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 선 남양유업
경영 공백에 발 묶인 투자
②충분한 재무여력에도 투자 제약…자산취득 3년새 92%↓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1일 17시 3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남양유업 CI. (제공=남양유업)


[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남양유업이 외형성장은 정체된 가운데 누적적자만 불어나고 있다. 시장에선 주력인 우유·분유사업 침체로 돌파구 마련을 위한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하지만 경영권 분쟁으로 제동이 걸린 부분을 주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에 남양유업이 온전한 실적 반등을 꾀하기 위해선 경영 공백을 조속히 지우고 적극적인 신규투자에 나서야 할 것으로 관측 중이다.


남양유업의 매출은 2019년까지만 해도 연간 1조원(연결기준)을 안정적으로 웃돌았다. 하지만 2020년 11년 만에 1조원이 깨진 이후 좀처럼 회복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의 최근 3년간 매출을 보면 2020년 9489억원, 2021년 9561억원, 작년 9647억원 수준에 각각 머물렀다. 


수익부문은 더욱 암울하다. 남양유업은 2020년 767억원의 영업적자로 돌아선 이후 2021년 779억원, 작년 868억원의 적자를 내며 해마다 손실폭을 키웠다. 올해 1분기 역시 157억원의 손실을 내며 여전히 적자 탈출에 실패했다.


남양유업의 이러한 장기적인 실적 부진은 주력인 우유·분유사업 침체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전체 매출의 70% 안팎을 담당하고 있는 우유·분유사업의 합산매출은 2019년 7665억원에서 작년 6721억원으로 3년 사이 12.3% 크게 감소했다. 국내 출산율 저하에 따른 구조적인 한계 직면과 함께 대리점 갑질과 불가리스 사태 등 각종 논란으로 불매운동이 거세게 일어난 탓이다.


남양유업 최근 4년간 자산 취득액. (출처=금융감독원)

이를 만회하기 위해 남양유업은 최근 기업간거래(B2B) 확장과 건강기능식품, 케어푸드 등 새로운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이에 발맞춘 과감한 투자가 적기에 이뤄지지 못하면서 좀처럼 성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이 회사의 설비투자비율을 보면 2019년 9.26%에서 작년 0.76%로 뚝 떨어졌다. 같은 기간 유·무형자산 취득액 역시 956억원에서 74억원으로 92%나 쪼그라들었다. 사실상 새로운 투자보다는 현상유지에만 집중했던 셈이다.


이는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주요지표 중 하나인 순자산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남양유업의 순자산(자본총계)은 2019년 9122억원에서 작년 7380억원으로 불과 3년새 1742억원(19%↓)이나 감소했다. 지속된 적자로 이익잉여금이 줄어든데다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자산 취득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과감한 신규투자를 결정할 경영 공백이 뼈아프다는 반응이다. 남양유업은 2021년부터 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와 경영권 매각을 두고 지루한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까지 소송의 끝을 맺지 못하며 대규모 투자에 대한 제약요인이 클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남양유업은 작년 말 연결기준 22.3%의 건실한 부채비율과 800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해 충분한 투자여력이 있음에도 결국 해소되지 않은 경영권 분쟁이 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남양유업의 경우 신규투자에 대한 충분한 재무여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를 결정하고 집행할 경영 공백으로 좀처럼 돌파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향후 안정적인 경영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과감한 신규투자로 새로운 동력을 만들던지 아니면 구조조정 등을 통한 경영효율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2020년부터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이 지속되며 자본 감소가 불가피했다"며 "신규 설비투자 계획은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며 현재 주력제품 리뉴얼과 원가개선 등을 통한 흑자전환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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