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의미 없는 직영양판점 공방전
삼성디지털프라자, 13년 연속 영업적자…LG베스트샵, 영업이익률 0.3%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7일 08시 3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류세나 기자] "에어컨은 우리(삼성전자)가 리드하고 있는 시장이다" (1월 15일, 삼성전자 무풍에어컨 간담회中)


"정확한 수치는 말할 수 없지만 각 사의 홈매장 판매량을 비교했을 때 자사(LG전자) 에어컨 판매량이 경쟁사(삼성전자)를 압도한다. 가전 양판점(상품을 대량으로 파는 소매점)에서도 우리 제품이 더 많이 팔렸다."(1월16일, LG전자 휘쎈 씽큐 에어컨 간담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 초 각각 연 2020년형 에어컨 출시 간담회에서 자사 제품이 경쟁사 판매량을 앞선다며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이들의 신경전은 우물 안 개구리의 도토리 키 재기 같은 형국이었다. 


우선 두 회사 홈매장인 LG베스트샵(하이프라자)과 삼성디지털프라자(삼성전자판매)간 작년 연매출 격차는 66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회사 모두 영업이익 지표가 개선되긴 했으나 자랑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LG베스트샵은 20%대 상승률을 기록하고도 정작 영업이익률은 1%도 채 되지 않고, 삼성디지털프라자는 손실 폭을 절반 가까이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자기업이다. 


◆ 1등 하이마트 빼고 '도토리 키 재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자회사인 삼성전자판매, 하이프라자를 통해 각각 국내 가전 유통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각각의 자회사들이 운영하는 매장이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삼성디지털프라자, LG베스트샵이다. 


두 회사가 최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하이프라자는 전년대비 5.2% 늘은 2조8280억원의 매출을, 삼성전자판매는 8.5% 확대된 2조76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이프라자가 근소한 차이로 2년 연속 매출로 삼성디지털프라자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내수시장에서 LG베스트샵이 2년 연속 삼성디지털프라자를 압도한 배경으로 신가전과 프리미엄으로 대표되는 LG전자의 전략이 내수 시장에 적중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 의류관리기, 공기청정기, 건조기 등 백색가전을 담당하는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20조원을 돌파, LG전자 사상최대 매출 달성에 이바지하는 성과를 냈다. 


다만 이익 측면을 보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하이프라자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4.8% 확대된 87억2500만원을 기록했지만, 매출대비 이익률로 봤을 땐 0.31%에 불과한 수준이다. 


순이익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하이프라자는 지난해 전년대비 82.0% 줄어든 14억7100만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때의 순이익률은 0.05%다. 오프라인 시장 악화 여파로 임차보증금은 절반 가량 줄어 들고, 반대로 차입금은 20% 가량 늘어난데 따른 영향이 반영됐다. 


◆ 높은 고정비 및 재고관리, 마케팅 효율화 관건



매출 기준 상승세만 놓고보면 하이프라자보다 삼성전자판매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의류관리기와 건조기, 세탁기, 공기청정기 판매 확대가 매출 신장에 기여했다. 


특히 이 기간 삼성전자판매는 재고자산을 줄이고 선급금을 확대하는 등 방식으로 영업적자 개선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100억원에 달하는 감가상각비와 임대료 확대 등이 겹치면서 흑자전환엔 실패했다. 13년 연속 영업적자 행진이다. 작년의 경우 매출총이익(6867억원)보다 79억원 많은 6946억원이 판관비로 나가면서 손실이 났다. 


순이익 지표의 경우 지난해 1000억원에 달하는 차입금과 리스부채 원금을 상환하면서 전년대비 두 배(100.8%) 확대된 47억5500만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순이익률 역시 성과라고 하기 민망한 0.17%에 불과하다. 


LG베스트샵과 삼성디지털프라자 두 회사 실적을 합해도 국내 양판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롯데하이마트 독주체제를 위협하기엔 아직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오프라인 보릿고개 여파로 매출(4조265억원)과 영업이익(1099억원)이 전년대비 각각 2.1%, 41.1%씩 줄어 들었다. 반토막 난 이익에도 불구하고 LG베스트와 비교하면 약 13배 많은 규모의 이익이다. 다만 롯데하이마트의 영업이익률도 2.73%로 낮은 편이다.


사실 가전 양판점은 오프라인 매장 운영에 따른 인건비, 임대료 등 고정비가 많이 들어가는 특성상 이익률이 높지 않은 업종이다. 점포 수가 곧 실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매장 수를 줄이는 것도 쉽지 않다. 업계 1위인 하이마트 조차 2%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 역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실제 임차료, 판관비, 급여, 지급수수료, 매출원가 등을 포함한 고정비 성격의 비용규모는 매년 2조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 하이프라자의 경우 2018년 2조6620억원, 2019년 2조8193억원을 기록했고, 삼성전자판매 역시 2018년 2조5648억원, 2019년 2조7701억원을 고정비로 나갔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양판점의 접근성과 규모는 소비자가 전자제품 소매업체를 선택할 때 매우 주효하게 작용하는 요소 중 하나"라며 "가까운 매장에서 제품을 직접 시연해볼 수 있는 게 오프라인 매장의 최대 강점인 만큼 일정 규모 이상의 매장 운영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익 확대를 위해선 효율적인 재고관리와 마케팅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롯데하이마트가 공개한 국내 가전양판시장 점유율은 2018년 기준 하이마트가 40.7%로 1위, LG베스트샵(26.7%), 삼성디지털프라자(25.2%), 전자랜드(7.4%)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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