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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밀린 숙제를 해야할 때
박관훈 차장
2022.04.19 08:13:45
부채 '덫'에 걸린 대한한국...차기 정부 '배드뱅크' 카드 만지작
이 기사는 2022년 04월 18일 08시 3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박관훈 차장] 나라 밖에서 터지는 대외 변수를 제외하고 우리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요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우리 경제의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부채 문제를 꼽는다. 여기서 부채 문제란 돈을 빌린 사람이 이자를 못 내서 더 이상 그 채무를 유지할 수 없거나, 만기에 원금상환을 못하면서 대출 부실이 현실화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부채 문제에서 가장 취약한 그룹은 어딜까. 대부분 자영업자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실제로 임금근로자에 비해서 소득 안정성이 떨어지는 자영업자들의 빚은 잠재부실율이 높다. 적게는 2배, 많게는 3배라고 말하는 자료도 있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줄 때 자영업자보다 직장인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자영업자가 임금근로자 보다 부채 문제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더 본질적으로 부채 문제에 취약한 부류는 다중채무자라고 할 수 있다. 다중채무자란 3개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빚을 지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1금융권 은행 3군데 이상에서 빚을 진 경우 보다는, 은행권 대출이 부족해서 보험사, 카드사, 저축은행, 대부업 등 여러 비은행권의 대출을 받으면서 다중채무자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다중채무자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부채를 가지고 있어서 이자 부담이 훨씬 높고, 대출을 돌려 막기하고 있을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


이런 다중채무자는 소득 감소나 금리 인상 등의 충격에 가장 먼저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부채 문제의 뇌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자영업자인 동시에 다중채무자라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이 숫자가 급증하고 있다면.


최근 한국은행이 정의당 장혜영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09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2% 증가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 684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2년 새 32.7%나 급증한 규모다. 자영업자 대출자 중 과반이 다중채무자라는 점은 심각성을 가중하는 요인이다. 작년 말 기준 다중채무 자영업자 수는 148만명으로 전체 자영업자 차주 중 56.5%를 차지했다. 이들의 대출잔액은 작년 말 630조5000억원으로 전체 자영업 대출의 69.3%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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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의 빚 부담은 최근 금리인상 기조와 맞물려 한층 더 무거워질 전망이다. 한은은 작년 말 부채 잔액 기준으로 대출금리가 1.0%포인트 오르면 자영업자가 지불해야 할 이자 부담이 약 6조4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긴축 기조를 이어가면서 현재 1.50%인 기준금리가 연말께 2.0% 안팎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금리인상기에 차주들의 이자부담이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위험은 아직 수면 아래 감춰져 있다. 국내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지난 2월 말 0.19%로 역대 최저 수준 언저리에 있다. 다만,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가 소상공인을 상대로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4차례 연장한데 따른 '착시 현상'이란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현재로서는 부실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될지 예측조차 어렵다. 은행 입장에서는 채무자가 매달 원리금을 꼬박 꼬박 갚는지, 한두 번 밀리는지 하는 것으로 채무자의 현재 상황을 파악한다. 하지만 만기연장·상환유예 기간이 길어지면서 돈 빌린 쪽의 사정을 몰라 부실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지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오는 9월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돼야 비로소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당초 금융당국은 부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지난 3월 말로 예정된 대로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종료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압박으로 해당 조치는 9월까지 6개월 연장됐다.


차기 정부는 벌써부터 소상공인·자영업자 부채를 관리하는 '배드뱅크(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채무 재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전문기관)' 설립을 화두로 꺼내들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논의를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금융지원이 연장되면서 부실화 규모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배드뱅크 설립부터 구체화하는 것은 다소 이르다는 평가다. 아직 부실채권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어 일단 명확한 부실 규모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재원 마련에 대한 어려움과 차주들의 모럴 해저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어찌됐건 밀린 숙제를 해야 할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부작용 위험을 무릅쓰고 숙제를 미룬 이는 정부지만 그 책임은 우리 모두가 짊어지게 된 셈이다. 지금껏 미루어 둔 숙제를 한꺼번에 해야 하는 우리로선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정부와 금융권이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묘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주상영 금융통화위원(의장 직무대행)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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