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전방위 압박에 개별 사업장 설득 '돌파구 모색'
'SBS 지분 매각' 두고 줄다리기 관측…채권단 동의 얻기 쉽지 않을 듯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4일 19시 1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3일 오후 3시 산업은행이 여의도 본점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관련 채권단 설명회를 개최했다. 사진=이보라 기자


[딜사이트 이보라 기자] 태영그룹이 SBS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워크아웃 동의를 얻기 위해 개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장 대주단을 만나 설득 작업에 나선다.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이 태영건설에 요청한 추가 자구안이 사실상 SBS 지분 매각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선 태영그룹의 이런 움직임이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금융채권자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자구안을 두고 금융채권자협의회(이하 채권단)와 태영그룹 간 시각차가 크다는 점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킬 묘수로 작용할지 미지수라는 관측이다.


4일 채권단에 따르면 국민은행 주관의 태영건설 관련 PF사업장 대주단은 5일 회의를 열고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관련해 입장을 논의한다. 주채권 금융기관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직전과 이후 발생한 부족 자금을 지원한다. 다만 PF사업 관련 비용은 개별 PF대주단에서 지원해야 하는 만큼 태영건설 워크아웃 동의 여부를 결정할 필요성이 생겼다.

채권단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전날(3일) 열린 채권단 설명회에서 대주단별로 워크아웃 개시 동의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대주단별로 입장을 논의하기 위해 관련 일정을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건 PF사업장 대주단 회의 자리에 태영건설과 티와이(TY)홀딩스가 참석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태영그룹이 개별적으로 대주단 설득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SBS 지분 매각 없이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동의를 얻기 위해 개별 채권단과의 물밑 접촉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직접 4대 금융지주에 다음주 초에 면담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그룹이 개별 협상에 나서는 이유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워크아웃이 개시하려면 채권단 75%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산업은행은 태영그룹에 자구안 이행과 추가적인 자구 노력 없이는 워크아웃이 불가하다고 강경하게 의사를 표명했다. 사실상 SBS 지분 매각 없이는 워크아웃 동의가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다만 태영건설은 SBS 지분 매각만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전날 열린 채권단 설명회에서 태영그룹 자구책 마련에 대한 냉기류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산업은행의 추가 자구안 요구는 사실상 SBS 지분을 매각하라는 의미로 해석됐다"고 전했다. 이어 "SBS 지분 매각 관련 질의가 나왔으나 태영 측은 답변을 회피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도 오너일가의 사재 출연과 SBS를 활용한 뼈를 깎는 자구안을 내놓지 않으면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무산시킬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채권단 입장에서는 태영건설 자구계획이 아니라 오너일가 자구계획"이라며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언급했는데 채권단 입장에서는 남의 뼈를 깎는 노력"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수긍할 수 있는 자구안이 11일 전까지 나와야 한다"며 "이번 주말을 넘기면 산은이 다른 채권단을 설득할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산은은 금융사들이 워크아웃에 반대해 채권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이를 태영 측이 직접 매입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일부 선순위 금융사가 워크아웃에 반대해 채권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워크아웃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채권단 내에선 전반적으로 태영그룹이 제출한 자구안이 충분하지 않아 워크아웃 개시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태영그룹이 당초 내놓은 자구안과 달리 계열사 매각 대금을 직접 사용하면서 신뢰가 깨쳤다는 게 채권단 측 설명이다.


산은에 따르면 태영 측은 워크아웃 협의 과정에서 4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 ▲에코비트 매각을 추진하고 매각 대금을 태영건설에 지원 ▲블루원의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고 매각 추진 ▲평택 사이로 지분 62.5% 담보 제공 등이다.


그러나 태영그룹은 이 조항들은 어겼다. 우선 태영그룹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1549억원 중 400억원만 태영건설을 지원하고 나머지는 티와이홀딩스의 채무보증 상환에 사용했다. 또한 당초 자구안 태영그룹 계열사인 블루원의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고 매각을 추진한다고 했으나 블루원 지분 관련 자금을 티와이홀딩스의 채무를 갚는 데 사용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태영건설은 지난달 28일 만기를 맞은 상거래채권액을 전부 갚겠다고 했으나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451억원도 미상환했다.

산은은 태영그룹 측에 "늦어도 내일(5일)까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전액을 태영건설에 지원하라"고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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