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그룹은 내년 1월 1일자로 유병규 신임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정경구 신임 HDC㈜ 대표이사 선임과 이들을 포함한 총 30명의 인사를 지난 22일 발표했다. 두 대표의 맞교환 외에도 ▲곽효신 부동산114 대표 ▲조흥봉 서울춘천고속도로 대표 ▲김정섭 북항아이브리지 대표 등 40대의 '젊은 피'를 발탁했다.

이번 인사는 지주사와 핵심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맞바꿨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를 통해 HDC㈜는 계열사 간 유기적 협력과 비전 강화를 도모하고 HDC현대산업개발은 분위기 쇄신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정 대표는 1965년생으로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신한금융투자,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을 거쳐 2008년 현대산업개발에 합류했다. 이후 재정·경리부문과 경영기획 담당 중역, HDC자산운용 대표이사직을 역임해온 재무통이다. 특히 2018년부터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영기획본부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직을 수행하다가 지난해 3월 권순호 대표와 각자 대표직을 맡던 김대철 전 대표의 후임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의 새 수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획기적인 수익성 관리와 그룹 신사업 발굴, 인수·합병 추진 등 중역을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M&A 추진이 대표적이다. 결과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무산됐지만 이후에도 업계 최상위권 수준의 재무건전성 유지와 신사업 발굴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다.

HDC㈜ 관계자는 "정경구 대표는 계열사 간 유기적 협력과 그룹의 신사업 발굴을 이끄는 데 최적의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정 대표의 다양한 경험이 그룹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승진·발령과 권순호 대표의 퇴진으로 공석이 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 자리는 유병규 사장과 하원기 전무가 대신한다. 유병규 사장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20대 산업연구원 원장직을 수행했으며 2018년 현대산업개발 부사장, HDC㈜ 부사장직을 맡은 뒤 올해 1월부터 HDC㈜ 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하 신임대표는 1967년생으로 중앙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부터 현대산업개발에서만 근무한 '베테랑 건설맨'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청주가경 아이파크 2·3·4단지 현장소장을 맡았고 지난해부터 건설관리본부장 상무를 역임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각자대표 체제를 통해 사업 운영과 경영·전략 수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대신 새로운 인사를 배치에 최근 뒤숭숭했던 HDC현대산업개발의 분위기를 다잡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19년 분양물량 공백의 영향으로 올해 실적이 부진하다. 여기에 올해 6월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 사업장에서 건물 붕괴 참사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안전 관리 미흡에 대한 질타에 시달려 왔다. 이러한 주변상황이 이번 인사에서 권순호 대표가 물러난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업계에서 제기됐다. 

HDC㈜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 준비를 위한 변화와 혁신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역동적 변화로 조직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