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수출과 내수 ‘두 마리 토끼’ 모두 잡다

[신약 개발로 글로벌기업 꿈꾸는 제약사] ③녹십자


-해외 수출 1위 기업, 아시아 첫 독감백신 WHO 사전적격심사(PQ) 통과 업체-북미 임상 3상 마친 면역결핍치료제(IVIG-SN) 올해 안에 美 FDA 허가 신청-캐나다 공장 설립 통해 북미 시장 공략..연 3000억원 넘는 매출 기대-헌터증후군, 혈우병 치료제…기대되는 개발신약 줄줄이 ‘대기’


[배요한 기자] 녹십자는 1967년 창립되어 현재 국내 매출 2위의 제약회사이자, 특수의약품 개발을 통해 국내 생명공학산업을 선도해 온 연구개발 중심기업이다.



녹십자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B형 간염백신 개발을 시작으로 국내 최초로 알부민(과다 출혈이나 수술 시 쇼크 방지), 세계 최초의 유행성출혈열백신, 세계 두 번째 수두백신, 국내 최초 에이즈 진단시약, 2008년 세계 네 번째 유전자재조합 혈우병치료제(그린진), 2012년에는 세계 두 번째 헌터증후군 치료제 등을 잇따라 개발하며 바이오제약 부문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췄다.


특히, 독감백신과 신종플루백신은 WHO(세계보건기구)로부터 국제입찰 참가자격이 부여되는 사전적격인증(PQ) 승인을 네번째로 받아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았다. 전세계적으로 PQ인증을 받은 업체로는 사노피, GSK, 노바티스, 녹십자가 있다.


현재 임상 3상이 끝나 미국 허가 신청을 준비 중인 IVIG 외 그린진F(혈우병 치료제)가 미국 임상 3상 중에 있고, 헌터라제(헌터증후군 치료제)에 대한 글로벌 임상도 계획되어 있다.


녹십자는 신약개발을 위해 매년 매출의 10%를 R&D에 투자하고 있고, 올해는 중국과 미국, 캐나다 등의 현지법인을 거점으로 글로벌 인프라를 구축해 글로벌 제약사로의 변모를 꾀하고 있다.


녹십자의 강현구 과장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수년 안에 글로벌 50위 제약사로 도약할 것”이라며 “성장의 한계가 있는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수출에 역량을 집중해 매출액의 절반을 해외에서 창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 해외 수출 1위 달성…해외매출 50% '목표'


녹십자는 지난해 사상최대 해외매출을 기록하며 국내에서 해외 수출 1위 기업으로 우뚝 섰다. 이는 LG생명과학이 가지고 있었던 해외매출 최대기록을 경신하며 국내 제약산업의 역사를 새로 쓴 것이다.


지난해 녹십자의 해외 수출액은 약 22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40.3% 증가했다. 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은 24.9%에 달해 국내 제약사들의 평균 해외 매출 비중인 11.9% 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녹십자의 수출 1위 달성을 이끈 주요 수출품목에는 혈액분획제제(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 알부민 등), 백신(독감백신, 수두백신 등), 유전자재조합제제(헌터라제) 등이 있으며 주요 수출국에는 중국, 인도, 중동, 중남미 등 50여 개 국가가 있다.



한국투자증권 이상은 연구원은 “백신 수출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50% 이상 성장할 전망”이라며 “수두백신 수요 증가와 글로벌 업체들의 생산 감소로 수주 물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나 녹십자의 경쟁 우위는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국증권 김주용 연구원은 “플랜트 수출을 제외한 의약품 수출만을 기준으로 약 15%~16%의 수출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인도네시아 적십자와 혈액분획제제 플랜트 수출 업무협약(MOU)를 이미 체결한 상태인 만큼 플랜트 건설이 진행될 2016년부터는 다시 연간 40%대의 수출 고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녹십자는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아동기금(UNICEF)과 더불어 백신 세계 최대수요처인 범미보건기구(PAHO)에 단일품목으로는 국내 최고 수출액인 3천8만 달러(320억원) 규모의 독감백신 수출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한정돼 있는 국내 제약시장과 업체간의 경쟁 심화로 인해 녹십자는 해외진출 가속화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강현구 과장은 “선택과 집중을 전략을 통해 수년 안에 글로벌 50위 제약사로 도약할 것”이라며 “국내 시장은 성장의 한계가 있어 적극적인 해외 수출을 통해 매출액의 절반을 해외에서 창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 IVIG 올해 내 미국 FDA 허가 신청··캐나다 공장 설립 통해 연 3000억 매출 목표



