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부국장] 1800년대 산업혁명을 전후로 마차를 대체할 자동차가 나왔을 시절 자동차가 처음으로 만들어진 곳은 영국이었다. 하지만 영국은 자동차 시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자동차를 그저 말없는 마차로 본 영국 정부는 자동차 속도가 너무 빠르면 마차와 경쟁에서 이길 것으로 보고 자동차 속도를 시속 6km 이상 금지하는 하는 법을 만들었다.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한 자동차 산업에서 마부들의 이해관계를 지키려다 보니 엄한 정책이 나온 것이다.

자동차 산업은 독일을 지나 미국으로 넘어갔다. 영국과 같이 자동차를 규제 대상으로 본 것이 아닌 새로운 혁신의 산물로 본 미국에서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미국은 자동차 산업 발달과 함께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변화를 이끌며 세계 최강국으로 성장해갔다. 바늘과 실과 같은 관계인 자동차와 석유 산업은 지금의 미국을 있게 만들었다. 전 세계 자원의 핵심인 석유 패권을 통해 세계 최강국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바쁜 일상과 자동차 문화 발달로 미국에서는 맥도날드와 같은 프랜차이즈 식당 문화를 만들었고 이를 전 세계에 수출했다. 자동차를 타고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면 저렴하게 장을 볼 수 있는 월마트와 같은 쇼핑문화까지 수출해 세계 경제의 핵심이 됐다.

2020년 자동차 기술로 인한 세상 변화만큼 큰 변화가 디지털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 변화 한가운데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디지털 세상에서 가치 교환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가장자산은 빠르면서도 효과적이며 글로벌 지향적이다. 그 가능성이 너무나 크고 변화무쌍해 기존 금융시스템은 이에 대한 반감을 보여왔다. 하지만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어 제도권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고 금융권도 가상자산을 자신의 영역으로 넣고자 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가상자산을 조금씩 제도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해 특금법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와 관련된 법을 만들고 가이드라인을 정하면서 그나마 거래소와 관련된 정책들이 안정화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가상자산이 만들고 있는 다른 산업 분야에서는 여전히 관련 법이 부재한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가상자산과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는 게임 분야가 바로 떠오른다. 가상자산에 대한 개념도 여전히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업계는 가상자산 개념이 들어간 P2E(돈 버는 게임)에 대한 규제로 인해 새로운 시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게임에서 돈을 번다는 이유로 사행성 개념으로 덧칠돼 게임물을 관리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등급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게임사들은 P2E 게임을 해외에만 서비스하며 힘겨운 경쟁을 펼치고 있다.

메타버스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가상자산에 대한 더 구체적인고 효과적인 가이드라인이 절실하다. 게임분야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가상자산이 메타버스 서비스에서는 엄연히 유통되고 있고 활용도도 더 커질 전망이다. 어떤 서비스는 게임이고 어떤 서비스는 메타버스인지를 두고 엄청난 혼란이 예정돼 있다. 가상자산을 넘어 메타버스까지 선점해 나갈 수 있는 갈림길에 있는 것이다.

비약적인 변화를 이끈 미국 자동차 산업이 될 것인지 마부들을 일자리를 지키려다 후발주자로 밀려난 영국 자동차 산업이 될 것인지 과거를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