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GS칼텍스가 창사 이래 최대 투자를 단행한 석유화학 설비 'MFC(Mixed Feed Cracker)'가 좀처럼 수익성을 끌어 올리지 못하고 있다. MFC를 통해 석유화학부문의 원가 절감 효과와 생산 효율성을 확대한다는 구상이었으나, 업황 부진으로 기대만큼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다. 업황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인 중국발 공급 과잉이 국내 업계의 중장기 위협으로 꼽히는 만큼 MFC 투자금 회수는 요원하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GS칼텍스는 2021년 7월부터 전남 여수에서 올레핀 생산 시설인 MFC를 가동 중이다. 문제는 가동을 개시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2022년 2분기부터 석유화학 수요 감소가 시작되면서, 수익성 저하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GS칼텍스는 작년 3분기 보고서에서 "MFC가 낮은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GS칼텍스는 2022년 상반기 보고서까지만 해도 MFC의 가동률과 생산 실적을 공개해 왔다. 해당 설비는 2021년 말 기준 31만4000톤에서 2022년 2분기 말 37만2000톤까지 생산능력을 늘렸고, 분기 기준 100% 이상의 가동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로는 경쟁사에 사업 전략이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이유 MFC의 가동률 등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업계는 GS칼텍스가 수요 위축으로 MFC의 생산량을 줄이면서 가동률도 미공개로 전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가 MFC 가동으로 제품군에 추가한 폴리에틸렌(PE)의 가동률이 70% 수준인데, 이는 경쟁사들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3분기까지 에쓰오일의 석유화학부문 가동률은 기초 유분 100.7%, PE 등 폴리머 제품 86.4%였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 또한 기초 유화와 화학 소재 모두 90%대를 기록했다. GS칼텍스의 MFC가 아직은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MFC를 설계할 당시와 현재의 업황이 많이 다른 만큼, 투자액 회수 기간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며 "석유화학 업황은 중장기적으로 봐도 V자 반등의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GS칼텍스는 MFC 프로젝트에만 2조7000억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투자금 회수 계획과 수익성 개선 전략에 대해서도 딱히 밝히지 않고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이 장기적인 위협이 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석유화학과 정유를 전략 산업으로 육성 중이며, 자급률을 높이고 있다"며 "중국의 석유화학 생산능력이 최근 몇 년 동안 폭발적으로 늘면서, 중국을 최대 고객으로 둔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수요 감소를 겪는 중"이라 언급했다. 이어 "일부 제품에 대한 중국의 자급률은 100%가 넘어, 중국향 수출 물량 역시 급감했다"며 "중국을 대체할 만한 시장도 아직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