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3.3조' 현대건설, 에너지기업 변신하나
수소리포머로 수소 추출, 연료전지 발전소에 활용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6일 15시 4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이상균 기자] 올해 들어 보유 현금을 3조원 이상 쌓아 놓으며 업계의 관심을 모았던 현대건설의 차기사업이 결국 에너지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 탓에 국내 자체개발사업 혹은 해외투자개발사업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현대건설로서는 모기업의 안정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에너지, 특히 수소발전 사업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저탄소 정책이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재계에서도 이와 관련한 사업을 점차 구체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차세대 사업 투자 목적으로 현금 쌓아


2013년 이후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원 후반대에서 2조원 중반대에 머물렀다. 2016년부터 꾸준히 현금이 늘어나긴 했지만 지난해(2조5860억원)와 2014년(2조5423억원) 수준이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다.


올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보유 현금을 늘리기 시작하더니 올해 6월말 기준 3조3552억원을 기록했다. 반 년 만에 7692억원 증가한 것이다. 이 같은 증가폭은 2013→2014년 증가폭(6588억원)을 상회하는 수치다.



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다. 우선 코로나19와 주택경기 하강 등을 염두에 두고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현금 보유를 늘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자체개발사업 재개를 위한 대규모 토지매입용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 같은 해석에도 일리가 있긴 하지만 본질은 아니라는 평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를 위한 유동성 확보와 대규모 토지매입 모두 가능한 전망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현금 보유량이 너무 많다"며 "이보다는 차세대 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조직 가동해 수소발전 연구


금융투자업계와 건설업계에서 분석하는 현대건설의 신사업은 수소연료, 해상풍력, 스마트시티, 플라잉카, 사업부지 확보 등으로 나눠진다. 이들 사업에 향후 영업이익의 50%, 연간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중에서도 핵심은 에너지, 특히 수소발전에 쏠려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공개한 계획안에는 수소리포머(바이오가스 활용)로 수소를 추출해 연료전지 발전소에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며 "현대로템이 수소리포머 공장을 곧 가동하면서 그룹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이미 연구조직을 가동해 수소발전을 연구 중이다. 현대건설 기술연구소는 2실 6팀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미래기술연구실 산하 신사업연구팀에서 ▲신성장 기술 발굴을 위한 수속액화플랜트, 부유식구조물 ▲사업본부 연계 신성장 기술 사업 추진을 위한 해상풍력, 오염토정화, 바이오가스, 태양광 등의 연구를 맡고 있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도 그룹 스마트시티 협의회를 만들어 이곳에서 수소인프라와 ITS 공동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 에너지기업 전환 가속화


현대건설의 변신은 시대적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기존의 토목, 해외 플랜트는 수익성이 점차 악화하고 있고 실적 변동성도 큰 편이다. 주택사업은 국내 부동산 경기 하락세로 언제까지 호황이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현대차그룹의 강력한 리스크 관리를 받는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대규모 자체개발사업 혹은 해외투자개발에 나서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을 고심해야 할 시점에서 최근 환경 이슈가 불거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면서 즉각적인 파리기후협정 복귀를 천명하고 있고 탈석탄을 포함한 저탄소 움직임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RE100(Renewable Energy 100%)'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RE100이란 신재생에너지만을 이용해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 100%를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캠페인이다. 


해외에서 먼저 시작해 RE100에 가입한 185개의 기업 중에는 BMW, 애플, 구글, 아마존, 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SK그룹 계열사 8곳이 이달 초 한국 RE100위원회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했다.


현대건설의 수소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 에너지 사업 추진은 이 같은 산업 트랜드 변화를 감안한 행보로 읽혀진다. 최근 SK건설과 태영건설, 아이에스동서 등이 환경관리 업체를 인수하고 GS건설이 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뛰어든 것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현대건설이 삼성물산처럼 기업 전력구매계약(PPA) 업체로의 전환도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다만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의 수소발전 사업에서 정확히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는 미지수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구체적 사항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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