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호정 산업1부장] "혁신은 죄가 없다. 혁신을 만들어내는 기업가를 저주하고, 기소하고, 법을 바꿔 기득권의 이익을 지켜내는 일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의 편익을 증가시키는 혁신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고 계속돼야 한다."

지난 1일 대법원이 타다 베이직 서비스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직후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SNS에 남긴 글귀다. 1, 2심과 마찬가지로 3심에서도 '무면허 택시 영업행위'가 아닌 '혁신 모빌리티 서비스'로 인정받자 허탈감과 참담함에 이 같은 글을 썼을테다. 4년 가까이 이어진 송사에 종지부를 찍고 사회적 명예는 회복했지만 사업을 이미 접은 터라 '상처뿐인 승리'로 끝맺음 됐으니.

타다 서비스가 사라진 건 '타다 금지법'이 주요인이다. 다만 관련법에 대한 소비자들의 무관심도 한몫 거들지 않았나 싶다. 기존 택시에선 느낄 수 없었던 청결함과 친절, 승차거부가 없다는 사실에 열광했으나 타다 금지법은 대다수가 남 얘기 정도로 치부했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대중교통 대비 많게는 10배가 넘는 요금을 지불하는 택시에서 소비자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건 자업자득 아닐까.

문제는 타다 사태를 겪었음에도 기득권과 정치권은 혁신서비스를 옭아매기에만 여념 없고, 소비자는 이해당사자의 싸움에 여전히 관심이 없단 점이다. 실제 많이 알려진 갈등 사례만 봐도 ▲로톡-대한변호사협회 ▲삼쩜삼-한국세무사회 ▲강남언니 및 닥터나우-대한의사협회 ▲직방-한국공인중개사협회 ▲비약자판기를 만든 도시공유플랫폼-대한약사회 등 한손에 꼽기 힘들 만큼 많다. 하지만 모두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하다 보니 누구도 혁신서비스에 대한 백기사를 자처하지 않고 있다.

우려스런 대목은 타다 금지법을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 등이 앞서 "타다의 승리는 국회의 패소"라며 반성의 목소리를 낸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문재인 정부와 국회의 노력을 일거에 폄훼하고 새로운 산업의 발목이나 잡는 집단으로 매도한다"고 반박했다는 점이다. 이 말을 의역하면 타다와 같은 사건이 다시 재현되도 표밭인 기득권 손을 들어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혁신서비스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 변화와 소비자들의 무관심이 해소되지 않으면 수많은 플랫폼 기업이 '제2의 타다'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셈이다.

물론 혁신서비스를 무조건적으로 허용하자는 것은 아니다. 명이 있으면 암이 있듯 플랫폼 기업의 시장 장악력이 커질수록 소비자와 사회가 책임져야 할 부담이 커질게 자명하다. 일례로 짜장면과 치킨 등 예전에는 당연했던 무료배달이 현재는 배달비 내는 게 더 자연스러진 것처럼 말이다. 나아가 IT 기술 발전에 따른 혁신서비스 활성화로 기득권이 설자리를 잃어 제로섬 게임에 빠질 경우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혁신서비스를 배척이 아닌 활성화시켜야 한다. 산업 발전을 위한 메기로서 분명 필요하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격변의 시대, 혁신은 기존 성장판의 한계를 깨뜨릴 수 있는 돌파구다. 한국이 혁신의 무덤이 된 것은 소비자의 무관심을 틈타 기득권을 업기 위한 정치권의 표 계산 때문 아닐까. 국내 스타트업의 데스밸리(창업 3~5년차) 생존율(29.2%)이 미국 등 해외보다 30%포인트 이상 낮은 건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