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M&A
제주항공, 연이은 딜 무산 속 고심 가득
아시아나항공 이어 이스타항공 인수도 좌초…이스타 "제주항공 책임 끝까지 묻겠다"
(사진=제주항공)


[팍스넷뉴스 권준상 기자] 제주항공이 추진했던 항공사 인수·합병(M&A)에서 연이어 좌절을 맛봤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에 밀려 고배를 마셨고, 절치부심하며 '규모의 경제'를 꾀했던 이스타항공과의 결합 시도는 스스로 포기했다. 두 번의 인수·합병 모두 국내 항공업계의 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이벤트였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아무런 소득 없이 오히려 이스타항공과의 법정공방만 예고된 처지에 놓였다. 


◆번번히 쓴잔 마신 항공사 인수 추진


23일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 관련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공식화했다. 제주항공의 항공사 인수 좌초는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이번이 두 번째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에 나서기 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보통주 6868만8063주(지분율 31.0%·구주)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보통주(신주)을 인수하는 방식의 딜(Deal)이었다. 아시아나항공 산하의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등 자회사 6곳도 함께 매각하는 이른바 '통매각'으로 매각가격은 약 1조5000억원이었다. 


제주항공은 모기업인 애경그룹이 나서 본입찰에 참여한 주요 후보자들 중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당시 본입찰에 참여한 후보는 ▲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컨소시엄 ▲KCGI-뱅커스트릿PE컨소시엄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컨소시엄이었다.


산하에 제주항공을 보유하고 있는 애경그룹은 자금의 규모보다 항공산업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부각하며 인수전에 임했다. 당시 애경그룹은 "항공업에 대한 운영 노하우를 갖고 있는 유일한 입찰자"라며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고 체급을 키워 규모의 경제효과를 통해 중복비용을 해소하는 등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경그룹은 자금여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스톤브릿지캐피탈을 재무적투자자(FI)로 끌어들이는 한편, 베인앤드컴퍼니(BAIN&COMPANY)와 한 달간 실사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했을 시 제주항공과의 시너지 극대화,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에 대한 구상을 구체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선인수협상자는 인수전에서 양강구도를 형성했던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컨소시엄의 몫이었다. 인수가에서 큰 격차를 보인 제주항공(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컨소시엄은 고배를 마셨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가로 2조5000억원을 베팅했다. 제주항공(애경그룹)-스톤브릿지컨소시엄은 1조5000억~2조원 가량을 베팅해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컨소시엄에게 우선인수협상자 자리를 내줬다.


◆'규모의 확대' 선언, 결과는 법정공방


아시아나항공 인수에서 고배를 마신 애경그룹은 제주항공을 내세워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의 새 주인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룹 내 LCC 1위 제주항공을 통해 업계 5위 이스타항공을 인수해 시너지 제고를 도모한다는 구상이었다. 항공산업의 노하우와 경쟁력을 갖춘 항공사 간의 결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점유율 확대와 시장 주도권 강화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항공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현 AK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해 여객 점유율을 확대하고 LCC 사업모델의 운영 효율을 극대화해 LCC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할 계획"이라며 "안전운항체계 확립과 고객만족도 개선이라는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의 인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 속 부담이 확대되며 딜(Deal) 파기란 결과를 마주하게됐다. 이로 인해 업계 안팍의 시선은 양측간 법정공방으로 쏠리고 있다. 이미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의 주식매매계약 해제 통보에 반발하며 이번 사태에 대한 제주항공의 책임을 묻기 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주장은 주식매매계약서에서 합의한 것과 다르며, 제주항공이 계약을 해제할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항공의 주식매매계약 이행을 촉구하며 계약 위반·불이행으로 인한 모든 책임은 제주항공에게 있다"며 "이스타항공은 임직원과 회사의 생존을 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각종 미지급금 규모가 1700억원에 달한다며 이에 대한 해결 없이는 인수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제주항공은 이날 계약 해제 선언시에도 "계약상 진술보장의 중요한 위반 미시정과 거래종결기한 도래 등에 따라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은 양사 경영진간 간담회 회의록과 통화 녹취록 등을 공개하며 이스타항공의 셧다운과 인력 구조조정이 제주항공의 강요로 이뤄졌다고 주장한 점과 1700억원 규모의 미지급금 부담 등을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앞서 셧다운과 인력 구조조정 강요 논란 관련 수세에 몰렸던 제주항공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전부터 이스타항공 내부적으로 준비된 사안이라며 반박했던 상황이다.   


반면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 주식매매계약서상 선행조건을 완료했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다시 말해 당초 양사간 체결한 계약서상에 담긴 사항은 해결됐고, 제주항공이 주장하는 미지급금은 선결조건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결국, 양측은 계약 해제에 따른 책임전가를 확대하는 가운데 향후 계약보증금·대여금 반환 소송과 계약 이행 청구 소송 등을 제기하며 법정공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재 제주항공은 법무법인 광장, 이스타항공은 태평양을 통해 계약 파기에 따른 책임 소재를 골자로 한 법리검토를 진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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