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기소 쟁점
'적자'모직·'침체'물산···돌파구 고심
②합병직전 양사 수익구조 악화일로…합병 이듬해 흑자전환 '경영 정상궤도'
검찰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11명을 기소한 사건은 재판 결과에 따라 삼성그룹을 넘어 국내 금융투자업계와 자본시장에도 큰 파장과 후폭풍을 가져올 메가톤급 사안이다. 자본시장 전문 미디어인 팍스넷뉴스는 향후 검찰과 변호인단이 다툴 공소사실의 핵심 쟁점에 대해 금융 및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관점에서 미리 살펴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이 지난 5월26일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에 대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사진=팍스넷뉴스 DB)


[팍스넷뉴스 류세나 기자] 검찰은 제일모직(현 삼성물산)과 삼성물산 합병 등 일련의 지배구조 재편 작업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승계'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대 수혜자도 이재용 부회장으로 못 박고 있다.


하지만 당시 양사가 처한 경영환경은 승계보다는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돌파구나 타개책 마련이 절실했다는 것이 재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제일모직이 상장(IPO)으로 덩치를 키우는데 성공했지만 이듬해부터 적자로(개별기준) 돌아섰고, 삼성물산은 주력사업인 건설부문에서 영업이익률이 1%대로 낮아지면서 양사 재무구조가 흔들리는 상황이었다.


◆ 삼성물산, 건설 부진.. 자산 30조 불구 시총 8조 수준



두 회사가 합병을 결정하기 전 2012~2015년 상황을 되짚어 보면, 당시 국내 주택시장은 이미 침체기에 빠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전국적으로 미분양 가구가 속출했다. 사회간접자본(SOC) 신규 수요도 메말랐다. 해외수주는 단순 시공으로 치열한 가격 경쟁 탓에 수익성이 극히 저조했다.   


삼성물산에서 건설부문은 총이익의 90% 가량을 책임지고 있었다. 대내외 경기는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2011년 5.45%였던 건설부문 영업이익률은 2012년 4.78%, 2013년 2.59%, 2014년 3.83% 수준으로 시중금리 수준을 밑돌았다.   


2014년 당시 삼성물산에 이은 시공능력평가 2위를 기록한 현대건설의 영업이익률(5.45%)에 비하면 회사의 경영 사정이 어땠는지는 더욱 선명해진다. 제일모직과 합병 발표 직전인 2015년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1.55%까지 낮아졌다.   


부진한 주가 흐름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2014년 말 7만1000원대 선에서 거래되던 삼성물산 주식은 2015년 들어 6만원대로 주저앉았다. 합병 발표 직전에는 5만원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그 해 4월 말 발표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영업이익(488억원)이 전년대비 57.7% 줄어든 어닝쇼크를 기록한 영향이 고스란히 주가에 반영됐다.  


산출된 합병가액(1주당 5만5767원)만 봐도 증시에서 삼성물산에 대한 기업가치가 얼마나 저평가됐는지 가늠할 수 있다. 당시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은 8조7118억원에 그쳤다. 2015년 반기말 기준 삼성물산 자산(29조6315억원) 규모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삼성물산이 당시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597만6362주, 지분율 4.06%)의 가치만 계산해도 무려 7조5780억원에 달한다. 증시 투자자들이 삼성물산의 실적 전망이나 사업성 등을 얼마나 낮게 보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재계 관계자는 "당시 경영실적과 주가 흐름을 보면 당장 주주들이 회사로 몰려와 주가 하락 방어나 부양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라고 단체행동에 나선다 해도 어색하지 않았을 분위기였다"며 "삼성물산 경영진 입장에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타개책 마련이 그야말로 '절실한'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 제일모직, '이재용 프리미엄' 시장 눈높이 맞추기 위한 타개책 마련 절실


제일모직 상황 역시 녹록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산업을 점찍었는데,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들어가는 막대한 투자금 마련이 만만치 않았다. 바이오는 장기투자가 필수인데 반해 성과는 즉각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투자만큼 성공을 담보할 수도 없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5대 미래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바이오를 지목하면서 내부적으로 느끼는 부담감 역시 상당했다.


제일모직은 2012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확보할 때도 삼성엔지니어링, 크레듀 등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체 확보 가능한 자금을 모두 끌어다 썼다. 제일모직(당시 삼성에버랜드)이 상장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안정적 투자 재원 조달이었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제일모직의 자산규모는 2014년 3분기까지 8조5469억원(개별기준) 이었으나 같은 해 12월 상장을 거치면서 연말기준 9조2460억원으로 7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현금성자산은 석 달 만에 274억원에서 2086억원으로 7.6배 급증했다.  


이 같은 결정에 가장 민첩하게 움직인 세력은 기업의 미래가치에 주목하고 베팅하는 주식 투자자들이었다. 그룹이 밀고 있는 바이오 산업을 꿰차고, 차기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제일모직 주가는 고공행진했다. 삼성물산과 합병 발표 당시 시가총액은 21조5000억원으로 2015년 반기말 연결 자산총액 8조7722억원 보다 2.5배나 컸다. 


증시에서 높은 몸값과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당시 제일모직의 경영실적은 시장의 눈높이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개별 재무제표 기준 2013년과 2014년 각각 1081억원, 926억원 등 1000억원 수준을 이어왔던 영업이익은 2015년 반기에 23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테마파크 입장객 감소와 패션부문 매출이 급격히 떨어진 영향이다. 제일모직으로서도 실적 회복과 도약을 위한 반전 카드가 필요했던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 주가가 급등해 시가총액이 커지면 오너나 경영진들이 좋아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반대"라며 "기업 수준에 걸맞지 않게 주가가 오르면 머잖아 '거품'이었다는 사실이 경영실적 등으로 확인되면서 주주들의 항의나 반발이 커지기에 오히려 경영진 입장에선 불안감과 부담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일모직 경영진 입장에선 상장 후 '이재용 프리미엄'으로 인해 회사가 기대했던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주가가 상승하는 것에 상당한 우려와 당혹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증시에서 평가되는 시총에 걸맞게 회사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실적 회복과 신사업 성장 전략 마련을 위한 타개책 마련에 나섰고 그 방안이 삼성물산과의 합병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합병 존속법인인 제일모직(현 삼성물산)은 2015년 2090억원(개별기준) 적자에서 벗어나 다음해 31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 경영 정상화의 길로 들어섰다.  2017년도 영업이익 5619억원(영업이익률 2.75%), 2018년 7094억원(3.40%)의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나타냈다. 건설사업 통합을 통한 포트폴리오 재정비, 해외수주 확대가 주효했다.  


자본시장 전문가는 "2010년 초중반은 삼성이 그룹 사업재편을 위해 계열사간 지분조정, 통합작업을 재빠르게 진행하던 시기"라면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건 역시 일련의 그룹 사업재편의 연장선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사 모두 주가나 안정적 미래사업 기반 구축을 위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는 것"이라며 "합병 목적에 '이재용 승계'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명확한 것은 승계 외에도 합병을 추진해야만 하는 다른 전략적 이유들이 분명히 존재했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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