지난 2013년 녹십자의 혈액분획제재 IVIG-SN(면역글로불린)은 미국 및 캐나다에서 임상 3상을 완료해 연내 미국 FDA 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이를 위해 녹십자는 이 약품의 생산시설인 오창공장의 리노베이션을 완료했고, 미국진출을 위한 완제품 시생산도 완료했다.



IVIG-SN는 녹십자의 대표 제품 중 하나로 면역계를 증강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연 500~6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혈액분획제제는 인체 혈액의 액체 성분인 혈장에서 면역이나 지혈 등의 작용을 하는 단백질만을 골라내 만든 의약품이다.


녹십자 강현구 과장은 “IVIG-SN(면역글로불린)은 고가 약품”이라며 “혈액에 있는 특정 단백질을 빼내 고순도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생산이 어려워 플레이어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내의 면역 글로불린 시장은 녹십자와 SK케미칼 두 업체가 장악하고 있어 타사들의 진입장벽이 높다. 특히, 녹십자는 국내 IVIG 시장의 약 80~90%을 점유하며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전세계 IVIG-SN 시장 규모는 8조 이상으로 미국 FDA의 허가에 따른 북미 시장 진출이 본격화 될 경우 녹십자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강현구 과장은 “북미 면역글로불린 제재 시장은 4조원 가량으로 전체시장의 절반이 넘는 가장 큰 시장“이라며 “녹십자는 연내 미국 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해 글로벌 혈액분획제제의 탄생을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9년 완공될 캐나다 퀘벡공장은 한국에 있는 공장보다 더 큰 규모가 지어지고 IVIG, 알부민 위주로 생산이 될 예정”이라며 “국민연금의 투자규모는 약 700억원에 달하고, 퀘백 주정부로부터 몇 십억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 이상은 연구원은 “녹십자의 중장기 성장동력인 북미혈액제제시장 진출은 안정적인 혈장 공급 계획(2020년까지 총 연간 최대 250 만 리터 혈장 공급)을 통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2014~2018 년 캐나다 혈액제제 공장 1800억원 투자계획에 따라 2019년까지 공장 완공과 캐나다 보건성 제품 등록(연간 최대 100만 리터 혈장 처리)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헌터증후군, 혈우병 치료제…기대되는 개발신약 줄줄이 ‘대기’

녹십자의 헌터라제는 난치병인 헌터증후군을 치료하기 위한 희귀병 치료제다. 전세계에서 녹십자와 엘라프라제(젠자임) 단 두 업체만이 개발한 상태로 블루오션과도 같은 시장이다.



헌터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자의 수는 전세계 2100명, 국내에는 70명이 있다. 헌터라제는 한번 맞는데 약값이 200만원이 넘고, 환자 1인이 치료하는데 3~4억원 가량이 들어 가장 비싼 의약품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특히, 헌터라제는 국내 출시 이후 2년 만에 국내 시장점유율을 50% 넘기며 경쟁사인 젠자임의 엘라프라제를 제치는 돌풍을 일으켰다.


강현구 과장은 “현재 헌터라제의 전세계 시장 규모는 7000억원으로 추정되지만 5년 내에는 1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세계 시장에서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헌터라제는 현재 4개 국가에 수출 중에 있고, 글로벌 임상이 준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녹십자의 기대 개발신약에는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순수 국내 기술로 자체 개발한 그린진F(혈액응고 8인자 결핍 치료제)가 있다. 그린진F는 1996년 개발에 착수해 2008년까지 150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해 세계 3번째로 제품화에 성공했다. 그린진F는 글로벌 임상 3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미국 FDA 허가가 2016~2018년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녹십자 측은 “미국, 유럽과 같은 선진국시장은 물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이란 등에 진입할 것”이라며 “향후 10년 이내 세계시장에서 10%의 점유율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