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급락…국내 정유사 대응책은
정제마진 최악...정기보수로 가동률 낮추기 전략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2일 10시 3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정혜인 기자] 국제 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정유 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사상 초유의 사태로 수요가 바닥이 난 가운데, 국내 정유업체들이 긴장하며 각종 대응책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이 설비 가동률 낮추기에 돌입했다. 재고자산 평가손실을 본격 반영하는 한달 뒤부터 판매량을 줄여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SK이노베이션(SK에너지)은 내달 말로 예정했던 설비 보수 일정을 내달 중순으로 앞당겼다. 이를 통해 현재 85% 수준인 설비 가동률을 50~60%까지 낮출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는 이미 정기보수를 진행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의도적으로 가동률을 조정하지는 않지만 설비 보수에 따라 공급 물량 축소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에쓰오일(S-Oil)의 경우, 원유 구입 및 판매의 장기 계약 비중이 상당해 주가 변동에도 큰 변화 없이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유가가 저렴할 때 원유를 구입하는 단기 거래(스팟 거래)를 늘려, 손실 규모를 낮추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정유사들은 보통 장기거래와 스팟거래를 6대 4 또는 7대 3 비율로 원유를 조달한다. 


스팟거래를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 대부분 원유 저장량이 이미 포화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어, 스팟거래를 확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라며 "더욱이 저렴한 가격에 미리 원유를 대량으로 사둘 만큼 보유 현금이 충분한 곳도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 업체들이 각종 대응책 마련에 나선 이유는 최근 급격히 떨어진 국제 유가 때문이다. 전일 서부텍사스원유(WTI) 5월물 가격이 -37.63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 17일 종가 18.27달러에서 55.90달러(305%) 하락한 셈이다. 


통상 선물시장 트레이더들은 선물계약 만기일 이전에 정유사와 항공사 등 실수요자에게 상품을 넘기거나 다음월물로 롤오버(월물 교체)를 한다. 미국 원유 소비가 감소해 계약을 넘기기도 어려운 상황에 실수요자마저 사라지면서 원유 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이다. 


트레이더들이 현물을 사서 저장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전 세계 원유 저장고가 꽉 차서 저장할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결국 돈을 주고서라도 원유를 팔아야 하는 처지다.


심지어 WTI 6월물의 상황도 좋지 않다. 이전까지 20달러 수준을 유지하던 WTI 6월물은 22일 13~14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마감일 기준 전월물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 익월물 거래에도 영향을 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유가 지수가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다는 것은 사실상 다음 달인 5월 수요가 바닥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오는 5월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보다 한참 낮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내 정유사들이 큰 폭의 실적 하락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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