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양품 떠안은 롯데쇼핑, 지분법 인식 중단
80억 투자한 지분 40%, 3.5억에 인수…지난해 11억 순손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0일 16시 0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무인양품 매장 (출처=무인양품)


[딜사이트 박성민 기자] 롯데쇼핑이 홈인테리어 시장 공략 및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 지분을 매입한 무인양품이 저조한 성적을 내며 이 회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 때 '가성비'를 중시하는 고객들의 인기를 끌었지만 현재는 순손실만 지속하는 등 본격적인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무인양품이 과거 영광을 되찾을 만큼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인양품은 일본 라이프스타일 기업인 양품계획과 롯데상사가 6 대 4 지분비율로 2004년 설립한 회사다. 로고나 무늬가 없는 단순하고 평범한 디자인을 특징으로 의류와 문구류, 가구, 식품 등 생활용품 등 '가성비' 제품을 판매하며 인기를 끌었다. 실제 무인양품의 매출액은 2012년 248억원에서 2018년 1378억원으로 연평균 33.1%씩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13년 9억원의 흑자전환을 시작으로 2018년 77억원으로 확대됐다.


이렇게 회사가 성장한 덕분에 2017년과 2018년 각각 15억원, 18억원의 결산 배당을 실시하며 양품계획과 롯데상사에게 쏠쏠한 수익을 안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 노 재팬(일본 제품 불매) 운동 확산으로 실적은 뒷걸음질쳤다. 당시 무인양품의 매출액은 일년 만에 9.8%(1378억원→1243억원) 줄었고, 영업손실 71억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이후에도 무인양품은 2022 회계연도(2021년 9월~2022년 8월)까지 영업손실을 지속했다. 무인양품은 지난 2020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업연도를 전년 9월부터 당해 8월까지로 변경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롯데쇼핑이 2022년 11월 롯데상사가 보유했던 무인양품 지분 40%를 3억 5000만원에 인수했단 점이다. 이는 무인양품의 몸값이 8억7500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롯데상사가 무인양품의 초기자본금과 유상증자에 80억원을 썼던 점을 고려하면 4.4% 수준에 거래가 이뤄진 셈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매수·매도사가 산정한 평가 금액의 평균값으로 지분 40%를 매입했으며 적정한 금액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쇼핑은 유통 채널에서 라이프스타일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유명브랜드인 무인양품을 낙점했다. 무인양품이 보유하고 있는 39개 직영점 다수가 롯데마트와 롯데몰 내 입점해 있었던 만큼,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기 위한 결정이었다. 이를 위해 무인양품은 대표를 교체하는 등 조직 및 전략 개편에 나섰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복합 쇼핑몰 스타필드 고양점에 3151㎡(약 955평) 규모의 신규 매장을 여는 등 초대형 오프라인 매장 출점으로 제2의 도약도 준비했다. 그간 무인양품이 AK플라자 분당점(1호점), 신세계 경기점 등을 매장을 잇달아 폐점했던 모습과 정반대다.


이에 무인양품은 2023 회계연도에 1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차입금 이자비용 등 금융비용 탓에 1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후 롯데쇼핑은 인수 4개월만인 지난해 1분기 무인양품의 지분법 인식도 중단했다. 반영이 중단된 손실은 올 3분기 누적 9500만원 규모로, 해당 손실이 연결 손익지표에 반영됐을 경우 롯데쇼핑의 순이익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반면 롯데쇼핑은 무인양품으로부터 88억원의 판매수수료를 챙겼다. 롯데백화점 등에 입점한 무인양품 점포가 매출액 대비 판매수수료를 지급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롯데쇼핑이 실적 부진회사를 턴어라운드 할 전략으로 지분을 매입했지만, 계획대로 무인양품을 성장 시키기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무인양품의 실적이 악화되며 재무건전성이 곤두박질 쳤기 때문에 3억 5000만원이란 인수가격이 책정 됐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도 롯데쇼핑이 매입한 것은 해당 사업을 확대하려는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인양품이 뒷걸음칠는 사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주(JAJU)' 등 가성비 브랜드가 매장 수를 대폭 늘리는 등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에 과거의 영광을 찾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며 "롯데쇼핑만 판매수수료를 챙겨 가면서 이득을 보는 구조"라고 전했다.


실제 자주의 매장수는 2017년 160개에서 2023년 9월 264개로 104곳이 늘어난 반면 무인양품은 14곳(26개→40개) 증가하는데 그쳤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무인양품의 실적과 연동돼 지분법을 인식한 것이며, 2023 회계연도에 실적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에 적자 기업을 떠안았다고 볼 수 없다"며 "올해도 실적이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롯데쇼핑 계열사와도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