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글로벌 '위상' 높이려면
세계 식품시장 대체재 풍부, 다양성 확보위해 R&D 투자 늘려야


[팍스넷뉴스 이호정 유통팀장] K푸드 열풍이 뜨겁다. 농심 '신라면'을 필두로 CJ제일제당의 '비비고만두',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오리온 '초코파이', 풀무원 '두부'와 빙그레 '메로나'까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제품들이 세계 곳곳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식품수출액만 봐도 2009년 48억90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95억3000만 달러로 10년 새 2배가량 증가했다. 올 들어서는 성장세가 더욱 매섭다. 9월말까지 71억8000만 달러를 쓸어 담아 전년 동기(70억3000만 달러)에 비해 2.1%나 늘어났다.


10년 전만 해도 재외동포 및 일부 중남미 소비자들만 찾던 K푸드가 이제는 동양인, 서양인 할 것 없이 모두가 찾는 인기식품이 된 셈이다.


K푸드의 약진 비결은 K팝과 드라마, 유튜브 먹방 등 콘텐츠 파급력이 커지면서 한식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걸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다. 여기에 김치와 고추장 등 한국 전통 발효식품이 '건강식'이란 인식이 강해진 가운데 한식을 알리기 위한 국내 식품회사들의 현지화 노력도 한몫 거들었다.


다만 K푸드가 순풍에 돛단 듯 순항하고 있음에도 외줄타기 하는 것마냥 불안해 보이는 건 왜일까. 아마도 연구개발(R&D) 대신 미투상품을 생산해 관행처럼 숟가락만 얹는 기업이 너무 많기에 그런 것 아닐까 싶다.


국내 식품기업들의 R&D 현황만 봐도 지난해 연구개발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한 회사는 CJ제일제당이 유일했다. 벌어들인 매출의 1% 이상을 R&D에 투자한 기업도 농심(1.2%), CJ제일제당(1.1%), 대상(1%) 등 3곳뿐이다.


나머지 식품기업 중에선 오리온의 R&D 비중(R&D 금액/매출액)이 0.9%로 그나마 높았고, 롯데칠성음료 등 대부분은 0.3% 수준에 그쳤다.


문제는 국내 식품기업들이 작년에만 R&D에 소홀했던 게 아니라는 점이다. 기간을 확장해 봐도 R&D 금액이나 비중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 네슬레 등 세계적 식품기업들이 매년 1조원 이상, 매출의 2~3%를 R&D에 투자하고 있는 것과 큰 차이다.


물론 네슬레 등과 달리 국내 식품기업들이 R&D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선 충분히 공감한다. 자사 인기제품은 물론 미투상품까지 더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 배경 역시 모르는 바 아니다. 파이가 제한적인 내수시장에선 성장은 고사하고 살아남는 게 과제가 되고 있을 만큼 경쟁이 치열한 상태니 말이다.


그럼에도 국내 식품기업, 다시 말해 K푸드의 현재와 같은 해외 진출에 우려를 표하는 이유는 기술력을 바탕삼아 차별화된 전략을 짜지 않으면 대체재가 풍부한 글로벌 식품시장에서 생존이 어렵기 때문이다.


R&D 없이 미투상품 등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는 섣부른 행보가 K푸드 명성을 일순간 무너뜨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은 해외에 얼마치를 수출했는지 보다 전문성을 강화하는 R&D에 더욱 열중해야 할 시기다. K푸드가 중장기 미래에도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려면 지금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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