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오프라인 유통강자의 패착
'1强' 쿠팡 아래 치열한 물밑 전쟁…체질개선 우선돼야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4일 07시 3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쿠팡)


[딜사이트 유범종 차장]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다름 아닌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커머스는 전자상거래(electronic commerce)의 약자로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사고파는 행위를 말한다. 최근 이커머스는 유통산업에서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성장성이 기대되는 만큼 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물밑 전쟁도 참으로 치열해졌다. 시장 초창기인 2000년대만 하더라도 소규모 온라인몰이 난립했다면 2010년 쿠팡의 등장은 새로운 전환점을 알리는 시작이었다.


쿠팡은 출발부터 남달랐다. 로켓배송 서비스를 도입하고 배송 혁신을 기치로 내건 것이다. 100% 익일 직배송이라는 쿠팡의 로켓배송은 고객들의 장보기 일상을 뒤바꿔놨다. 이러한 압도적인 서비스 구축의 뒤에는 막대한 인프라 투자가 있었다. 쿠팡은 로켓배송 도입 이후 수십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 독보적인 전국구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쿠팡의 성장은 전통의 오프라인 유통강자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대표적으로 이마트를 보유한 신세계그룹은 2018년 말 SSG닷컴을 설립한 데 이어 기존 오픈마켓의 강자였던 이베이코리아까지 인수하며 공격적인 시장 확대에 시동을 걸었다. 롯데그룹도 각 계열사에 흩어져있던 온라인사업을 롯데온으로 통합하고 유통강자의 자존심 세우기에 나섰다.


하지만 유통 대기업들은 앞다퉈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도 좀처럼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은 2019년 16.3%에서 작년 11.1%로 5%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롯데그룹의 야심작인 롯데온도 같은 기간 5.7%에서 4.9%로 오히려 점유율을 깎아먹었다. 양사 모두 점유율 개선이 더디면서 영업적자도 지속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출발부터 스텝이 꼬였기 때문이다. 설립 초기에 온라인에 최적화된 전략을 수립한 것이 아닌 기존 오프라인 조직에 온라인 전략을 덧대는데 그친 것. 이에 온라인사업의 정체성도 모호해지고 브랜드전략도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더딘 성장은 오프라인 조직과의 융화 실패에서도 찾을 수 있다. 롯데온의 경우 롯데쇼핑 내 백화점·마트·롭스의 온라인사업을 떼어내 들고 왔지만 여전히 홈쇼핑과 하이마트는 별도의 온라인몰을 운영하면서 완전한 통합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쇼핑 내 각 사업부들이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매출이 크다 보니 롯데온 중심의 사업전략을 짜는데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오프라인 유통강자들이 헤매는 사이 쿠팡은 작년 하반기 지속된 적자에서 탈출하며 드라마틱한 실적 반등을 이뤄냈다. 압도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수익화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쿠팡의 이커머스 내 시장점유율은 약 25%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쿠팡은 현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됨에 따라 더욱 촘촘한 물류인프라 구축 투자를 계획 중이다. 추가적인 투자를 통해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어디서나 배송시간과 취급상품 가짓수를 같게 하는 일명 '쿠세권'이라 불리는 독보적인 물류시스템을 갖추겠다는 포부다.


멀찌감치 달아나려고 더욱 채찍질을 가하는 쿠팡 앞에 전통의 유통강자들이 대등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선 과거의 영광에서 벗어나 패착을 인정하고 도전적인 체질개선에 나서야만 할 때다. 자칫 잘못된 전략을 쓰거나 변화의 시기를 더 늦춘다면 영영 쿠팡을 따라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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