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사 "현대·기아차 품질이슈 중점 모니터링"
대규모 품질비용 신용도에 악재···등급 하향 계획은 없어
(사진=현대차그룹)


[팍스넷뉴스 권준상 기자] 신용평가사(이하 신평사)들이 대규모 품질비용 반영을 예고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신용도에 우려를 표했다. 신평사들은 현대·기아차의 신용등급을 당장 하향할 계획은 없지만 향후 품질이슈를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22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대규모 품질비용 인식이 당분간 현대·기아차의 신용도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수석애널리스트는 "선제적인 품질조치를 통한 품질경영 의지표명과 소비자 신뢰 회복 등의 순기능도 있지만, 반복되는 품질 이슈와 판매보증 충당부채의 변동성 확대로 수익성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약화됐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지난 19일 세타GDI 등 일부 엔진에 대한 추가적인 충당금 설정과 선제적인 고객 보호 조치를 위해 약 3조3600억원(현대차 2조1000억원, 기아차 1조2600억원)의 품질비용을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측은 "예측 대비 교환율이 상승했고, 차량 운행기간을 12.6년에서 19.5년으로 재산정하는 등의 영향으로 추가 충당금 반영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선제적인 조치 차원에서 고객들의 불만사례가 접수되고 있는 세타2 MPI·HEV, 감마, 누우에 등 기타엔진에 대해 엔진 진동감지 시스템 소프트웨어(KSDS) 확대 적용과 추가 충당금을 반영하기로 했다.



세타2엔진 문제는 줄곧 현대차그룹의 발목을 잡아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9년 개발한 세타2 엔진에서 떨림과 시동꺼짐 등의 결함이 발생함에 따라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과 미국에서 판매한 467만대의 차량 엔진을 평생 보증해주기로 했다. 세타2 GDI엔진 관련 품질비용 누적금액은 지난 2019년까지 현대차 1조3000억원, 기아차 7000억원에 달한다. 이번 품질비용은 과거 3~4년간의 누적비용을 초과하는 매우 큰 규모다.


김 연구원은 대규모 품질비용 인식으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그는 "현대·기아차가 국내시장 신차 판매 호조, 미국시장 점유율 상승과 판매믹스 개선 등에 힘입어 지난 2분기를 저점으로 3분기부터 영업실적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 대규모 품질비용 인식으로 큰 폭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며 "연간으로도 전년 대비 수익성은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현대차의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5.8% 증가한 28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245.8% 늘어난 1조308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아차는 매출 15조4000억원, 영업이익 6523억원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번 대규모 추가 충당금 반영으로 현대·기아차의 3분기 실적은 기존 예상치를 밑돌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 연구원은 중장기 현금흐름에도 부담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동화, 자율주행, 차량공유 등 미래기술 관련 투자부담이 점증하는 상황에서 3조원을 상회하는 예상치 못한 품질비용 관련 현금유출 부담이 증가한 점은 현대·기아차의 중장기 현금흐름 개선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판매보증 충당부채 설정에 따른 비용은 즉각적인 현금유출을 수반하지는 않지만, 향후 엔진 교체 등의 보증수리 작업 소요와 더불어 실제 자금 유출이 발생하게 된다"며 "현대·기아차는 충당부채 사용금액이 2015년 2조1000억원에서 2019년 4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는데, 차량 고사양화와 환경·안전규제 확대 등으로 이러한 증가추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나이스(NICE)신용평가도 엔진 관련 품질비용이 매년 발생하는 점이 신용도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연구위원은 "현대·기아차는 이번 대규모 품질비용 반영으로 향후 추가적인 비용발생 리스크가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겠지만, 교환율이 이번에 반영한 예측수준보다 증가할 경우 추가적인 품질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미국 검찰의 세타 엔진 리콜 적정성 조사에 대한 리스크도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코나EV' 화재발생 증가에 따른 리콜 등 품질비용 리스크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코나EV 리콜 대상은 국내 2만6000대, 해외 5만1000대 등 7만7000대다. 투자은행업계에서는 리콜 발생시 평균 5~10% 제품교환이 진행되는 점, 리콜 대수 대비 화재비율,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점검뒤 문제가 있는 배터리만 교체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코나EV 리콜 관련 비용을 약 1000억~1850억원(10% 교환 기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비용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국토부가 지적한 문제 사유인 배터리셀 분리막 손상 여부를 점검해 배터리팩 전체가 아닌 모듈 단위 교체를 진행하는 것이기에 비용이 최대 2000억원을 넘지 않을 전망"이라며 "하지만 리콜 과정에서 모듈 단위 교체가 아닌 팩 전체(대당 약 2000만원 수준으로 추정)를 교환하고 적용 범위가 넓어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천문학적 비용 반영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신평사들은 당장 현대(AA+/안정적)·기아차(AA/안정적)의 신용등급을 하향할 계획은 없지만 향후 중점적으로 모니터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최재호 연구위원은 "이번 이슈가 현대·기아차의 신용도에 부정적 요소이기는 하지만 장기 신용등급을 하향할 만큼의 요인으로는 판단하지 않고 있다"며 "유럽, 미국, 국내 등 주요 시장에서의 판매실적과 시장지위, 실적, 투자소요 대응능력 등 변화 수준을 살펴본 뒤 현대·기아차의 신용등급 검토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호섭 연구원은 "향후 현대·기아차의 품질보증 충당부채 설정의 적절성이나 비용관리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요구된다"며 "품질이슈 외 세계 완성차 수요 회복과 현대·기아차의 가동률 추이·판매량, 중국법인 실적과 재무구조, 미래기술 관련 신사업 경쟁력 등을 종합해 판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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