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시도한 ‘한국판 CES’, 규모 아쉬워
한국 전자·IT산업 융합 전시회, 29일 동대문 DDP서 개막

“아들이 4차산업혁명에 관심이 많아서 인터넷 보고 일부러 찾아왔어요. 음성으로 지시하는 등 볼만한 기술들이 있었지만, 생각보다 (전시회가) 간단하네요”


[진현진 기자] 황정주(19)군과 함께 한국판 CES를 찾은 아버지가 한 말이다.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박람회 ‘CES2019’를 최초로 가져온 ‘한국판 CES’에 기대감이 있었지만, 규모면에서 아쉽다는 평이다.


29일 한국판 가전전시회(CES) ‘한국 전자·IT산업 융합 전시회’가 29일 동대문 DDP에서 개막했다. 미국에서 선보인 한국기업의 혁신기술을 국민들이 볼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번 행사는 정부의 적극적인 주도로 추진됐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행사장을 찾아 “전 세계 165개국 4600여 기업이 출품한 전자·IT·가전 혁신제품 중 우리 제품들이 대단한 호평을 받았다”며 “미국 다음으로 많은 71개의 혁신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께서도 직접 제품을 보고 우리 혁신이 어디까지 왔는지 세계 수준과 비교해보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행사장에는 화면을 둥글게 말았다 펴는 ‘롤러블TV'와 웨어러블 보조 로봇, 태아 얼굴 촬영 VR(가상현실) 제품 등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부스가 마련됐다. 전자제어과에 재학 중이라는 이재영씨(20)는 “알고 있던 것보다 더 많은 기술들이 있어서 흥미로웠다”며 “전기자동차 관련 부스를 보며 전기자동차 상용화에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번 전시회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 4곳과 중견기업인 코웨이, 유진로봇, 대영채비 등 중소·스타트업 30개사 등이 참가했다. 미국 CES에 국내기업 317개가 참가한 데 비해 규모가 상당히 축소됐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방문한 한 모씨(44)씨는 “행사장이 작아 생각보다 금방 둘러보게 됐다”며 “소모적인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진보한 기술을 보유하고 현장에서 인기 있던 기업을 선정해 이번 전시회를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이 행사는 글로벌 전자산업의 흐름을 공유한다는 취지로 마련됐지만 예정에 없던 행사에 업계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준비기간이 10여일 정도밖에 되지 않아 부스 구성이나 인력 충원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반응이다. 한 참가기업 관계자는 “미국CES 부스를 옮겨 온다해도 일주일 정도 만에 준비하려니 정신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주도했다는 사실에 중소·스타트업에겐 효과적인 홍보창구라는 반응도 있다. 한만형 키네틱랩 대표는 “급한 시간이긴 했지만 정부 지원을 받아서 미국 CES 부스 그대로 가져왔다”며 “대통령께서 방문한 이후로 두시간여 만에 100여명이 부스를 방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규재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상무는 “부스 안에 관람객이 많다. 언론에도 많이 노출됐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관람객이 올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중소기업은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 전시회를 통해 기술·상품을 소개할 수 있어 유익하다는 반응이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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