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中합작사 1조 수혈…전동화 힘 싣기
현대차, 베이징현대 5700억 증자...中전기차시장 투자확대 '신호탄'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1일 15시 5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설동협 기자] 현대자동차가 중국 베이징자동차와 만든 합작법인(JV) 베이징현대(BHMC)에 대한 자금 수혈에 나선다. 기존 내연 기관에서 전동화 전환에 힘을 싣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가 중국시장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번 투자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이뤄낼 지 주목된다.


현대차그룹 사옥|현대차 제공

◆ 현대차·베이징차, 합작사에 총 1.1조 투입...각각 5700억씩


2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베이징차는 베이징현대에 9억4200만달러(약 1조1450억원)를 증자하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가 각각 증자금의 절반 가량인 4억7100만달러(약 5700억원)를 부담하는 형태다. 


베이징현대는 현대차가 2002년 9월 중국 베이징차와 함께 50대 50 지분구조로 설립한 곳이다. 현대차의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인 셈이다. 양사의 베이징현대에 대한 기존 지분 구조가 동일한 만큼, 이번 증자 결정은 지배구조의 변동 없이 자본총액만 늘어나게 된다.


당초 베이징현대는 출범 당시부터 현지에서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2016년까지 비교적 시장 상위권 지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국내에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설치 등 정치적인 이슈가 생기자, 중국의 보복으로 판매량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베이징현대의 판매량은 2016년 114만2000대에서 이듬해인 2017년 78만5000대 가량으로 급감했다. 이는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현대차 사업보고서를 보면, 2017년 기준 베이징현대는 159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직전 연도에 1조1719억원의 이익을 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이 급감한 것이다. 이같은 추세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3년 간 베이징현대의 누적 영업손실만 2조6883억원에 달한다.


현대차가 중국법인 자금 수혈에 나선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베이징현대가 최근 몇 년간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투자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려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판커지는 중국 전기차 시장…현대차, 작년부터 물밑작업


중국은 유럽, 북미와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시장이 본격 개화 중인 상황에서 중국은 발빠르게 움직이는 분위기다. 


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472만대다. 이 중 절반이 넘는 272만대가 중국에서 판매됐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작년 기준 유럽의 두 배 이상, 미국의 다섯 배 이상 크다. 전동화에 힘을 싣는 현대차 입장에선 전기차 시대에서 중국 시장을 포기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한 셈이다.


현대차 베이징3공장. 현대차 제공

현대차는 이미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에 힘을 싣기 위한 밑그림을 그려왔다. 그동안 중국 사업은 전담 조직과 인원을 중심으로 독자적으로 운영돼 왔으나, 현재는 본사 차원에서 관리되고 있다. 실제 현대차는 작년 3분기에 중국 현지법인에 대한 조직과 더불어 연구개발조직을 개편했다. 현대차 본사 조직인 연구개발기획조정 산하에 '중국연구개발' 담당 조직을 신설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가 이번 베이징현대의 자금 투입을 시작으로 중국 전기차 시장 대응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시장 규모가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고, 이미 현지 업체들도 저가 배터리를 앞세워 압도적인 수출량을 보이고 있다"며 "전기차가 이제 초기인 상황에서 현대차가 향후 전동화 전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국 시장 투자 확대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현대도 이번에 확보된 자금의 상당부분을 전기차 관련 부문에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상태다. 베이징현대는 "안정적인 자금 운용을 도모하면서, 자동차 산업 전체가 빠르게 전기차로 넘어가는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며 "중국 시장에 신차를 투입하고, 전기차 등 신에너지 차량 부문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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