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무증이란 필살기는 얼마나 통할까
주총 앞두고 제약바이오 무상증자 러시…달라진 주주들 마음잡기 글쎄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5일 08시 1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현기 기자]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무상증자(무증) 릴레이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올해 정기주총을 목전에 둔 3월엔 그 횟수가 더욱 빈번해 눈길을 끈다. 화일약품과 EDGC를 비롯해 알테오젠, 올리패스, 제이브이엠, 크리스탈지노믹스, 유유제약, 제놀루션 등이 이달 들어 무상증자 대열에 속속 합류했다. 올해 들어 주당 0.5~2주를 주주들에게 '선물'로 안긴 제약바이오 기업은 총 15곳이다. 이 중 60%인 9곳이 3월에 무증을 실시했다.


예전에도 무증이 주가 부양의 주요 수단으로 꼽히긴 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유동성 장세로 개인 주주들이 부쩍 늘어난 지난해부터 무증은 수익 실현의 '필살기'가 된 느낌이다. 주주들도 무증을 스스럼 없이 외치고 있고, 기업들도 이런 요구 수용에 갈수록 전향적이다.


다만 이달 일어나고 있는 무증 행렬에 대해선, 긍정적인 시각으로만 볼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무증 실시 제약바이오 기업 중 대표이사의 연임이나 임원 보수 한도 상향 등을 주총 안건으로 꺼낸 곳이 여럿 되기 때문이다. 임상에서 문제가 발생, 주주 달래기 차원에서 무증 카드를 펼쳐든 경우도 있다.


1세대 바이오 벤처로 불리는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분율이 10%에도 못 미치는 조중명 대표이사의 8번째 연임을 앞두고 주당 0.5주의 무증을 단행했다. 마침 조 대표를 향한 일반주주들의 시선이 심상치 않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불거진 상황이었다. EDGC는 신상철 대표이사의 연임 안건 외에 '회사의 지배권 변동에 따른 대표이사 해임의 경우, 50억원의 퇴직 보상액을 (대표이사에게)지급한다'는 보기 드문 정관 변경안을 이번 정기주총에 올려놓았다. 유유제약도 오너 3세 유원상 대표이사의 연임 안건을 이번 주총에서 다룰 예정이다. 올리패스는 최근 임상 관련 악재가 불거지면서 2019년 9월 코스닥 상장 뒤 최악의 위기에 몰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기업들 모두 지난해 실적이 신통치 않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이달 무증에 대해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이라는 원론적인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외부에서 이를 그대로 믿는 이들은 많지 않다. 오너가의 지배력 유지, 경영 및 임상 실책 면피를 위해 무증이란 '필살기'를 주총 목전에 꺼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주주들의 권리 행사 욕구가 높아졌고, 올해부터 제약바이오 기업 상당수가 전자투표제도를 도입, 예전보다 투표율 오를 가능성이 크다. 상장 뒤 수차례 유증 등으로 오너가 지분율이 낮은 곳은 각 안건 통과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사실 무증이 이뤄져도 기업가치는 변함 없다. 실적 좋은 기업들은 자본잉여금 혹은 이익잉여금 일부를 자본금으로 옮긴 뒤 무증으로 신주를 발행, 사내유보금이 넉넉하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면서 주가도 올리고 거래 활성화도 도모할 수 있다. 하지만 이익 못 내는 기업들에 그런 시너지 효과는 남의 얘기다. 이런 기업들은 과거 주식 발행 때 쌓아놓은 주식발행초과금을 자본금에 옮기는 식으로 무증을 진행한다. 기업 가치는 그대로이다보니, 주가가 며칠은 올라가지만 금세 제자리로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달에도 크리스탈지노믹스와 올리패스의 주가가 그런 곡선을 그리고 있다.


무증을 통한 '거래'는 성공할 수 있을까. 국내 제약바이오 회사 전체 지분의 절반 이상을 이루고 있다는 일반 주주들이 이젠 달라졌다. 무증으로 주가 상승이 이뤄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주총 안건 통과하고는 별개의 문제다. 무증보다 실적과 기본이 더 중요하다는 간단한 명제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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