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원재연 기자] 무분별한 가상자산 공시가 투자자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공시 플랫폼인 쟁글(Xangle)이 부적절한 정보를 공시해 투자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재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업계의 공시 정보는 사설 기업의 플랫폼에서 확인할 수 있다. 블록체인 공시 플랫폼 운영사로는 쟁글, 센티넬, 수호 등이 있다. 자체 공시 시스템을 갖춘 업비트를 제외하고 대다수의 가상자산 거래소는 쟁글의 공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인 다트(DART)에서 제공되는 공시와 달리, 이들 플랫폼이 제공하는 공시는 별도의 형식이나 기준없이 각 프로젝트(블록체인 기업)가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정보를 기반으로 한다. 강제성이 없어 누락되는 정보가 많고, 수정과 삭제도 자유롭다. 이렇다보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공시에 대한 진위여부 확인이 쉽지 않다. 공시 플랫폼사 역시 공시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단, 자체적으로 필터링 시스템을 두고 있다. 쟁글 관계자는 "(필터링 시스템과 관련해)금융권의 공시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시를 전후로 가상자산 가격이 오르는 이른바 '공시 호재'가 최근 유행을 타면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 공시 시스템의 허술함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 27일 가상자산 프로젝트 무비블록(MBL)은 쟁글을 통해 '빅 어나운스먼트' 공시를 예고했다. 공시 내용이 밝혀지기도 전에 공시 예고만으로 가상자산 MBL 가격은 호재 기대감을 엎고 같은 날 약 30%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이후 발표된 공시 내용은 '계원예술고등학교와 온라인 영화제'였다. 기대 이하의 공시 내용에 투자자의 허탈함은 그대로 가격에 반영됐다. 더욱이 관련 공시는 이틀 전인 지난 25일 계원예술고등학교 홈페이지에 이미 공개된 내용이었다. 공시 후 가격은 같은 날 최고가인 3.6원에서 2.3원으로 36%가량 내렸다. 

가상자산 젠서(XSR)도 지난 27일날 예약 공시를 했다. 공시 내용과 상관없이 투자자의 기대치가 높아지며 가격이 뛰기 시작했다. 이후 공시된 내용은 신규 거래소 상장으로 의미는 있었지만, 투자자의 기대치에 못미치는 거래소에 상장하다 보니 가격은 급락했다. 가상자산 XSR 가격은 공시 공개 이전 9원에서 공시예약 이후 40원까지 344% 올랐으나, 내용 공개 이후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쟁글 관계자는 무비블록 공시와 관련해 "가상자산 업계에서 중요하게 여겨질 수 있는 내용들을 공시한 것"이라며 "공시 기업 대부분이 스타트업으로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업들이 공시하는 내용이나, 사업규모, 사업 성과 등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가격 상승을 노리는 프로젝트들이 공시 플랫폼에 무분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단발성 가격 상승을 위한 예약공시를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업계 관계자는 "운영 지침이 미비해 한번 올라간 공시가 삭제되는 사례도 빈번하고, 호재성 내용의 공시만 쏟아내고 있다"며 "허위 공시관련 규제나 법이 존재하지 않고, 강제성이 없어 공시가 가격 조작 등에 악용될 소지가 높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