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건우 기자] 외식 프랜차이즈업체인 디딤이 해외진출 등 신사업 추진에 필요한 자금을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디딤은 다수의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상당한 자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향후 FI가 주식전환을 통한 시세차익에 나설 경우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디딤은 9ㆍ10ㆍ11회차 CB의 인수대금이 지난 24일 모두 납입됐다고 공시했다. CB 인수인은 각각 ▲9회차 탑코(40억원) ▲10회차 제이엔엠파트너스, 이브이오리서치, 하우투파트너스(127억원) ▲11회차 큐브릭스(40억원)로 구성됐다. 디딤은 이들을 통해 총 207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회사측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해외 외식사업 확장을 위한 타법인 유가증권취득, 사업용 유형자산(건물·토지) 취득 등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CB를 인수한 FI 대부분은 상당한 차익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CB발행을 결정한 이사회 전날을 기산일로 정해 특정시점까지의 가중산술평균 기반의 전환가액을 책정하다보니, FI가 인수한 대부분의 CB 전환가액은 디딤의 시가 대비 낮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낮은 전환가액으로 인수한 CB를 주식으로 전환 후 매도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디딤 주가는 신사업 추진과 관련된 주주총회 소집 공시가 올라온 지난 16일을 기점으로 크게 뛰었다. 16일 종가 기준 1600원이었던 디딤 주가는 다음날인 17일 12.8% 오르며 1805원에 마감했다. 거래량도 16일 약 64만주에서 17일 293만주로 크게 늘었다. 디딤은 지난 27일 1850원에 장을 마감했다.

디딤에 투자한 FI의 한 관계자는 "해외사업 확장을 위해 자금이 필요한 디딤의 자금수요와 투자수익 전망이 맞아떨어져 거래가 이뤄졌다"며 "차익실현을 목적으로 CB투자에 나선 것이기 때문에 전환권행사가 가능해지는 시점에서 엑시트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디딤이 발행한 6ㆍ7회차 CB의 경우 현재 시점에서 전환권행사가 가능한 상황이다. 6회차 CB에 300억원을 투자한 넥스아이디랩은 신기술사업 등에 투자해 이윤을 내는 신기술사업 금융 회사다. 최근 디딤의 주가가 크게 오르자 서둘러 보유 CB를 주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 22ㆍ23ㆍ24일 연달아 전환청구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전체 300억원 중 230억원에 대해 전환권이 청구된 상황이고 잔여채권 역시 전환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넥스아이디랩의 전환가액은 주당 1298원 수준으로 지난 27일 종가인 1850원 기준으로 약 12억원의 차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8ㆍ9회차 CB 인수자인 탑코는 웹툰 플랫폼 탑툰을 시작으로 각종 콘텐츠 유통,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컨설팅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탑코가 최대주주 지위를 노릴 것이란 분석도 나오지만, 탑코 측에서는 수익이 나는 구간에서 자금회수에 나설 것이란 입장이다.

8회차 CB는 내년 2월부터 주식전환이 가능하며 나머지 9ㆍ10ㆍ11회차 CB의 경우 최근 납입일 기준 1년 후인 2022년 6월 24일 이후부터 전환권 행사를 할 수 있다. CB에 투자한 벤처캐피탈(VC) 3개사는 물론이고 디자인블럭 등 각종 벽돌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큐브릭스도 디딤측과 사업연관성이 적어 투자 후 회수를 고려할 것이 유력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CB물량의 전환청구가 가능한 시기에 주가가 크게 오르면 기존 투자자들의 엑시트가 이어진다"면서 "최근 발행한 CB투자자들 역시 보호예수가 끝나는 시점에서 차익실현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시장에 풀릴 매각 지분에 의한 주가압박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