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남매의 난
'코너 몰린' KCGI, 마땅한 선택지가 없다
가처분 기각에 본안소송 가능성 제기…소송 장기화 우려 속 현실적 대책 의문


(사진=KCGI)


[팍스넷뉴스 권준상 기자] '마땅한 선택지가 없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진영과 경영권 분쟁 중인 KCGI에 대한 투자은행업계의 시각이다. 법원이 한진칼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KCGI는 막다른 길에 몰렸다. 지분율 역전(조원태 회장 진영 47.33% vs. 3자 주주연합 40.4%(신주인수권 제외))이 불가피해지면서 반격카드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료=한진칼 분기보고서)


현재 투자은행업계에서는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KCGI가 본안소송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KCGI를 주축으로 한 3자 주주연합이 본안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지난번 주총을 돌이켜볼 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앞서 3자 주주연합은 올해 초 법원에 제기한 두 건의 가처분 신청 관련 기각 판결을 받은 뒤 의결권행사 허용 가처분 관련 항고와 주총 결의 취소 소송에 나섰다. 


주총 전 반도건설(대호·한영·반도개발)은 서울중앙지방법원(제50민사부)에 한진칼 주총에서 자신들의 8.2%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는 반도건설이 지난 1월 한진칼 지분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가'로 변경하며 불거진 허위공시 논란이 발단이 됐다. 허위공시로 판단되면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반도건설의 의결권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47조(주식 등의 대량보유 등의 보고), 제150조(위반 주식 등의 의결권행사 제한 등)에 따라 5%로 제한됐다.


3자 주주연합의 공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3자 주주연합은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가 보유한 한진칼 주식 총 224만1629주(약 3.8%)가 조원태 회장의 영향력 아래 있음에도 '주식 등의 대량 보유 상황 보고서'에 신고하지 않은 것은 자본시장법을 위반이라며 해당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법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기각 판결로 3자 주주연합은 조원태 회장 진영의 우호지분 3.8%를 저지하는데 실패했다. 


당시 3자 주주연합은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해볼만하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법원으로부터 기각 판결을 받으면서 한진칼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지분율을 기준으로 3자 주주연합(28.78%)과 조원태 회장 진영(조원태·조현민·이명희·델타항공·정석인하학원 등 특수관계인·자가보험·사우회 등 포함한 추정치 36.25%)의 지분율 차이는 기존 약 4.27%에서 7.47%로 3.2%p 확대됐고, 주총에서 KCGI는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


KCGI를 주축으로 한 3자 주주연합은 '상법 제429조'에 기반해 본안소송에 돌입할 수 있다. 상법 제429조는 '신주발행의 무효는 주주·이사 또는 감사에 한해 신주를 발행한 날로부터 6월내에 소만으로 이를 주장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신주발행이 단행된 경우 반대주주들이 신주발행을 무효화할 수 있는 소다.


하지만 당장 2일부터 KDB산업은행을 대상으로 한 한진칼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납입이 시작되고, 이를 기반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작업이 본격화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1~2년이 소요되는 본안소송은 현실적 대책이 될 수 없다.


신주발행무효소송 관련 상법.(자료=법제처)


임시주주총회 카드도 뚜렷한 대안이 될 수 없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작업이 시급한 상황에서 한진칼 이사회가 KCGI가 제기한 임시주총 소집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하고, 설령 소집 제안이 받아들여져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KCGI가 제시한 임시주총의 주요 안건은 신규 이사의 선임과 정관 변경안이다.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앞서 KCGI는 임시주총 개최시 추천할 사외이사 후보 확보에 좌절을 맛봤다. 당시 강성부 KCGI 대표의 제안을 받은 대학교수는 "평론가로 인정해준 학생과 동료교수 그리고 독자들을 고려할 때 (KCGI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고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원태 회장 진영에 대한 반격을 노리며 확보한 600억원의 여유자금 활용도 녹록치 않게 됐다. KCGI는 기존 저축은행 중심으로 진행한 주식담보대출을 메리츠증권으로 갈아타면서 약 600억원을 추가 확보한 상황이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 중인 양측이 한진칼 발행주식의 대부분(약 90%)을 차지하고 있고, 지분 매입에 나서더라도 유상증자로 희석된 지분율을 만회하는데 그칠 전망이다. 지난번 주총에서 힘을 실어준 소액주주연대 지분(약 1.5%·지난 3월 말 기준)을 고려하더라도 역부족이다.


사모펀드라는 태생적 제약으로 인해 수익률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KCGI 입장에서는 투자자들의 반발과 차선책 모색 등 복잡해진 셈법도 고민해야한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종료에 따른 지분경쟁 프리미엄이 제거될 경우 한진칼 주가의 급격한 변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3자 주주연합은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는데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쏟았다.

(자료=3자 주주연합)


지분 공동 보유 계약으로 묶인 3자 주주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의 갈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KCGI는 지난 1월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연대를 구축했다. 동시에 각 주체(KCGI 17.29%·조현아 6.49%·반도건설 8.29%)들이 보유한 지분도 공동보유하기로 하면서 'KCGI-조현아-반도건설 vs. 조원태' 구도를 형성했다. 하지만 이들의 지분 보유 기간을 포함한 세부사항은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3월 언론에 공개한 주주간계약서는 일부에 그쳤다.


KCGI는 법원의 가처분 기각 판결 뒤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체제와 독립적 이사회에 대한 소신은 변함이 없다"는 입장 외 말을 아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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