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
쓰디 쓴 자원개발의 악몽
① 투자금 대부분 증발…구조조정으로 끝난 '흑역사'
종합상사는 1990년대까지 국내기업들의 수출 창구 역할을 하며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폭넓은 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생필품부터 군사용품까지 손을 거치지 않은 제품이 없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자체 수출역량을 갖추면서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다. 매출은 물론 수익성까지 저하, 종합상사만이 할 수 있는 사업 발굴에 여념이 없다. 국제 유가 하락, 코로나19 등으로 글로벌 경제환경이 더욱 불투명해진 가운데 국내 종합상사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진단해 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아이크 바티스타 브라질 EBX그룹 회장(오른쪽)

[팍스넷뉴스 정혜인 기자] 우리나라 종합상사들이 너도나도 자원개발에 뛰어들 때 SK네트웍스도 자원개발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원개발이라는 단어가 SK네트웍스에 '뼈 아픈 단어'다. 그룹 총수가 직접 진두지휘하기까지 하면서 적극 투자했지만, 처참히 실패해 대부분 흔적 없이 사라졌다.


해외 자회사들 가운데, 현재까지 SK네트웍스 내에서 자원개발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은 'SK네트웍스 리소스 오스트레일리아' 딱 한 곳이다. 다른 종합상사들이 여전히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자원개발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점과 비교하면 규모가 상당히 작은 편이다.


남은 한 곳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누적된 순손실에 자산이 크게 쪼그라들었다. SK네트웍스는 2011년 1477억원을 들여 호주 자원개발 법인을 만들었지만, 해당 법인의 현재 가치는 장부가액 기준 '0원'이다. 2018년 말까지만해도 호주 자원개발 법인 가치를 641억원으로 책정했지만, 연이은 순손실에 투자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 보유 지분을 모두 손상처리했다.


호주 자원개발 법인의 자산 규모 감소세도 가파르다. 2017년 1658억원에 달했던 SK네트웍스 리소스 오스트레일리아의 자산총계는 2019년 253억원, 올해 1분기 246억원으로 감소했다. 특히 2019년에는 1204억원의 순손실을 내면서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302억원까지 하락했다.


SK네트웍스의 그 동안의 자원개발 역사는 지금과 같이 초라했던 것만은 아니다. 한 때는 그룹 총수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나서 우리나라의 자원 외교에 참여할 정도로 화려했다. 


SK네트웍스의 자원개발 역사의 중심에는 '브라질의 철광석 광산 개발' 사업이 자리잡고 있다. SK네트웍스는 2010년 EBX그룹이 운영하는 철광석 업체 MMX에 7억달러(약 8230억원)를 투자해 지분 13.7%를 획득했다. 투자 전후 최태원 회장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최 회장은 EBX그룹 회장을 한국으로 직접 초대해 계약을 체결하는가 하면, 그 다음 해에는 EBX그룹 회장을 만나기 위해 브라질을 찾아 자원개발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외에도 SK네트웍스는 멕시코, 중국, 호주 등 세계 각지에서 자원개발 관련 사업을 운영했다. 2008년 광물자원공사와 국내 민간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꾸려 멕시코 볼레오 동광 사업에 투자했으며, 같은 해 중국에서는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중국 5대 동(銅) 광산이자 제련소 복합기업인 '북방동업' 지분 39%를 인수하고 경영에 참여하기도 했다. 호주에서는 2013년 13개 석탄 광구를 두고 있는 코카투 지분을 싱가포르 자원개발업체 노블과 공동으로 취득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현재는 호주 사업만 제외하고 나머지 사업들을 모두 철수했다. SK네트웍스 자원개발 사업의 증발은 철광석 광산인 MMX의 주가하락에서 시작됐다. 철광석 개발 계획이 지연되는 등 현지 사정으로 인해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웠고 이에 따라 MMX의 손실 규모는 점차 커졌다. 당시 브라질 증권거래소에서 MMX 주식은 SK네트웍스가 구매한 총 지분 인수가의 10분의 1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SK네트웍스는 투자금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2013년부터 MMX 지분 가치를 모두 손상 처리했다. 이로 인해 SK네트웍스는 2013년 10년 만에 처음으로 순손실을 기록했다. 심지어 순손실 규모는 5918억원(연결 기준)에 달했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순손실 발생은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10년 만에 처음 일어난 대규모 순손실에 SK네트웍스는 사업부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먼저 휴대폰 유통 부문(IM)의 대리점(소매) 사업을 SK텔레콤 자회사인 PS&마케팅에 1346억원에 넘겼다. 이후에는 중국 현지에 있는 SK빌딩을 관리하는 SK차이나컴퍼니, 스카이프로퍼티 등의 주식을 계열사인 SK하이닉스, SK종합화학, SK㈜에 매각해 현금 2900억원을 만들어냈다. 서울 대치동에 지은 신사옥과 중국 구리광산(북방동업)을 각각 3000억원, 2000억원에 처분하며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로써 다사다난했던 SK네트웍스의 자원개발 역사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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