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애매해진 코스닥 시장, '시원하게' 열어주자
증권사 풋백옵션 설정...VC업계 "하나마나한 규제완화"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8일 14시 5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Pixabay)


[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자꾸 이렇게 눈치만 주지 말고 시원하게 좀 줘봐!"


인기를 모았던 디즈니 플러스의 드라마 '카지노'에 등장하는 대사다. 중견기업 사장 정석우(최홍일 분)가 필리핀의 한 호텔 카지노의 사장 차무식(최민식 분)에게 분통을 터뜨리며 던지는 대사다.


석우는 가족여행으로 방문한 필리핀에서 무식을 만나 도박에 빠지며 빚더미에 앉았다. 카지노에서 계속 돈을 잃지만 게임에서 지는 이유가 보유한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도박중독자의 흔한 착각에 빠졌기 때문이다. 무식이 석우에게 원하는 액수를 빌려주지 않으려는 연기를 펼치면서 답답해하는 석우의 마음이 대사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 장면을 보면서 벤처캐피탈(VC)업계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되는 '코스닥 시장의 모순'이 떠올랐다. 코스닥이 금융당국의 지나친 규제로 모험자본시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오래된 지적이다. 마땅히 투자할 종목이 안보인다는 말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코스닥시장 기술특례상장 문턱을 낮춰 신기술 개발에 열중하는 기업을 돕겠다고 한다. 지난해 7월 소부장기업에만 허용되던 단수 기술평가 대상을 딥테크 등 첨단기술 기업으로 확대했다. 기술성 평가를 받기위해 거쳐야 할 기관을 2개에서 1개로 축소한 것 역시 대표적이다.


하지만 특례요건을 완화하는 동시에 기술특례상장기업이 상장 후 2년 내에 부실화될 경우 주관 증권사가 이후 기술특례상장을 주선할 때 풋백옵션(공모주 환매청구권) 6개월을 부과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주가가 공모가보다 많이 떨어질 경우 그 손실은 모두 증권사가 떠안게 된다. 금융당국의 지침으로 증권사들은 최근 자발적으로 6개월 풋백옵션 설정에 동참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당국의 이러한 장치가 시장 실질적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투자 위험을 증권사로 떠넘기며 시장을 위축시킨다고 반박한다.


금융당국은 코스닥 시장을 금융시장으로 본다. 자본을 투자하고 수익을 얻는다는 점에서 엄격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이다. 불완전투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노력은 어쩌면 당연하다.


반면, VC업계는 코스닥시장을 산업시장으로 봐야한다고 맞선다. 시장의 태생적 본질이 알 수 없는 미래에 투자하는 모험자본시장이라는 주장이다.


코스닥 시장은 1996년 7월 개설 당시 미국 나스닥(NASDAQ)을 본떠 만들었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증권시장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자금을 조달케 한다는 게 본래의 목적이다.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 지나친 투자자 보호가 시장 침체로 이어졌고 네이버 등 코스닥에서 시작해 대성한 기업 역시 코스피 시장으로 떠난 사례는 무수히 많다.


그렇다면 당국은 본래 취지에 맞게 코스닥 시장을 시원하게 열어주면 어떨까. 투자는 결국 개인의 선택이다. 보다 획기적인 규제 완화로 미국의 애플처럼 우량한 종목이 코스닥시장에 자리잡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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