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선의 에이치엔아이엔씨, IT부문만 명맥
대부분 사업장 공사 손실…IT기업 분할 후 범현대 일감에 의존
이 기사는 2023년 07월 06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N Inc BI (HN 홈페이지 캡쳐)


[딜사이트 박성준 기자] 범현대가 3세인 정대선씨가 최대주주인 HN Inc(에이치엔아이엔씨)가 회사의 법정관리를 몰고 온 건설업에서 사실상 철수하고 본업인 IT서비스로 방향을 선회하는 모습이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건설사업에 추가 자금을 투입하기보단 IT사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에이치엔아이엔씨의 시작은 1995년 유씨테크라는 회사다. 2008년 정대선씨가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비에스엔씨(BS&C)로 상호를 변경했고, 2009년에는 앞에 현대를 붙여 현대비에스엔씨로 또 한번 상호를 바꿨다. 그러다가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 브랜드를 사용하지 말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2021년부터 사명을 현재의 에이치엔아이엔씨로 정착했다.


사업 영역은 초기 IT서비스만 벌여왔지만, 2011년부터 사업목적에 건설관련 내용을 대거 추가하며 건설업을 동시에 벌였다. 2012년 현대썬앤빌, 2017년 헤리엇(HERIOT)이라는 주택브랜드를 런칭하며 본격적으로 IT와 건설을 두 축으로 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회생절차 직전인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에이치엔아이엔씨는 2255억원의 연매출 중 건설부문이 1588억원으로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상품과 용역 등에서 667억원으로 30%를 채웠다. 이미 건설부문이 회사의 핵심사업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회사의 무게중심이 건설로 쏠린 에이치엔아이엔씨는 지난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주로 오피스텔과 주상복합 등 대안주거를 취급했기 때문에 금리 상승기에 취약함이 컸다.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나타난 주요사업장을 살펴보면 총공사액 6652억원 중 누적공사수익은 4599억원에 그쳤다. 공사를 아직 진행하지 못한 수주잔고 금액은 2053억원이다. 문제는 공사의 원가율이 너무 높아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공사를 진행할수록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에이치엔아이엔씨의 지난해 누적공사원가는 4745억원으로 누적공사수익을 넘어섰다. 누적손실만 146억원에 달한다. 기타 사업장을 제외한 9개의 주력 사업장 중 6개 사업장이 손실을 기록했다.


입주 거부 사태를 불러와 사실상 법정관리의 시작점이 된 동탄 헤리엇 사업장은 지난해 기준 254억원의 손실이 났다. 지난해 말까지 공사계약 금액을 다 채우지 않아 완공도 하지 못했다. 공사를 완료한 시점까지 계산한다면 손실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는 다각도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상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에이치엔아이엔씨는 지난해 말 32억원의 자본금을 보유했지만, 자본총계는 -220억원을 기록하면서 심각한 자본잠식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에이치엔아이엔씨가 건설업을 축소하고 IT사업 일부만 살려둘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에이치엔아이엔씨는 지난해 말 재무구조 개선 명목으로 우선 IT사업 회사인 에이치엔아이엑스를 물적분할했다.


이후 에이치엔아이엑스의 지분 일부를 범 현대가에게 넘겨 주주구성을 바꿨다. 주주구성을 살펴보면 에이치엔아이엔씨 59.74% 외에도 정몽진(KCC회장) 5.17%, 솔트룩스 4.00%, 현대머터리얼 8.95%, 에이치엘홀딩스 10.39%, 정몽준(HD현대 아산재단 이사장) 11.75% 등으로 구성됐다.


에이치엔아이엑스는 HD현대중공업, HD현대건설기계, 현대비엔지스틸, 현대코퍼레이션, 현대산업개발, HL한라, HL만도 등 주로 범현대가를 상대로 IT아웃소싱(유지보수)을 하고 있다. 범현대가의 일감을 받아 명맥을 유지하는 셈이다.


지난 6월에는 에이치엔아이엑스의 홈페이지를 공식 오픈하면서 홀로서기에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공지사항을 통해 모회사인 에이치엔아이엔씨의 법원회생절차 신청과 무관하게 에이치엔아이엑스는 정상 경영을 한다고 알리기도 했다.


한편 에이치엔아이엔씨는 회생절차를 계속 진행 중이다. 현재는 회생채권과 회생담보권에 대한 조사가 끝났고, 법원이 내달 24일까지 에이치엔아이엔씨로부터 회생계획안을 제출받는 과정만 남았다.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에이치엔아이엔씨의 채권자는 총 507명이며 법률상 관리인(채무자의 대표자)인 김정익 대표이사가 지난 4일 공사대금 직불 허가를 제출했다. 시공사의 법정관리로 인해 발주처에서 하도급 업체에 직접 대금을 지급하겠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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