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동원 기자] 기업공개(IPO) 일정이 겹친 에이프릴바이오·아이씨에이치(ICH)가 나란히 공모 흥행에 실패했다. 두 기업 모두 일반 공모청약에서 한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앞서 공모일정을 진행한 성일하이텍이 흥행에 성공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투자자의 '옥석 가리기'가 심화하는 모습이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이프릴바이오는 19~20일 이틀간 진행한 일반 공모청약에서 경쟁률 4.7대 1을 기록했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지난 13~14일 실시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14대 1을 기록, 공모가를 희망밴드(2만~2만3000원) 하단을 밑도는 1만6000원으로 확정했다.

아이씨에이치도 2.5대 1의 일반공모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아이씨에이치 역시 앞선 기관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희망밴드(3만4000~4만4000원) 최하단으로 결정했다. 두 기업 각각 28~29일 코스닥에 입성할 예정이다.

전날 공모일정을 마감한 2차전지 재활용 업체 성일하이텍이 공모흥행에 성공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성일하이텍은 기관 수요예측에서 국내 IPO 역사상 최고 경쟁률 2269대1을 기록했다. 일반 공모청약에서도 네 자릿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업종별 옥석 가리기 현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지난 2013년 설립된 회사로 자가면역·염증·암질환 등을 타깃으로 하는 단백질(항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국립암센터,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유한양행 등과 공동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현재까지 기술이전 계약 3건(국내 2건, 해외 1건)을 성공하며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10월에는 핵심 파이프라인 'APB-A1(현재 코드명: Lu AG22515)'을 신경질환 전문 제약사 룬드벡(H. Lundbeck A/S)에 기술이전 하는 데 성공했다. 계약 규모는 4억4800만달러(약 5400억원)로, 계약금·시험물질공급 비용 등 234억원을 수령했다.

하지만 APB-A1을 제외한 주요 포트폴리오가 현재 후보물질 선정~도출 수준 단계에 머무는 데다 적자가 지속된 점이 투자 매력도를 낮춘 것으로 분석된다. 에이프릴바이오의 지난해 매출은 233억원, 영업이익은 44억원이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527억원으로 전년 대비 5배 증가했다. 2018년 순손실 7억6000만원과 비교하면 적자 폭은 더 도드라진다.

아이씨에이치는 주력사업인 첨단 회로 소재가 투자자의 이목을 끌지 못한 데다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아이씨에이치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미래 추정 순이익을 활용해 기업가치를 책정했다. 올해 추정 순이익 243억원에 비교기업 4곳(이녹스첨단소재·피아이첨단소재·세경하이테크·뉴프렉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12.62배를 적용했다.

하지만 아이씨에이치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8억원에 불과하다. 최근 3년(2019~2021년)으로 폭을 넓혀봐도 9억~19억원 수준으로 추정치에 한참 못 미친다. 평가액 대비 할인율도 평균치(19.12~26.46%)를 밑도는 9.70~30.23%를 반영했다. 투자자 관점에서 이해하기 힘든 미래 추정치를 제시했다는 지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한 상태여서 에이프릴바이오도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며 "아이씨에이치는 미래 추정치가 다소 과하게 책정됐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