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롯데주류가 올 3분기 깜짝 흑자를 냈다. 그동안 롯데주류는 맥주 '피츠'의 실패, 일본 불매운동 유탄을 맞으면서 적자가 만성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사왔다. 하지만 올 하반기 들어서는 매출이 일부 회복된 가운데 각종 비용절감 효과가 아우러지면서 모처럼 영업이익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롯데주류)은 올 3분기에 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2017년 1분기(68억원) 이후 14개 분기 만이다.

롯데주류가 모처럼 흑자를 낸 배경은 올해 주류시장의 트렌드가 예년과 확연한 차이를 나타낸 게 컸다. 코로나19로 인해 유흥시장이 고사하면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전염병 이슈가 없던 시절 유흥시장과 가정용 주류 매출 비중은 각각 55%, 45% 수준이었고 주류업계는 유흥시장향 마케팅에 중점을 뒀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술집에서 소비하는 주류량이 많다 보니 유흥시장을 상대로 한 판촉에 집중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코로나19 대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가정용 비중이 60% 이상 치고 올라온 상황이다. 주류시장을 양분하던 유흥시장의 축소로 고정비용이 줄었고 상대적으로 가정용 마케팅비 지출은 크게 늘지 않으면서 손익개선 효과를 본 것이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가정용 시장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에 반해 대형마트나 편의점 본부 등으로 나가는 판매장려금 비용 등은 늘지 않아 업계 전반적으로 비용이 줄어들고 있다"면서도 "결국 매출을 올리면서 영업이익이 상승해야 좋다는 관점에서 보면 코로나 시국에서의 불황형 흑자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매출이 일부 회복된 것도 흑자전환의 발판이 됐다. 롯데주류의 올 3분기 매출은 171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9% 늘어난 것을 포함해 최근 4개 분기 연속 성장세를 기록했다. 작년 하반기 일본불매운동의 불똥으로 인해 급감한 매출이 최근 주력인 '처음처럼'과 신제품 '처음처럼 플렉스', '클라우드 생 드리프트'의 판매량 증가로 반등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특히 처음처럼이 가정용 시장에서 다시 점유율을 올리고 있단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롯데칠성이 지난해 주류부문 자산에 빅배스(잠재부실 손실 인식)를 단행한 것도 손익개선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롯데칠성은 작년 말 주류부문이 보유 중인 유형자산 가운데 1392억원 가량을 손상차손 처리했다. 향후 해당 자산으로 벌어들인 영업현금흐름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손실처리를 한 것이다. 이를 통해 롯데주류의 영업비용에는 올해부터 손실 처리된 유형자산에 대한 감가상각비가 더해지지 않게 되면서 판매비와 관리비 절감 효과를 내게 됐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아직 점유율이 크게 회복되진 않았지만 처음처럼과 함께 신제품이 매출을 일부 견인했고 비용 효율화로 적게나마 흑자를 낼 수 있었다"면서 "향후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는 시점부터는 마케팅 활동을 재개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같이 끌어 올리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