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민 기자] 라면제조사들의 하반기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고점을 찍은 가운데 환율 급등 및 정부가 물가 안정에 방점을 찍고 있는 터라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도 여의치 않은 까닭이다. 다만 주요 라면 회사들은 시장에서 우려할 만큼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은 연출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2일 주요 증권사에 따르면 라면 3사(농심·오뚜기·삼양식품)는 올 2분기 1조6434억원의 매출과 70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컨센서스가 부합하면 전분기 대비 매출은 2.2% 줄고, 영업이익은 40.5% 감소한다.

증권사들이 실적 악화를 점치고 있는 이유는 2분기 들어 라면 3사 모두 ▲원자재 가격 상승 ▲물가 안정 정책 ▲환율 급등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라면의 주 원자재인 밀만 하더라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인도의 금수 조치로 6월말 기준(시카고선물거래소) 톤당 319.21달러를 기록, 전년 같은 달에 비해 69.7달러나 가격이 올랐다. 아울러 팜유 역시 최대 수출국인 인도네시아의 수출 전면 금지로 인해 같은 기간 980달러에서 1524달러로 544달러나 인상됐다. 이외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에서 박스권을 형성 중이다.

통상 제분회사 등이 3~6개월 분량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하반기 원재료 가격 인상에 불가피한 상황이기에 라면 회사들이 고정비 부담 확대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문제는 정부의 정책 기조가 물가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터라 라면 회사들이 원재료 가격 인상분을 제품에 반영키 쉽지 않은 상황이란 점이다. 더욱이 라면의 경우 대표적 서민 음식이기에 정부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시장 한 관계자도 "물가 부담이 커진 터라 앞서 가격을 올린 일부 식품기업의 경우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등 어느 때보다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이 거세기에 라면 회사들이 쉽사리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들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고 있는 부분도 라면 회사들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외 수요 확대로 외형은 견고하나 수익성 부담으로 이익 모멘텀의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른 시장 관계자 역시 "원재료 가격 인상분을 소비자가로 전가가 완벽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작년 라면 판가 인상을 상쇄할 만큼 원가부담은 상당히 큰 것으로 예측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라면의 추가 판매가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영업이익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라면 회사들은 시장의 이 같은 전망에 대해 터무니 없단 반응 일색이다. 원자재 및 환율 가격 상승이 최근에야 반영되기 시작했고, 주요 원재료 가격 역시 안정을 되찾고 있단 게 이유다.

A사 관계자는 "라면 회사마다 수익 구조가 다르기에 회사별로 전략 역시 모두 다르다"면서도 "원자재 가격 인상, 환율 상승 등이 이제 조금씩 반영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내부적인 영업전략을 수정할 만큼 영향이 크지는 않다"고 밝혔다.

B사 관계자도 "제분사들은 밀 구입 시 6개월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데, 앞서 장기계약분의 끝났다고 해도 밀 가격이 폭등했던 시기의 가격은 시기상 지나갔다"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에 우려했던 원가상승 압력이 크진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