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맏형의 고민'
올해 안에 삼성전자 일부 지분 매각?
②21대 국회의 금융그룹 감독법·보험업법 개정안 처리에 초미의 관심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5일 15시 4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삼성생명이 해결할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계속되는 저금리로 인해 자산운용수익률이 낮아지는 가운데 코로나19 여파로 실적 회복은 요원하다. 게다가 다음 달 시작될 21대 국회는 삼성생명에게 삼성전자 지분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할 전망이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자본적립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자산 300조원 이상의 리딩 보험사로서 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할지 주목되고 있지만, 삼성생명은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팍스넷뉴스는 삼성생명의 이 같은 상황을 점검하고 생보업계의 맏형의 행보를 예상해본다. 



[팍스넷뉴스 김현희 기자] “금융그룹 감독법이 삼성생명에게 삼성전자 지분을 얼마나 팔라고 제시할지는 알 수 없지만, 어느 정도 매각해야 한다는 것을 삼성생명도 알고 있다.”


삼성생명이 올해 안에 삼성전자 지분을 일부 매각할지 검토에 들어간다. 다음 달 새로 시작하는 21대 국회 정무위원회와 금융당국이 금융그룹 감독법안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울 계획이어서 삼성생명 내부도 선제 대응 차원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일부 매각하자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그룹 감독법은 정부가 지난 2018년부터 국정과제로 추진해오고 있다. 금융자산 5조원 이상이면서 여수신·보험·금융투자업 중 두 개 이상 업종을 영위하는 금융그룹 가운데 정부가 감독해야 할 이유가 있다고 판단되는 곳이 대상으로 한다. 이 법은 비지주사 금융계열이 보유 리스크 수준만큼 자본을 적립하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삼성·한화·미래에셋·교보·현대차·DB가 시범운영 대상으로 선정됐다.


◆ 법제정 전에 일부 매각할 수도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올해 금융그룹 감독법의 진행상황에 따라 선제적인 대응 차원에서 삼성전자 지분을 일부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물론 삼성그룹의 판단에 따라 진행되겠지만, 삼성생명 내부적으로도 국회와 금융당국의 움직임을 파악하며 지분 매각 여부를 가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삼성생명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 내부적으로도 올해 매각 여부를 그룹과 함께 고민할 것”이라며 “삼성전자 자사주매입과 소각이 끝나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9.9%로 맞춰져 왔는데, 금융그룹 감독제도의 진행에 맞춰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그룹 감독법은 삼성생명과 같이 비금융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한 금융회사들이 계열사의 부실을 부담하지 않도록 보유 지분 가치를 계산해 자본을 적립하도록 한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음달 새 국회 개원에 맞춰 법안을 재발의하기로 했다. 


아직은 비지주사 금융계열 중 선정된 대표회사가 쌓아야 할 자본비율 기준도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지만, 법 제정 속도와 요구 수준이 높을 것이라는 게 삼성생명의 내부 의견이다.


금융그룹 감독법의 자본 적립에 가장 민감한 금융계열은 6개 그룹 중 삼성금융계열과 미래에셋계열 등이다. 삼성금융계열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비금융 계열인 삼성전자 지분이, 미래에셋계열은 복잡한 지배구조 때문에 리스크 관리를 위한 필요자본 규모가 높아진다.


결국 금융그룹 감독법이 비지주사 금융계열의 자본적립 기준을 얼마나 높일지에 따라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 규모가 결정된다. 국회와 금융당국이 얼마나 합의할지도 관건이다. 


삼성생명 내부에 정통한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생명도 법 제정 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삼성전자 지분 극히 일부라도 팔 가능성도 있다”며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사과에 맞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주목되는 만큼 삼성생명 등 계열사 지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생명, 보험업법 개정안도 예의주시


21대 국회는 금융그룹 감독법 뿐만 아니라 보험업법 개정안까지도 재발의된다.


보험업법 개정안의 내용은 보험사가 계열사의 주식을 ‘시가’ 기준으로 총자산의 3% 미만으로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보험업법상 보험사가 계열사 지분을 총자산의 3%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돼있지만, 보험업법 감독규정 상 지분 가치를 ‘취득원가’로 계산한다고 돼 있다. 당연히 삼성생명이 현재 ‘취득원가’로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그룹 감독법과 보험업법 개정안이 동시에 추진된다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빠른 시일 내에 매각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는다. 금융당국이 법 심사 과정에서 국회와 어떻게 협의할지에 따라 삼성생명의 부담 가중이 달라지는 것.


보험업법 개정안대로 한다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의 상당부분을 팔아야 한다. 삼성생명의 총자산이 300조원 이상인 가운데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현 주가로 계산하면 30조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일부는 지배구조 개편상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에게 넘어간다고 해도 나머지 지분 처리는 골치가 될 수밖에 없다. 자칫 삼성전자의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일단 다음 달 21대 국회 분위기에 맞춰 모범규준 수준의 금융그룹 감독법의 시행령 등 세부사항을 준비한다. 보험업법 개정안도 법심사 과정에서 협의할 부분이 있다면 협의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여권 분위기가 금융그룹 감독법 등을 통과시키자는 의지가 강해 당국 차원에서도 시행령 협의를 염두하고 있다”며 “보험업법 개정안도 일단 재발의되고 법 심사과정에서 정부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금융그룹 감독법 시행령에서 담길 자본비율 기준 등을 위해 6개 금융계열과 계속 협의해야 한다. 삼성생명이 이 과정에서 얼마나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할지 주목된다. 보험업법 개정안의 법심사 과정도 마찬가지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도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몇개년에 걸쳐 어떻게 얼마나 매각할지 금융당국에 제시하면서 관련 법 제정과 개정 과정에서 많이 협의할 듯”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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