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창기업지주, 소액주주 차단 '점입가경'

[윤유석 기자] 정관 변경 꼼수에 이어 소송까지..
적자에도 값비싼 대형 로펌 고용


소액주주의 경영권 참여를 막기 위한 회사측의 대응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성창기업지주가 지난해 소액주주의 감사선임을 막기 위해 정관 변경 꼼수를 부린 데 이어 올해에는 대형 로펌까지 동원해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하는 등 소액주주의 경영참여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지난해 감사안건의 경우 소액주주의 의결권은 105만주로 대주주의 우호지분을 합한 60만주 보다 많아 출석과반에서는 소액주주측이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회사측에서 의도적으로 감사 인원을 2인에서 1인으로 축소하는 정관변경을 먼저 통과시키는 바람에 소액주주의 감사선임 안건은 자동 폐기됐다.


소액주주는 올해에도 다시 결집해 회사측의 정관 변경에 대비한 조건부의안을 새로 마련하고, 주식배당과 유상감자를 포함한 주주제안을 내놓았다. 여기에 참여한다는 소액주주의 주식수도 10% 이상 확보했다.


그러자 회사측은 소액주주측이 5% 지분 초과에 대해 신고를 안 했다는 이유로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신청서를 지난 13일 부산지방법원에 제출했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본인과 특별관계자의 주식 소유합계가 5% 이상이면 5일 이내에 보고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5%를 초과한 지분에 한 해 일정 기간 의결권 행사를 제한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주주제안에 참여한 소액주주 37명 전원 앞으로 3월5일까지 부산지방법원에 참석하라는 심문기일통지서가 날아들었다. 판결이 나와봐야 하겠지만, 통상적으로 고의성이 없는 단순 착오로 위반한 경우는 매수일로부터 보고한 날 이후 5일까지 의결권이 제한돼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울 등 원거리 거주자가 많아 부산지법에 출석하기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소액주주측은 이러한 회사측 대응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회사측 법무 대리인이 대형 로펌으로 밝혀지면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주주제안 차단 위해 대형 로펌까지 동원
법원 통지서를 받은 소액주주 A씨는 “이번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한 곳이 국내 상위 대형 로펌이며 동원된 변호사가 4명이나 됐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소송건도 아닌 단순한 주주제안일 뿐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며 황당해 했다.


해당 로펌은 지난 12일 소액주주측의 주주명부 열람 가처분 신청서 접수 시에도 회사측 변호인으로 나온 것으로 확인되면서 단건의 수임이 아닌 ‘소액주주 차단’이라는 큰 틀에서 법률자문을 맡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경우 수임료가 통상적으로 수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지난해 8천900만원의 영업손실을 낸 기업엔 과하다는 평가다. 이 대형 로펌은 땅콩회항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항소를 맡은 ‘법무법인 화우’이다.


◇자사주매입은 소액주주 와해를 위한 꼼수?
소액주주들은 회사측의 자사주매입도 주주결집 와해를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일 성창기업지주는 40억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 체결 결정을 했다는 공시를 했다. 취득 목적은 주주가치 제고 및 주가안정으로 기재됐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은 정관 변경 꼼수로 감사안건을 무력화시켰던 회사측이 주주가치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공시를 냈던 시기가 주주제안을 시작한 시기와 맞물리는 것에 의혹의 무게를 싣고 있다. 소액주주측은 “정작 주가가 하락할 때는 뒷짐 지다가 소액주주가 결집하는 움직임을 보이니까 기획 공시를 내놓은 것뿐이다.”라며 “주가 부양으로 기존 소액주주가 주식을 팔고 떠나길 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대주주가 회사자금으로 주주제안을 차단하는 데 쓰고 있다”고 해석을 확대했다.


◇대주주의 자본 유출 의혹으로 촉발
성창기업지주의 소액주주가 결집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대주주에 의한 자본 유출 우려 때문이다.


지난 2002년 골프장 건설로 땅값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되는 부산시 기장군 땅 305만㎡(시가 1,600억 추산)를 공개매각 절차도 없이 감정평가 가격인 245억원에 자녀들이 대주주로 있는 기업에 팔아넘겨 헐값 매각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자녀 소유의 부실기업 주식을 고가에 사들인 전력도 한몫했다. 2002년 일광개발 주식 1만8,000주를 주당 2,714원(총 4,890만원)에 자녀들에게 넘겼다가 2013년에 주당 32만8,583원(총 84억원)인 무려 120배가 넘는 가격으로 다시 사 온 것이다.


회사측은 부산시 기장군 땅 매각의 경우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판결을 받았고, 일광개발은 자본잠식 기업이지만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액주주측은 문제의 중심에 항상 대주주 자녀가 등장했다는 점에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또, 대주주가 적은 지분으로 회사가 마치 자기 것 마냥 쥐락펴락하는 것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성창기업지주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7.7%에 불과하고, 특수관계인까지 합하면 30%도 안된다. 나머지 70%가 대부분 소액투자자 지분이다.


◇높은 자산가치에도 주가는 10년째 제자리..
업계에서 보는 성창기업지주의 자산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는 크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부산 다대포 본사 부지 4만5000평과 거제시 장승포 부지 11만 평 등 최소 3000억원 이상의 부동산 유동화 및 개발 효과가 기대된다.” 라며 “그동안 잠재해 있던 부동산 가치도 주목받을 전망이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3월 우리투자증권의 김영옥 연구원은 성창기업지주의 자산가치를 1조2,529원으로 계산했으며, 주가가 적정 가치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은 이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대주주 리스크가 존재하는 한 주가가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지난 2012년 부산 명지지구 22만평을 한국주택토지공사에 1,514억원에 매각하고도 시가총액이 당시 부동산 매각으로 받은 금액에도 미치지 못한 것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소액주주측은 “매각 금액을 회사의 운전자금 및 재무개선에 사용했지만, 주주에게는 적절한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라고 주장했다.


한 소액주주는 성창기업지주의 주가가 10년 동안 2만원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회사 별명이 2만원이다” 라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팍스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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