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봤더니]
韓 최대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인선모터스
中 CATL과 獨 완성차까지 선점, 아이에스동서 새로운 캐시카우로 '우뚝'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1일 17시 1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윤중 인선모터스 배터리사업팀 부장이 '인터배터리 2024' 아이에스동서 부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공=딜사이트)


[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현대자동차의 '코나 EV',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볼트 EV' 등의 화재 이슈에 따른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대규모 리콜이 업계의 성장통을 넘어 또 다른 시장의 부흥으로 이어지고 있다. 폐배터리 후처리 업계에 대한 이야기다. 최근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곳은 배터리 재활용 업체들이다. 배터리 재활용은 배터리 뿐만 아니라 전기차 제조사들까지 손을 뻗치며 유망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가 가치가 큰 금속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성이 높은 사업인 데다, 전기차와 배터리 모두 '친환경' 산업으로 분류되는 만큼 재활용 문제를 외면할 수 없어서다.


한국의 경우 2015년 최초 도입된 전기차의 첫 폐차기가 도래하면서 배터리 재활용 시장도 막 개화했다. 수명을 다하거나 리콜된 배터리 외에도 제조 과정에서 하자가 발생한 물량, 연구 개발(R&D) 및 테스트 중 나온 배터리 모두가 먹거리다.


딜사이트는 지난 8일 '인터배터리 2024'에 참가한 아이에스동서의 전시 부스에서 이 회사 핵심 성장 동력으로 부상 중인 인선모터스의 실무진을 만났다. 인선모터스는 아이에스동서가 최대 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선이엔티의 100% 자회사로, 본업은 자동차 해체·파쇄 및 재활용이다. 국내에서 매년 발생하는 97만대의 폐차 중 45만대(45%)를 파쇄하는 이 회사는 최대 폐차 처리 인프라를 토대로 전기차 재활용, 나아가 전기차용 배터리 해체·파쇄 시장의 선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윤중 인선모터스 배터리사업팀 부장은 "당사의 폐배터리 처리 능력(연간 7500톤) 역시 최대 규모"라며 "자동차 해체 센터부터 배터리 물류 및 자원화 센터까지 국내 최대 규모로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인선모터스는 배터리를 안전하게 방전시키는 작업부터 보관-해체-파쇄-블랙 파우더(BM) 추출 등에 이르는 과정을 일괄 수행한다. 일 25톤의 배터리 팩을 처리 가능한 해체 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배터리 보관 용량은 500톤(팩 기준으로 2000개)에 육박한다. 이밖에 배터리 잔존 가치 진단·평가, 이력 관리 시스템도 갖췄다.


인선모터스의 존재감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2018년 현대기아차 남양 연구소의 전기차 및 배터리 회수 위탁 업체로 선정되고서부터다. 김윤중 부장은 "남양 연구소의 (자동차 및 배터리) 해체 시설은 현재도 당사가 운영 중이며 연구소의 충격 테스트 등에 사용된 전기차의 배터리를 수집해 해체, 재활용한다"면서 "현대기아차의 사내 벤처인 포엔을 제외하면 외부 업체로는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포엔이 불량 배터리를 교체하는 단순 재제조 작업만 수행하는 것을 고려하면, 진정한 의미의 재활용은 오롯이 인선모터스 몫인 셈이다.


인선모터스가 배터리 재활용 사업의 수익을 본격화한 시점은 코나 EV, 볼트 EV 리콜 등으로 폐배터리가 쏟아지기 시작한 1~2년 전이다. 인선모터스는 2022년 LG에너지솔루션의 리콜 배터리 위탁 처리 업체로 지정된 이후 현재까지도 리콜 물량을 해체, 재활용 중이다. 김 부장은 "지난 1년 동안에만 9000여 개의 폐배터리를 처리했다"며 "(화재 문제로) 리콜되거나 수명이 다한 에너지 저장 장치(ESS)도 상당량 처리했다"고 전했다. 이어 "전기차 또는 ESS에 장착된 배터리 외에 제조 과정에서 하자가 발생한 배터리도 처리하고 있는데 해당 물량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현재 한국 배터리 3사 중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를 고객으로 확보했으며, SK온과는 계약이 임박했다는 전언이다.


인선모터스는 'K-배터리'를 넘어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1위인 중국 CATL도 고객으로 확보했다. CATL의 각형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수입분을 팩으로 조립하는 국내 업체도 입소문을 듣고 인선모터스를 찾은 덕분이다. 완제품으로 통과하지 못한 CATL NCM 배터리 팩의 해체, 재활용까지 도맡으며 자연히 중국산 배터리 후처리 노하우를 축적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인선모터스는 CATL의 리튬 인산철(LFP) 배터리까지 담당하게 되면서, 국내 유일의 LFP 배터리 해체·분쇄 업체로 우뚝 섰다.


인선모터스의 또 하나의 차별화된 역량은 폐배터리 안전 보관·이송 기술이다. 폐배터리의 경우 이송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비가 오거나 진동이 발생하는 등 외부 요인에 의해 화재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부장은 "자체 개발한 '안전 보관 박스'이 핵심"이라며 "해당 기술에 대한 특허 신청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터리 보관 박스에는 실시간 온도 센서를 부착해, 설정한 온도 이상의 뜨거움이 감지되면 운송 차량 운전자의 스마트폰으로 알림을 보내는 식으로 화재를 예방한다"며 "또 박스부터 운반 차량 전반에 내화 특수 소재를 접목해 화재 확산을 막는 효과도 있다"고 부연했다.


인선모터스의 배터리 안전 보관 및 이송 기술은 포르쉐와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등 수입차 브랜드들까지 고객으로 포섭할 수 있도록 한 일등 공신이다. 특히 독일 완성차들의 니즈를 적중했다. 배터리 안전 보관, 이송이 국내에서 권장 사항인 반면 독일에서는 법제화됐기 때문이다. 또한 자사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라 하더라도 이송 중 폭발·화재 가능성에 따라 본국으로 쉬이 가져갈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자국 규정에 어느 수준 부합할 수 있는 배터리 안전 보관 및 이송 역량을 갖춘 업체를 찾는 독일 완성차 브랜드를 중심으로 수입차 고객이 지속 늘고 있다는 게 인선모터스 측 전언이다. BMW와는 올해 '인터배터리'에서 구두로 협력 논의가 오갔다.


인선모터스는 이 같은 시장 지위와 경쟁력을 기반으로 아이에스동서의 주력 사업으로 조명 받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에스동서가 (올해) 전체 사업 비용의 절반 가량을 인선모터스에 투입 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전하기도 했다.


아이에스동서가 '인터배터리 2024'에서 제시한 배터리 재활용 사업 수직 계열화 구상 (제공=딜사이트)

한편 아이에스동서는 인선모터스를 필두로 전기차용 배터리 재활용 사업의 수직 계열화를 추진 중이다. 전국에 분산된 인선모터스의 폐배터리 보관 및 처리 시설과 아이에스티엠씨(블랙 매스(BM), 탄산·인산 리튬, BP, NCM 복합액·복합염), 아이에스비엠솔루션(알루미늄과 구리 등 비철 스크랩과 BM)의 생산 기지를 충남 오창에 모아 '배터리 재활용 자원 순환 시설'을 설립하겠다는 구상이다. 오는 2006년 착공, 2029년까지 2500억원을 단계별로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오창은 LG에너지솔루션의 국내 공장이 위치한 지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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