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지배구조 분석]
'농협법' 앞세운 중앙회, 금융지주 경영·인사 개입
금융지주회사법 등 다양한 법 조항 예외 적용 명시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8일 07시 5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농협중앙회


[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금융권에서는 비금융기관인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를 지배하는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신경분리(신용-경제 사업 분리)' 이후 농협금융의 독립성을 보장해 주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친 농협중앙회의 경영 ·인사 개입은 '금산분리(금융·산업분리) 원칙을 위해하는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에 대한 경영·인사 개입의 고삐를 늦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최근 농협금융과 그 계열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검사로 잠시 주춤한 모습이지만 언제든 다시 갈등은 불거질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의견이다. 


기형적 지배구조 탓도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금산분리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에도 농협중앙회가 금융지주의 경영·인사에 개입할 수 있는 자신감의 근간에 '농업협동조합법'(이하 농협법)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금산분리 원칙 훼손? 농협 특수성 고려 '예외 적용'


농협은 2012년 신용사업부문과 경제사업부문을 분리한 '신경분리' 이후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로 나눠 운영되고 있다. 농협이 농민들의 협동조합이지만 금융사업부문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경제사업부문이 소홀해졌다는 문제의식에서 기인했다.


정부는 '신경분리'를 추진하면서 농협중앙회를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 체제로 개편하는 농협법 개정안을 내놨고, 2011년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상호금융을 제외한 금융사업부문이 금융지주로 모두 이관됐다.


주목할 부분은 신경분리를 통해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독립성을 부여했지만 여전히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은 분리돼야 한다. 금융지주회사법상 은행지주사 주식의 보유제한과 비금융주력자의 주식 보유 제한에 관한 조항이 적용돼 타 금융지주의 경우 산업자본은 일정 수준 이상 지분을 보유할 수 없다. 비금융기관인 농협중앙회는 산업자본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농협금융의 기형적인 지배구조에서 알 수 있듯 농협중앙회는 금산분리 원칙을 적용받지 않는 상황이다. 농협 특수성을 고려해 정부가 예외적으로 허용해서다. 농협금융의 독립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인 셈이다.


◆ '절대반지' 농협법, 중앙회 개입의 근거


농협금융은 금융지주사로 금융지주회사법 적용 대상이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은행계 금융지주사는 주주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동일인이 지분 10% 이상 보유할 수 없는 데다 의결권도 4% 이내로 제한된다. 산업자본의 경우 지분 4%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이는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금융지주회사법 제45조 4에 의하면 주요 출자자는 경제적 이익 등 반대급부 제공을 조건으로 다른 주주와 담합해 지주사 등의 인사 또는 경영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인사권 등에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하고, 지주와 금융계열사 인사 등에 개입할 수 있는 것은 금융지주회사법과 공정거래법 등에서 명시하고 있는 다양한 규제 조항을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이 상쇄해 주기 때문이다. 


농협법 제161조의10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금융지주회사법의 인가를 받은 은행지주회사로,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농협금융이 상법과 금융지주회사법,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는다. 다만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에 한해 금융지주회사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농협법 제12조는 '다른 법률의 적용 배제 및 준용'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금융지주회사 및 경제지주회사, 그리고 자회사에 한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25조 1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공정거래법 제25조 1항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국내회사로서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는 취득 또는 소유하고 있는 국내 계열회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농협중앙회의 경영·인사 개입도 농협법에 근거한다. 농협법 제142조의 2(중앙회의 자회사에 대한 감독)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자회사가 업무수행 시 중앙회의 회원 및 조합원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도‧감독할 수 있다. 또 결과에 따라 해당 자회사에 대해 경영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도 있다. 농협중앙회가 자회사인 농협금융을 감독할 권리를 갖고 있고, 따라서 경영 간섭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다양한 농협법 조항들은 농협중앙회장이 금융지주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되고 있다"며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 간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금산분리 원칙이 흔들린다고 하면서도 조심스레 농협금융의 지배구조 문제에 접근하는 것도 농협법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농협중앙회를 직접 조사할 수 있는 권한도 없지만 법적 타당성도 (농협중앙회가) 갖추고 있어 금융지주와 금융 계열사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며 "CEO 등의 선임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았는지를 살펴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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