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게임 저작권, 표절과 연구의 경계는
'장르적 유사성' 경계 불분명…'아키에이지 워' 사건 반면교사 되길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5일 10시 4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엔씨소프트가 제기한 '리니지2M'과 '아키에이지 워'의 게임 내용 문구 유사성. (제공=엔씨소프트)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한 명의 저자에게서 훔치면 표절이 되지만, 여럿에게서 훔치면 연구가 된다."


미국 극작가이자 기업가였던 윌슨 미즈너가 남긴 말이다. 다른 작품을 그저 따라한 창작물은 표절이 되지만, 여러 작품을 분석하고 유사성을 찾아내 자신의 작품에 적용하면 연구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주장을 담은 말이다. 더불어 창작에 있어 표절과 연구의 경계가 상당히 모호하다는 점도 보여준다.


게임 창작 역시 미즈너의 말과 거리가 멀지 않다. 수많은 게임들이 앞서 나온 게임의 장점과 단점 분석을 거쳐 만들어졌다. 그 과정에서 장점은 따라하고 단점은 제거하면서 앞서 나온 게임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게임들이 무수히 나왔다. 이런 상황을 게임업계에서는 '장르적 유사성'이라는 말로 통칭하곤 했다. 


대표 사례로는 '로그라이크'로 대표되는 '~라이크' 신조어가 있다. 로그라이크는 1980년대에 나온 '로그'라는 게임과 유사한 특징을 지닌 게임들을 아우르는 단어다. 로그에서 주인공 캐릭터가 죽으면 '저장'과 '불러오기' 없이 그대로 해당 게임이 끝난다. 주인공 캐릭터가 탐험하는 던전 구조는 무작위로 생성되고 플레이 시간도 짧은 편이다. 이런 특징을 유사하게 지닌 게임들이 '로그라이크'라는 하나의 장르가 된 것이다.  


그 뒤에도 일본 프롬소프트웨어의 '다크 소울' 시리즈에서 나타나는 암울한 세계관, 어려운 난이도, 죽어도 되살아나 전투를 속행할 수 있는 특징 등을 비슷하게 지닌 게임들을 통칭하는 '소울라이크'라는 단어도 게임업계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이런 '~라이크'가 보편적으로 쓰이게 되면서 국내에서는 소위 '리니지라이크'라 불리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2016년 출시돼 지금까지 흥행 중인 게임 '리니지M'과 비슷한 게임 플레이 및 과금모델(BM)을 지닌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들을 모아 부르는 말이다. 이전부터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라이크 게임들을 주시해왔지만 실제 표절 시비로 법적 공방까지 진행한 사례는 매우 적은 편이었다. 리니지라이크 게임 역시 장르적 유사성의 범주 안에 들어간다고 판단될 여지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표절 시비에서는 엔씨소프트가 강공을 펼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엑스엘게임즈에서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에서 서비스하는 '아키에이지 워'가 자사 게임인 '리니지2M'을 표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게임이 각종 시스템부터 이용자환경(UI)과 이용자경험(UX)까지 지나치게 비슷하다는 것이다. 반면 카카오게임즈는 리니지2M과 아키에이지 워의 비슷함은 장르적 유사성이라고 맞서고 있다. 같은 장르의 게임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게임 내 요소 및 배치 방법이라는 것이다.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2M을 표절했는지 여부는 법원에서 판단할 몫이다. 다만 이번 공방이 벌어진 시점에서 윌슨 미즈너의 말을 다시금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한 명의 저자에게서 훔치면 표절이 되지만, 여럿에게서 훔치면 연구가 된다. 이를 거꾸로 뒤집으면 여러 작품과의 유사성이 아니라 어느 한 작품과의 유사성만이 문제가 될 경우 표절로 인정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장르적 유사성이라는 명제 아래 '~라이크' 게임들이 나오면서 게임 생태계가 한층 풍성해진 것은 맞다. 그러나 이용자 입장에서는 어떤 게임을 해도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쉽다. 나아가 특정 게임과 지나치게 비슷하다는 여론이 일어나면 이는 곧 표절 시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게임사들도 장르적 유사성을 연구 대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혹은 그저 흥행한 게임을 따라하기 위한 핑계로 쓰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기자수첩 834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