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투자 포트폴리오]
2023 추석영화 삼파전
손익분기점 돌파 작품 '제로', FI 손실 불가피
세 편 영화 추석 연휴 동시 개봉 경쟁...FI, 후순위 투자자로 가장 늦게 수익 배분 받아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3일 16시 4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영화진흥위원회


[딜사이트 김태호 기자] 추석 연휴 기간 동시 개봉한 세 편의 텐트폴(흥행 가능성이 높은 작품) 영화가 모두 손익분기점(BEP)을 넘기지 못할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영화 제작비를 대는 재무적투자자(FI)들이 후순위에 서서 손해를 먼저 떠맡는 구조인 만큼, 투자금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문화콘텐츠 투자업계에 따르면 영화 '천박사 퇴마연구소 : 설경의 비밀', '1947 보스톤', '거미집'은 현재까지 모두 BEP를 넘지 못하고 있다. 세 편 작품은 올해 추석 연휴 전날인 9월 27일 일괄적으로 상영을 시작했다. 오늘로 개봉 17일차에 이르고 있어 조만간 대부분 극장에서 막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업계는 세 편 영화 흥행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추석 연휴 기간 중 다수 텐트폴 작품이 동시에 개봉하는 일이 드물뿐더러, 배급사 및 투자사도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천박사 퇴마연구소'는 'CJ ENM'이 배급과 메인투자를 맡았다. '1947 보스톤'은 국내 벤처캐피탈인 '미시간벤처캐피탈'이 메인투자자로 참여해 펀딩을 주도했으며 배급사인 '롯데컬처웍스'와 '콘텐츠지오'도 주축 투자자로 합류했다. '거미집'은 바른손 그룹이 배급과 메인투자를 동시에 맡았다.


세 편 모두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나마 배우 강동원을 앞세운 '천박사 퇴마연구소'가 선방했다. 전일 기준 관객 179만명을 모았다. 이 영화 BEP는 관객 240만명으로 책정됐다. 홍보마케팅(P&A) 비용을 제외한 순제작비는 113억원이 투입됐다. CJ ENM 외 FI로는 국내 기관투자자로 알려진 '원벤처스'와 DGB캐피탈, IBK기업은행 등이 참여했다.


감동실화를 바탕으로 한 '1947 보스톤'은 두 번째로 많은 관객을 모았다. 전일 기준 관객 87만명이 관람했다. 다만 이 영화의 BEP는 관객 450만명으로 높게 책정돼 투자자들이 가장 큰 손실을 입게 됐다. 총제작비가 210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미시간벤처캐피탈'은 약 30억원을 투자해 펀딩을 주도했고, '롯데컬처웍스'와 '콘텐츠지오'는 각 60억~80억원 가량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파트너스와 KC벤처스 등도 투자에 동참했다.


칸느 비경쟁부문 초청작인 '거미집'의 성적이 가장 나쁜 상황이다. 전일 기준 관객 30만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BEP는 관객 200만명 내외로 알려졌다. 영화 총제작비는 100억원 초반, 순제작비는 96억원이다. 해외 판권이 총 187개국에 선판매되는 큰 성과를 내면서 그나마 BEP가 낮아졌다. 문양권 바른손 회장이 최대주주인 벤처캐피탈 '펜처인베스트'와 바른손·바른손이앤에이가 총 100억원 가량을 집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니온투자파트너스'도 투자에 동참했다.


영화 수익구조. 출처=쇼박스 2023년 상반기 IR자료.

세 편 영화가 모두 BEP를 넘지 못하면서 투자자도 손실을 보게 됐다. 일반적으로 한국영화 투자는 제작비를 대는 FI가 후순위에 서서 손해를 먼저 떠안게 된다. 먼저 극장 티켓 판매 금액 중 부가세(10%)와 영화발전기금(3%)을 제외하게 된다. 남은 금액을 극장과 메인투자자가 약 5 대 5의 비율로 나누고, 메인투자자는 확보한 금액에서 약 5~10%의 수수료를 배급사에게 지급한다.


이후 메인투자자는 남은 금액에 해외 판권 등의 부가수익을 합산한 다음 이를 매출로 인식한다. 여기서 총제작비를 비용으로 처리한 후, 순이익이 나면 약 60%를 투자사 40%를 제작사 몫으로 나누게 된다. 배분은 수차례에 걸쳐 이뤄진다. 이같은 구조를 고려할 경우 '천박사 퇴마연구소' 메인투자자가 영화 티켓 판매로 인식할 매출은 현재 약 75억~80억원이며 '1947 보스톤'은 35억~40억원, '거미집'은 10억원 수준일 것으로 파악된다. 제작비를 제외하면 투자손실이 사실상 확정적이다.


문화콘텐츠 투자업계 관계자는 "유명 배우를 앞세운 텐트폴 세 편이 추석 연휴기간에 개봉했음에도 모두 BEP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은 상당히 충격적"이라며 "영화 투자에 근본적으로 회의가 들 만한 성적이 올해 내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같은 흐름이 계속된다면 수익구조상 후순위에 서게 되는 FI들은 자금 집행을 더욱 신중히 고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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