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엄주연 기자]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뷰티 편집숍인 '시코르'의 글로벌 영토 확장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 운영이 어려워진 탓에 해외 진출 계획을 세우는데 애를 먹고 있는 까닭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시코르의 해외 진출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시코르는 지난 9월 온라인 사이트인 '글로벌 시코르'를 오픈하고 배송 서비스만 테스트하고 있으며 관련 매출은 따로 발생하지 않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도 "K뷰티에 관심이 있는 해외 고객들이 배송을 보다 간편하게 받아볼 수 있도록 베타 서비스를 운영 중"이라며 "시코르의 해외 진출은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판 세포라'로 불리는 시코르는 2016년 12월 대구 신세계에 첫 선을 보였다. 이후 K뷰티 브랜드를 앞세워 전국 주요 지역에 매장을 늘려 나갔고 매출 역시 목표 대비 10%를 초과 달성하며 오프라인에서 입지를 다져갔다. 하지만 2019년 이후 매장 확대 속도가 확연히 느려졌다. 지난해의 경우 신규 개점 점포가 없었고, 올해도 8월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에 입점한 게 전부다.

이처럼 시코르의 외형 확대가 주춤하게 된 것은 코로나19 영향 때문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뷰티 브랜드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축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편집숍 매장을 확장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기 때문이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이 주력인 H&B(헬스앤뷰티)스토어들의 매출은 40% 가까이 줄어들었다. 시코르가 강점으로 내세웠던 체험형 서비스도 어려워지면서 국내에서 신규 매장을 출점하는 것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해외 진출 계획을 세우는 것조차 쉽지 않게 된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화장품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중국 시장만 봐도 K뷰티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애국 소비를 권장하는 '궈차오'가 확산되고 고가 제품에는 소비세 강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K뷰티 브랜드의 판매가 줄어들고 있다. K뷰티 브랜드 제품이 강점인 시코르 입장에서 비우호적인 환경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넘어야 할 산도 있다. 국내와는 달리 해외 시장에서는 세포라가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운영하는 세포라는 1970년 프랑스에서 출범해 현재 세계 34개국에 2600개 매장을 냈다. 2005년 중국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호주, 인도 등에 진출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만 350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선 시코르가 해외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서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H&B(헬스앤뷰티) 업황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사업에서도 매출 방어가 힘든 상황인데 단기간에 해외까지 진출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해외 이커머스를 활용해 판매에 나설 수는 있지만 직진출까지는 신중하게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시코르는 최근 디지털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온라인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이전에는 체험형 콘텐츠 중심이었다면 내년부터는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고 O2O 디지털 뷰티 플랫폼으로 변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