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
옥상옥 구조…지주사 2개인 이유는
③‘방송 지배’ SBS미디어홀딩스‧‘윤석민 지배력 강화’ 티와이홀딩스

[팍스넷뉴스 이상균 기자] 태영그룹의 지배구조에는 한 가지 특이점이 있다. 그룹 내 지주사가 2개나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지배구조는 보통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태영그룹은 상황이 다르다. 본업인 건설업 못지않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방송 계열사, 그중에서도 SBS를 소유하기 위해 SBS미디어홀딩스라는 지주사를 만들었다. 여기에 윤석민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티와이홀딩스라는 지주사가 추가됐다.


◆방송법 여파…2008년 SBS미디어홀딩스 설립


1973년 11월 설립한 태영건설은 1980년대 중후반부터 대규모 신도시개발 열풍을 등에 업고 사세를 확장시킨다. 1989년 11월에는 유가증권시장에도 상장했다. 


수많은 건설사 중 하나였던 태영건설이 한 단계 도약하게 된 계기는 서울방송, 즉 현재의 SBS를 설립하면서부터다. 1990년 방송법이 바뀌어 민간방송 설립이 가능해지면서 중견 건설사인 태영건설이 수혜를 입은 것이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았던 태영건설은 지상파 방송사를 거느리면서 기업의 위상이 크게 상승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2000년대 중반 방송법이 개정돼 민간기업이 공중파 방송사 지분 30% 이상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는 점이다. 자칫 SBS를 매각해야 하는 위기에 처한 태영건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고민 끝에 내놓은 해결책은 태영건설과 SBS 사이에 중간지주사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2008년 탄생한 기업이 SBS미디어홀딩스다.


지난해 9월말 기준 태영건설은 SBS미디어홀딩스 지분 61.2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어 SBS미디어홀딩스가 SBS 지분 36.92%를 갖고 있다. SBS미디어홀딩스는 설립하자마자 2008년 3월 일반지주사로 등록됐다.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액이 지주사 자산총액의 50% 이상(지주비율) 등 2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했기 때문이다. 지주사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자동으로 지정된다.




당초 지주사 지정 요건은 자산총액 1000억원이었지만 2017년 7월부터 5000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상향 조정 이전에 지주사로 지정된 기업의 경우 2027년 6월말까지 10년간 유예를 해주기로 했다. 


SBS미디어홀딩스는 이 같은 강화된 요건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2018년 9월말 기준 자산총액 5343억원, 지주비율 90.1%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채비율 0.3%로 173개 지주사 중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부채비율이 1% 미만인 지주사는 SBS미디어홀딩스를 포함해 네오위즈홀딩스(0.7%), 진양홀딩스(0.8%), 에스앤티홀딩스(0.1%), 키스코홀딩스(0.1%), 동일홀딩스(0%), 홈플러스홀딩스(0.8%), 태웅홀딩스(0.1%), 재능홀딩스(0%), 고영홀딩스(0%), 오리온홀딩스(0.3%) 등 11곳에 불과하다. 


지주사는 사업을 하지 않고 계열사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에 부채비율이 낮은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SBS미디어홀딩스의 재무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얘기다.


◆기업집단 내 지주사 숫자 제한 없어


태영그룹이 SBS미디어홀딩스라는 중간지주사를 설립한 것은 철저히 방송계열사를 지배하기 위해서였다. 반면 이번에 태영건설을 분할한 것은 윤석민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지주회사 체제에서 사업부문별 특성에 적합한 의사결정과 책임경영 체계를 확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경영 전문성과 투명성이 증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맡았던 태영건설이 사업회사로 전환하면서 티와이홀딩스라는 지주사가 새롭게 탄생했다. 방송 지주사 위에 또 하나의 지주사가 자리 잡는 옥상옥 구조가 나타난 것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1개 기업집단 내에 지주사 숫자를 규제하지 않는다. 다만 지배구조상 최상위에 위치한 지주사를 기준으로 삼은 뒤, 지분율 등 행위제한 요건을 적용한다. 


즉 티와이홀딩스를 지주사로 선정해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경우 상장사는 20% 이상, 비상장사는 40% 이상 지분을 보유하도록 규정한다. 증손자회사 지분율은 무조건 100%다. 기준점이 SBS미디어홀딩스에서 한 단계 상승한 티와이홀딩스가 되면서 SBS의 12개 자회사는 손자회사에서 증손자회사로 바뀌었고 지분율 요건도 한층 강화됐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지배구조는 태영그룹이 방송부문을 매각하기에 수월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SBS미디어홀딩스 지분 61.2%만 매각하면 본업인 건설업과 무관한 방송업을 처리할 수 있다.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는 “과거 LG그룹은 그룹 내에 지주사를 만든 뒤 계열분리를 하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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