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승계②] 샘표, 지주사 전환으로 3·4세 경영 승계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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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민 기자] 팍스넷데일리 고종민 기자]박진선 샘표식품 사장(66)이 최근 지주사 전환을 통해 3세 경영 체제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샘표식품이 지난 2월 지주회사 성격의 투자회사인 ‘샘표’와 ‘샘표식품’으로 분할키로 하면서 박 사장의 그룹사 지배력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양사의 변경 상장 예정일은 오는 8월9일로, 분할이 완료되면 박 사장 일가의 샘표식품에 대한 실질 지배력은 기존 30.02%에서 39.14%로 높아진다.

오너일가 지분율이 크지 않은 기업의 경우 샘표식품처럼 인적분할, 재상장, 주식 스왑(Swap) 등 오너의 지주사 지분을 늘리는 작업을 거친다.

재계 관계자는 22일 “핵심 그룹사를 분할하면 대부분 신설회사인 사업회사의 주가가 존속회사인 지주회사의 주가보다 오른다”며 “실제로 오너가 보유한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회사에 매각하는 과정을 거쳐 지분율을 2배 가까이 늘리는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샘표 지주사 전환은 오너 3·4세 승계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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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주사 전환 및 회사 승계를 용이하게 하는 일명 ‘원샷법’(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지주사 전환을 준비해온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샘표도 대표적인 기업 가운데 하나다.

이번 샘표식품 지주사 전환의 가장 큰 목적은 최대주주 지분 확대다. 오너 2세이자 박진선 사장의 부친인 박승복 샘표식품 회장은 지난 1999년 이복 형제인 박승재 전 사장 일가와 경영권 타툼을 벌였다. 3세 박 사장 역시 박승재 전 사장 일가의 지분을 넘겨 받은 우리투자증권 사모펀드(PEF) 마르스1호와 또 한 차례 경영권 분쟁을 경험했다.

이런 이유로 30%가 넘는 지분율에도 불구하고 박 사장의 경영권이 다시 공격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지주회사 전환은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포석과 함께 3·4세 2대에 걸친 경영권 후계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샘표식품의 최대주주는 박진선 사장(지분율 16.46%)이며, 처남 고영진 씨가 2대주주(5.73%)다. 박 사장의 부인 고계원 씨가 4.62%로 3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장남인 박용학 씨의 지분율은 2.36%로 지난 2000년과 2004년 사이에 할아버지 박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주식이다.

주목할 대목은 여기에 샘표식품의 인적 분할 과정을 거치게 되면 박 사장 일가는 기존 샘표식품 외에 샘표 지분을 같은 비율로 차지하게 된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박 사장과 특수관계인 → 샘표 → 샘표식품 및 5대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완성되는 구조다. 특히 박 사장과 특수관계인이 주력 계열사인 샘표식품의 보유 지분이 직접 지분 30.02%와 함께 샘표를 통한 지배 가능한 간접지분 9.12%(간접지분율 30.02% x 30.38%) 가량을 확보하게 되면서 전체 계열사 지배력이 굳건해진다. 기존 샘표식품이 보유 중인 자사주 30.38%(135만 85주)가 존속회사인 샘표의 관계회사투자주식으로 편입되기 때문이다. 자사주가 샘표식품 주식으로 전환되고, 이를 샘표가 전량 보유하게 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오너가 4세인 박용학 씨의 지분확대도 이어질 전망이다. 박 씨가 샘표식품 주식을 팔아 지주사인 샘표의 지분을 늘리면서 그룹 지주사 지분 승계 과정을 거칠 것이라는 게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박 씨가 현재 샘표 경영에 참여하고 있진 않지만 지주사 전환을 계기로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학석사·철학박사 박진선 사장의 ‘간장’ 사랑

박진선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1973년)한 뒤 미국 스탠포드대 전자공학 석사(1979년)를 마치고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철학박사 학위(1988년)를 받았다. 미국 펜실베니아에 위치한 빌라노바대학에선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오너 2세인 박승복 샘표식품 회장의 부름을 받은 때는 1990년이다. 박 사장은 당시 38세 나이로 샘표식품 기획이사직을 맡았다. 당시 대기업들이 샘표식품의 주력 분야인 간장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유통채널인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었다.

그는 영업·마케팅 조직 신설, 품질관리 인력 확대 등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했고 샘표식품은 국내 간장 시장 점유율 1위(54%, AC 닐슨 기준)라는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었다.

◇4세 지분 승계 중심에 있는 ‘통도물류’

4세 승계 작업은 이천공장 이전 시기에 시작됐다. 샘표식품은 1998년 이천공장 확장(4만2900㎡, 1만3000평) 공사와 함께 2000년 기존 공장(서울 창동 공장)을 이천으로 모두 이전했다. 그 사이 박용학 씨는 1999년 개인명의(등기임원)로 통도물류를 설립했다.

박 씨는 당시부터 현재까지 등기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샘표식품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통도물류는 2004년(임대 사실 공개 시점)부터 샘표식품을 대상으로 창고 임대, 물류배송 등을 통해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다.

샘표식품 관계자는 “과거 샘표식품 이천공장에 물류센터를 설립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규제제한 때문에 오너 개인들이 사게 됐다”며 통도물류의 설립 배경을 말했다.

당시 이천지역은 경기도 자연보전권역(수질오염총량제 적용)으로 묶여 있어, 샘표식품의 공장증설이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특수관계인(박용학 씨) 명의로 대출을 받아 창고 부지를 매입한 뒤, 이를 다시 회사가 임대한 것”이라며 “임대료는 부지구입 당시 대출받은 비용의 이자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통도물류의 대표적인 수익원은 창고 임대다. 통도물류는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지상 2층 규모 창고 및 지상 1층 규모의 냉장창고를 샘표식품에 빌려주고 있다. 최근 4년간 임차료 수익은 △2012년 4억8000만원 △2013년 5억7528만원 △2014년 5억9434만원 △2015년 5억9434만원 등 총 22억4395만원이다.

2012년 이전 임차료는 별도 공시하지 않아 정확한 수치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통도물류는 오랜 기간 동안 억대 임차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샘표식품 이천공장의 물류배송(공장화물)도 맡으면서 매년 상당한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통도물류가 최근 4년간 샘표식품을 통해 일으킨 용역서비스 매출액은 △2012년 11억5748만원 △2013년 12억1573만원 △2014년 11억7455만원 △2015년 10억4968만원 등 총 45억 9744만원이다. 최근 4년간 샘표식품을 통한 통도물류 총매출은 68억4139억원인 셈이다.

다만 박용학 씨는 현재 타 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다. 현재까진 샘표식품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아직 본격적인 후계 경영 수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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