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 선 남양유업
'1200억 투자' 건강한사람들, 4년째 적자 어쩌나
⑦누적적자만 148억…건기식 연착륙 '분수령'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9일 17시 1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충청남도 홍성군에 위치한 건강한사람들 사업장. (제공=남양유업)


[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남양유업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육성 중인 건강한사람들(구 남양에프앤비)이 4년째 적자 수렁에 빠졌다. 남양유업은 미래먹거리로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을 낙점하고 종속회사인 건강한사람들을 선봉장으로 내세웠지만 아직까지 온전한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선 국내 건기식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연착륙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 중이다.


남양유업은 최근 장기 부진에 빠져 있다. 주력인 우유·분유사업 침체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이 회사 전체 매출의 70% 안팎을 담당하고 있는 우유·분유사업은 2019년까지만 해도 7665억원의 합산매출을 가져갔지만 작년 6721억원으로 3년 만에 12.3% 크게 감소했다. 국내 출산율 저하에 따른 구조적인 한계와 대리점 갑질과 불가리스 사태 등 각종 논란으로 불매운동이 거세게 일어난 탓이다.


이에 따라 남양유업은 새로운 사업다각화가 절실해졌고 성인 건기식을 통해 활로를 모색 중이다. 건강한사람들은 이러한 건기식 사업 확장의 일선에 서 있다. 2011년 설립된 건강한사람들은 남양유업이 100% 지분을 보유한 종속회사다. 음료생산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주력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작년부터 기존 PET음료 생산 중심에서 건기식과 신선이유식, 치즈, 가정간편식(HMR)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영역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2021년에는 종합식품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남양에프앤비에서 현재의 사명으로 과감히 변경했다.


이에 발맞춰 모기업을 통한 과감한 투자 역시 수 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는 최근 남양유업이 제한된 투자기조 속에서도 유일하게 대규모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실제 남양유업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 동안 현물출자 형식으로 총 1180억원을 건강한사람들에 지원했다. 2018년 270억원을 시작으로 2019년 435억원, 2020년 40억원, 2021년 435억원을 각각 투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건강한사람들은 이렇게 마련한 재원을 시설투자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20년 약 870억원을 투자해 다양한 건기식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신규공장을 충남 홍성에 준공했다. 특히 이 공장은 액상제품 생산간 적용되는 비가열 전기식 살균기기인 'PEF설비'와 신선이유식 등에 적용되는 살균기기 'HPP설비' 등을 탑재해 식품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최신식 공정을 도입했다. 나아가 최근에는 건기식 주문자상표부착생산 확대를 위한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적극적인 투자에도 좀처럼 수익성이 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한사람들의 매출은 설립 초기인 2012년 144억원에서 작년 303억원으로 10년 동안 110% 성장했다. 반면 수익성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2012년 11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19년 9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특히 2020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는 적자를 지속하며 누적된 영업적자 규모만 148억원에 달하고 있다.


건강한사람들 경영실적 변동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시장에선 건강한사람들이 적자를 벗어내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치열해진 국내 시장경쟁을 지목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은 건기식의 경우 설비투자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다 최근 식품과 바이오 등 수많은 동종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면서 난립상태가 되어버렸다. 결국 독자적인 제품경쟁력이 없는 한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졌다. 즉 설비투자가 곧바로 수익성으로 귀결되는 시장이 아니라는 말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국내 건기식시장의 경우 시대의 흐름과 궤를 함께 하며 빠르게 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기업의 성장성 측면에선 좋은 기회"라면서도 "하지만 최근 국내 수많은 기업들은 앞다퉈 건기식에 진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소비자들도 메피푸드(환자용) 등 종전과 다른 특화된 제품을 원하고 있어 독자적인 제품경쟁력 확보가 승부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자회사의 투자내용이나 전략은 대외비로 공개가 어렵다"며 "주력사업분야는 OEM으로 생산과 품질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점진적인 수익 개선을 기대 중"이라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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