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非은행장 출신 양종희 선출 이유는
20년 은행 경력 밑바탕, '전략통' 능력 입증···부회장 맡아 그룹 전반 경험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1일 17시 3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양종희 KB금융 차기 회장 후보자. (사진 출처=뉴스1)


[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최종 후보에 오른 양종희 부회장이 역대 내부 출신 회장 중 은행장을 역임하지 않은 유일한 인물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양 후보자는 비은행 부문에서 쌓아온 성과와 그룹 전반의 균형잡힌 성장을 이끄는데 적임자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KB금융에 따르면 지난 8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양종희 후보를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김경호 KB금융 회추위원장은 양종희 후보에 대해 "윤종규 회장의 뒤를 이어 KB금융의 새로운 미래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갈 역량 있는 최고경영자(CEO) 후보"라고 설명했다.


회추위는 양 후보가 은행과 비은행 전반에 대한 탁월한 전문성 뿐만 아니라 디지털,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높은 식견과 통찰력까지 겸비한 후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KB손해보험 사장과 KB금융지주 부회장을 거치며 성과와 경영능력을 입증했다고 판단했다.


◆ 역대 내부 출신 회장 중 非은행장 출신 '유일'


업계는 은행장 출신이 아닌 양 후보자가 최종 회장 후보로 선정된 데 대해 주목하고 있다. 역대 내부 출신 KB금융 회장 중 은행장을 거치지 않은 인물은 양 후보자가 유일하다. 


앞서 양 후보자와 함께 숏리스트에 올랐던 허인 부회장이 유력한 후보로 점쳐졌던 이유다. 허 부회장은 지난 2017년 국민은행장에 올라 3연임에 성공하며 5년 동안 국민은행을 이끌어 왔다. 


양 후보자는 이날 신관 빌딩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은행장 출신이 아니라는 질문에 대해 "이사회에서도 질문이 있었는데, 승계 검토를 할 때 은행장은 한 사람밖에 하지 못하니 사업부별 부회장을 둬 후보들이 골고루 경험할 수 있는 절차와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했다"며 "은행에도 20여년 있었고, 이런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부회장직을 통해 그룹 전반을 학습했다"고 답했다.


일각에선 양 후보자가 은행장을 거치지 않았을 뿐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에서 탄탄한 업력을 쌓아 온 후보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양 후보자는 지난 1989년 주택은행(現 KB국민은행)에 입사해 영업점 및 재무 관련 부서 등에서 20여년간 근무한 '은행맨'이다. 


이후 2014년부터 지주에서 전략 담당 상무, 부사장 등을 지내며 그룹 전반의 전략을 이끄는 '전략통'으로 활약했지만, 기간만 놓고 보면 은행에 몸을 담았던 기간이 훨씬 길다.


◆ '전략통' 역량 입증···부회장직 올라 비은행 전반 경험


이처럼 은행에 오래 몸담아 왔던 양 후보자이지만, 이번 회추위 면접에서는 비은행 부문에서의 강점을 바탕으로 그룹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능력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 후보자는 지난 2014년부터 지주에서 전략 담당 상무, 부사장 등을 지내며 그룹 전반의 전략을 이끄는 '전략통'으로서 역량을 발휘했다. 지주 전략 담당 임원 시절에는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전에서 활약했다. 인수 이듬해인 2016년부터는 5년 동안 KB손해보험 대표를 맡아 KB손보 순이익을 끌어올렸다.


기간만 놓고 보면 은행에 몸담았던 기간이 훨씬 길지만, 비은행 부문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면서 은행 뿐만 아니라 비은행 부문에서도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양 후보자가 이처럼 비은행 부문에서의 역량을 높이 평가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인수·합병(M&A) 등에서의 성과 뿐만 아니라 KB금융의 탄탄한 내부 후보자군 육성 프로그램 또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 후보자는 지난 2021년 1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는데, 이후 다양한 부문을 이끌면서 그룹 전반을 경험할 수 있었다. 양 후보자는 지난 2021년에는 ▲보험 ▲글로벌 ▲인사총괄(CHO) ▲홍보·브랜드총괄(CPRO) 부문을 관할했고, 2022년에는 ▲디지털 ▲IT부문을, 올해는 ▲개인고객 ▲자산관리(WM)/연금 ▲중소상공인(SME)부문 등을 관할하는 등 그룹 전반을 두루 이끌었다.


◆ 상반기 '리딩금융' 가른 비은행 실적···비금융사 M&A도 언급


KB금융 이사회가 차기 회장 후보로 양 후보자를 선택한 것은 그룹 내에 비은행 부문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지난 상반기에도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제치고 리딩금융에 오를 수 있었던 건 KB손해보험 등 비은행 자회사의 실적이 뒷받침됐기 때문이었다.


양 후보자는 그룹 전체적인 포트폴리오가 갖춰진 만큼 기존 자회사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양 후보자는 이날 출근길 기자들의 질문에 "M&A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면서도 "그룹의 기업가치, 주주가 요구하는 밸류에이션 향상, 지속 가능한 가치를 두고 체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M&A 대상은 금융사뿐 아니라 비금융조차 함께 가는 상황(인 만큼) 그런 측면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B금융이 금융산업 규제 완화를 염두에 두고 비은행 부문의 강화를 추진하려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당국은 앞서 올해 말을 목표로 금융회사의 비금융업 진출을 허용하는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추진했지만, 연달아 금융사고가 터지면서 부담이 커지자 추진을 보류한 상태다. 다만 당국은 금산분리 추진이 백지화된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권에 이자이익 편중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라며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간에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이 이번 회장 선출 과정에서 (양 후보자 선출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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