아니라 주주변경 외 합병·영업양도 여부 및 그룹 통합 계획을 공개해달라 요구한 만큼 매각 결정 이후 시그나그룹이 국내 임직원들이 더이상의 '배신감'을 느끼지 않도록 협상을 마무리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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