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 마르는 현금줄…믿을 구석 'SK렌터카'
2021년 보유현금 1조원, 공격 투자로 바닥…'배당 화수분' 렌터카서 실탄 확보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2일 16시 1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SK네트웍스)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SK네트웍스의 곳간 사정이 빠듯해지고 있다. 종합상사에서 사업형 투자회사로 정체성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선제적으로 조달해둔 현금 대부분이 동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SK네트웍스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된 SK렌터카가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자금 부담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보유현금 38% 감소·이자보상배율 1 미만…불안한 재무구조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네트웍스의 지난해 별도기준 보유 현금은 4340억원으로 전년(7014억원) 대비 38.1% 감소했다. 세부적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8.1%(2246억→941억원) 줄었으며, 단기금융상품은 28.1%(4769억→3400억원)으로 축소됐다.


(출처=금융감독원)

유동성 대응력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SK네트웍스의 유동비율은 73.3%로 전년 90.3%와 비교할 때 17%포인트(p) 하락했다. 유동비율은 현재 보유 현금으로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다. 해당 수치가 100%를 밑도는 것은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보다 부채가 더 많다는 뜻인 만큼 유동성에 문제가 있음을 나타낸다.


2021년까지 음수였던 이자보상배율은 2022년부터 양수 전환했지만, 여전히 1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해당 지표가 1 미만이면 한 해 벌어들인 이익으로는 이자조차 못 갚는다는 의미다. 채무상환력을 나타내는 순차입금/에비타(EBITDA)는 2022년 6.9배에서 지난해 9.7배로 늘었다. 순차입금/EBITDA가 높을수록 현금력에 비해 차입금 비중이 높아 재무구조가 불안한 것으로 본다.


◆'사업형 투자사' 전환 과정서 모아둔 현금 빠르게 소진


SK네트웍스는 지난 2021년만 해도 현금성자산이 1조원을 웃돌았다. SK네트웍스는 2010년대 초반부터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앞세워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전개해 왔다. 


본업인 상사부문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자 경영 효율화에 돌입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2016년 패션부문을 처분하며 3000억원을 확보했고, 2020년 직영주유소와 임대 주유소 310여개를 매각해 1조3000억원을 손에 쥐었다. 그 결과 2021년 말 기준 총 현금성자산은 1조902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SK네트웍스는 오너 3세인 최성환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부터 '사업형 투자사'로의 전환을 추진했다. 자동차 정비와 타이어 유통, 호텔, ICT 등 자체 사업을 유지하면서, 투자에 방점을 둔 지주사 형태를 갖추는 것이 골자였다.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AGM 현장에서 오프닝 스피치를 하고 있다. (제공=SK네트웍스)

자산 유동화로 막대한 규모의 실탄을 쌓아둔 SK네트웍스는 공격적으로 투자 활동을 전개했다. 


실제로 지난해 데이터 관리 및 솔루션 기업 '엔코아' 지분 88.5%를 951억원에 인수했으며, 반려동물 케어 기업인 '비엠스마일'에 28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SK네트웍스가 약 3년간 직접 투자와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로 투자한 기업은 약 20여개이며, 금액은 2000억원 이상이다.


◆100% 지배 SK렌터카, 현금력 탄탄…배당으로 곳간 확충


SK네트웍스의 보유 현금이 줄고 있는 것과 달리 돈 새어나갈 구멍은 점점 늘고 있다. 당장 내달에만 3700억원 규모의 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연간 기준으로는 6000억원이 넘는데, 전년(3673억원)보다 63.9%나 불어난 액수다. 여기에 더해 올해 지불해야 할 이자비용만 약 5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SK네트웍스가 상환보다는 차환 전략을 따르는 터라 이자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업계는 SK렌터카가 SK네트웍스의 유용한 현금 동아줄이 돼 줄 것으로 보고 있다. SK네트웍스가 SK렌터카 지분 100%를 보유한 만큼 배당금을 온전히 독식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SK네트웍스가 1200억원이 넘는 현금 출혈을 감수하면서 SK렌터카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예컨대 SK렌터카의 작년 말 별도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925억원으로 전년(326억원)과 비교할 때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배당 재원이 되는 이익잉여금은 2500억원으로 집계됐다. 렌터카 사업 특성상 지속적으로 현금이 유입되는 만큼 SK네트웍스는 지속적으로 자금 수혈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지난해 엔코아를 인수한 데다 다수의 투자가 이뤄지면서 현금성자산이 줄었다"며 "올해는 이호정 대표이사가 신년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건전한 재무구조를 구축하는데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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