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재민 기자] 현대백화점이 프리미엄 와인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고가 와인 중심의 판매전략을 채택해 경쟁사와는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제품 구성보다는 유통채널 확대가 현대백화점의 와인사업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와인 유통망이 백화점에 한정되다 보니 다양한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이 3월 설립한 와인수입사 비노에이치는 최근 프랑스 부르고뉴 등 유럽 와이너리 10곳과 와인 100여종의 수입계약을 체결했다. 비노에이치가 이번 계약을 통해 들여오는 물량 대부분은 기존 국내에 없던 프리미엄∙유기농 와인이다.
현대백화점이 프리미엄 와인 중심으로 제품을 구성한 것은 중저가 제품에 집중하고 있는 타 유통사들과 차별화를 시키기 위함이다. 실제 신세계L&B, 이마트 등 대형 와인 수입사∙유통망을 보유한 신세계그룹만 해도 초저가제품인 도스코파스 등을 앞세워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그룹 역시 중저가제품의 대량 생산이 가능한 와이너리를 인수해 와인사업을 확장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아울러 최근 국내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와인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는 부분도 현대백화점의 와인사업 전략의 근거가 되고 있다. 수입주류통계(KITA)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기준 와인 수입액 규모는 252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 늘었던 것에 반해 수입 물량은 2385만L(리터)로 오히려 같은기간 6% 감소했다. 고가 와인에 대한 수요가 전체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소비자 수요가 높은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다른 와인 수입∙유통사들과는 차별화된 시장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며 "2024년까지 연매출 3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현대백화점이 국내 와인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현대백화점이 타 대형 유통사 대비 보유 중인 판매망이 많지 않아 다양한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현대백화점이 보유한 대형 유통망은 16개 백화점에 그친다. 반면 경쟁사인 신세계∙롯데그룹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자체 소매점(와인앤모어)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와인을 판매하고 있다.
아울러 엔데믹시대 주류 소비 선호가 소주∙맥주 중심으로 바뀔 수 있단 점도 변수로 꼽힌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집콕' 문화가 현재까지의 시장 호황을 이끌었던 만큼 향후 주류 소비 선호도가 바뀌면 비교적 시장 진입이 늦었던 현대백화점이 사업 확장에 애를 먹을 것으로 예상된다.
A와인수입사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의 제품 자체 경쟁력은 뛰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보일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다른 대형 유통사들과의 경쟁을 위해선 판매망을 계속해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B와인수입자 관계자도 "현대백화점의 와인시장 진출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며 "와인시장이 단기간 유행에 휩쓸리지 않을 정도로 성장하긴 했지만 향후 시장 호황을 누릴 수 없다면 사업 확장에도 적잖은 부담이 따를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시장 우려에 대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판매망 확대를 위해 백화점 외 레스토랑·와인바 등의 식음매장과 도매 유통업체 20여곳의 판로를 확보한 상황"이라며 "당초 회사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위한 차원에서 추진한 사업인 만큼 단기실적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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