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낸드 품은 SK하이닉스, M&A로 시장 꿀꺽
SK그룹 편입 후 연이은 M&A 딜로 기술력 확보…인텔 딜은 경쟁력 강화의


[팍스넷뉴스 심두보 기자] 하이닉스반도체(現 SK하이닉스)는 2011년 당시 M&A 시장에 방치된 오래된 매물이었다. 실적도 부진했다. LG전자와 현대중공업 등이 인수후보로 거론되었으나 이들은 모두 발을 뺐다. 그러다가 SK텔레콤과 STX가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실사기간 연장, 매각구조 변경, 일정 연기 등 우여곡절 끝에 SK텔레콤은 마침내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하게 됐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인수 전략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한 단계씩 높여왔다. 이번 인텔 NAND 사업 인수는 일련의 SK하이닉스 인수 전략의 결정체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2012년~2013년, 낸드플래시 컨트롤러社 집중 인수


2012년 6월 20일, SK하이닉스는 LAMD(Link_A_Media Devices Corporation)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인수금액은 2870억원이었다. 2004년 설립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LAMD는 컨트롤러 분야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15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던 작은 기술기업이었다. SK하이닉스는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실적보단 LAMD의 기술력을 더 크게 본 것이다. 이 LAMD 인수 거래에 앞서 SK하이닉스는 이탈리아의 낸드플래시 개발업체 아이디어플래시를 인수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대만 이노스터테크놀로지의 임베디드 멀티미디어카드(eMMC) 컨트롤러 사업부를 인수했다. 


낸드플래시 컨트롤러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간 신호를 제어하는 핵심 부품이다. 컨트롤러는 SSD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디지털카메라, 메모리카드 등에 장착되는 eMMC 등 낸드플래시 메모리로 만드는 솔루션에 모두 탑재된다. 즉, 메모리의 두뇌 역할을 하는 셈이다. 낸드플래시에 컨트롤러가 더해지면 그만큼 부가가치가 훨씬 커지게 된다.


타사와 협력해 플래시카드 등을 만들던 SK하이닉스는 아이디어플래시, LAMD, 이노스터의 eMMC 사업부 등을 연이어 인수하면서 낸드플래시 분야의 경쟁력을 독자적으로 높일 수 있게 됐다.


◆2014년, 두 건의 인수…낸드플래시 기술력 확장


2014년 SK하이닉스는 미국 바이올린메모리의 PCIe 카드 사업부와 유럽 소프텍 벨라루스의 펌웨어 사업부를 각각 인수했다.


2005년 설립된 바이올린메모리는 플래시 솔루션 전문회사다. 그중 30여 명으로 구성된 PCIe 카드 사업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낸드플래시 솔루션 및 시스템 개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SK하이닉스는 인수를 통해 이 사업부의 자산과 인력, 그리고 특허를 일괄 흡수하게 됐다. PCIe는 디지털기기의 메인보드에서 사용되는 직렬구조의 고속 입출력 인터페이스다.


연이어 인수된 소프텍 벨라루스의 펌웨어 사업부는 낸드플래시 업체들과 협업해 펌웨어를 생산하고 있었다. SK하이닉스는 역시 이 사업부의 기술과 인력, 그리고 자산을 일괄 인수했다. 펌웨어는 낸드플래시 컨트롤러에 내장되어 제품 속도와 안정성 등을 향상해주는 기능을 한다.


투자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 아래에 있던 SK하이닉스가 SK그룹에 인수된 이후 공격적이고 체계적인 M&A를 단행해왔다"면서 "SK하이닉스가 빠르게 기술 경쟁력을 갖춰나갈 수 있는 발판에는 적절한 인수전략이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도시바메모리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조 단위 딜 데뷔


2017년 세계 반도체 시장은 크게 술렁였다. 낸드플래시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점유율 2위였던 도시바메모리가 매물로 나온 것이다. 이 인수전엔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 폭스콘, SK하이닉스 등 전략적 투자자뿐만 아니라 베인캐피탈, KKR 등 글로벌 사모펀드 등도 참여했다.


2017년 9월 28일 도시바는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과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 컨소시엄은 SK하이닉스, 베인캐피탈, 일본산업혁신기구(INCJ), 일본정책투자은행 등으로 구성됐다. 


매각 가격은 2조엔(20조원)이었으며, SK하이닉스는 약 4조원을 부담했다.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은 도시바메모리 지분 49.9%를 확보했고, 나머지 지분은 도시바와 일본 파트너기업인 호야가 보유해 경영권을 유지하는 구조였다.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탈이 설립한 2개의 특수목적법인(SPC)에 각각 2조6921억원과 1조3056억원을 출자하는 형태로 도시바메모리에 투자했다.  


당시 인수한 도시바메모리의 현재 사명은 키옥시아다. 키옥시아는 올해 기업공개(IPO)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미·중 무역 갈등의 여파로 무산됐다.


SK하이닉스가 조 단위 M&A에 참여하며 경쟁사 지분을 확보한 데에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분 투자 후 10년간 키옥시아의 기밀 정보에 접근이 차단됐다는 점에서 SK하이닉스가 기대한 만큼 시너지를 얻어내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낸드플래시 경쟁력 강화의 정점 '인텔 사업부' 인수


2012년 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순위는 삼성전자, 도시바, 마이크론에 이은 4위였다. 하지만 이번 인텔의 낸드 사업부 인수를 통해 SK하이닉스는 2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낸드(NAND) 사업부를 두 번에 나누어 인수하게 된다. 2021년 말까지 중국 다롄 생산시설과 SSD 사업부문이 해외에 신설 예정인 SK하이닉스의 자회사로 이전된다. 이어 2025년 3월까지 그 외 낸드 IP, R&D 및 생산시설 운영 인력 등 낸드 사업을 맡게 되는 인텔의 자회사 지분이 동일 자회사에 인수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를 통해 낸드 플래시 및 SSD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시에 고부가가치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메모리 반도체 사업군 간 균형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인수 1차 클로징까지 시간이 상당히 남은 편이어서 인수자금 마련에 대한 준비는 내년에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본다"면서 "자체자금, 차입, 외부조달 등 복합적인 구조가 짜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비핵심 자산이나 계열사, 혹은 보유 지분을 매각해 일부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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