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무배당 대한항공, 자회사 지원은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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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기자] 대한항공이 주주 배당은 외면한 채 자회사에 수천억원의 자금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5년 연속 배당에 대한 대한항공의 공식 답변은 “할 말 없다”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18일 자회사 한진인터네셔널코퍼레이션(이하 한진인터)에 1879억원을 출자한다고 공시했다. 한진인터에 대한 대한항공의 지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3월 1075억원, 2015년 8월 2344억원 등 총 3차례에 걸쳐 53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투입했다. 한진인터는 대한항공의 100% 자회사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윌셔 그랜드 호텔’을 짓고 있다. 이 호텔은 내년 6월 완공 예정이다.

◇ 자회사 5000억 지원하고 주주 요구는 ‘나몰라라’

자회사에 추가 자금 지원 소식을 알린 18일은 공교롭게도 대한항공이 ‘돈’ 때문에 얼굴을 붉힌 날이었다.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한항공 지창훈 총괄사장은 주주 자격으로 참석한 조종사노조 이규남 위원장에게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 위원장은 “2015년 8000억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내고도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무능한 경영진 탓”이라며 회사를 비판했다.

주주들 역시 회사를 향해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5년째 ‘무배당’으로 일관하는 배당 정책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2010년 이후 손실을 이유로 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 주주들은 “5년 무배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투자자의 권리를 외면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지 사장은 “빠른 시일 내에 결손금을 해소해 배당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 과도한 그룹사 지원, 재무구조·신용등급에 악영향

전문가들은 “5년째 배당을 하지 못할 정도로 대한항공의 재무 상태가 악화된 이유는 무리한 그룹사 지원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의 항공 담당 애널리스트는 “항공업은 항공기 구매 등 투자지출(CAPEX)이 많은 산업인데, 그룹사에 대한 지원마저 지속하면서 현금흐름이 나빠져 재무구조가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 역시 “이미 한진해운에 적지 않은 자금을 투자한 상황이라 대한항공의 재무 상태는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재무 건전성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15년 9월 기준 대한항공의 부채는 21조5000억원, 부채비율은 1050%다. 3분기까지 지급한 금융비용만 3163억원에 이른다. 적자 폭도 수년째 줄이지 못하고 있다. 2014년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당기순이익 기준으로는 2013년부터 여전히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2013년 3836억원, 2014년 6129억원, 지난해에는 53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무리한 자금 지원은 대한항공의 신용도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8월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강등했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같은해 12월 무보증회사채에 대한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 기업평가 담당 연구원은 “(계열사에 대한 대한항공의) 투자와 관련해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며 추가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24일 “LA 호텔 투자는 오래 전부터 계획돼 있었다”면서 “회사의 미래를 위한 투자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조종사 처우 개선, 무배당 문제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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