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한국미니스톱이 3년 만에 다시 M&A(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온 가운데 일본 이온그룹이 이번에는 얼마의 몸값을 부를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이온그룹이 M&A를 성사시킬 마음이 있다면 2018년 당시(약 4000억원)보다는 가격을 크게 낮춰야 할 것이란 게 시장의 중론이다. 앞서 매물로 나왔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한국미니스톱의 수익성이 악화돼 있는 상태기 때문이다.

한국미니스톱은 회계연도(FY) 2020년(2020년 3월~2021년 2월)에 14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년 대비 적자로 전환했고, 올해 역시 적자경영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성수기인 올 2분기(6~8월)에 거둔 영업이익이 3200만원에 그치면서 1분기(3~5월) 부진을 상쇄하지 못한 데다 3분기(9~11월) 성적표도 썩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서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선 한국미니스톱의 가치가 사실상 고점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온그룹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이온그룹은 작년 6월 한국미니스톱 지분 3.94%를 쥐고 있던 미쓰비시로부터 주식 전량을 사들였는데 당시 주당 매입가는 1719엔(1만8700원)이었다. 이는 2019년 6월 대상그룹이 쥐고 있던 한국미니스톱 지분 20%를 이온그룹에 넘길 때 책정된 주당 가격(4만954원) 대비 45.7%에 불과한 금액이다.

다만 편의점 업계는 한국미니스톱의 실제 매각액은 시장의 추정치보단 클 수 있단 반응도 보이고 있다. 원매자가 있단 점에서다.

한국미니스톱은 지난 10월 기준 2627개의 점포를 거느린 업계 5위 사업자며, 현재 세븐일레븐(코리아세븐)과 이마트24가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두 회사가 원매자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한국미니스톱 인수로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어서다.

우선 세븐일레븐(코리아세븐)이 한국미니스톱을 인수하게 되면 GS25, CU와 큰 차이가 없는 업계 3위로 올라서게 돼 시장 선두업체로서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마트24의 경우도 선두권 업체와의 격차를 좁히는 동시에 규모의 경제 달성을 통한 연간 흑자전환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미니스톱이 66제곱미터(20평) 이상 중대형점포를 많이 보유했단 점도 업계의 이목을 끄는 재료다. 이러한 매장이 통상 일반 점포 대비 일매출 및 마진이 높기 때문이다. 수년 전 한국미니스톱이 업계의 점포출점 경쟁에 참전하지 않은 것도 '알짜 매장' 위주로 꾸려가겠단 전략에 기인했다.

'재팬 디스카운트'도 이번 딜에서 고려될 사안으로 꼽히고 있다. 3년 전보다 한국미니스톱의 가치가 떨어진 주 요인에는 '일본불매'가 꼽힌다. 일본의 이온그룹이 미니스톱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었는데 이 회사가 한국 토종브랜드로 간판을 달게 된다면 이 같은 위험요소가 곧장 소거된다.

편의점업계 한 관계자는 "이온그룹이 과거와 같이 높은 가격을 고수할 경우 실제 인수에 나설 곳이 있을지 모르겠다"면서도 "한국미니스톱은 점포 수나 매장 환경만 고려하면 기존 편의점업체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곳이어서 본입찰에 어떤 곳이 참여할 지는 지켜볼 대목"이라고 말했다.

한편 매각과 관련해 한국미니스톱 관계자는 "아직 일본 본사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가 없다"고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