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證의 노림수
경영권 분쟁딜 한진칼·KMH에 모두 등장···'수익성 중심' 의사결정


[팍스넷뉴스 박제언 IB팀장] 경영권 분쟁이라는 이슈는 증권시장에서 호재로 작용한다. 해당 이슈에 휩싸인 기업의 주가는 일반적으로 우상향을 나타내곤 한다. 분쟁의 당사자들이 지분율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지분을 사들일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반영된 듯하다. 지분 확보가 시급한 분쟁 당사자들로서는 피 말리겠지만 해당 기업에 투자한 이들로서는 나쁠 게 없는 셈이다.


국내 증시에서 한창 경영권 분쟁 이슈로 주목받는 두 기업이 있다. 코스피 시장의 한진칼과 코스닥 시장의 KMH가 바로 그 곳이다. 두 분쟁 건 모두 현 경영진과 사모펀드 간 다툼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특정 증권사가 분쟁 당사자 중 한 쪽의 조력자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묘하게 같다. 그 증권사는 메리츠증권이다.


산업은행의 개입으로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한진칼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은 벌써 2년째다. 사모펀드 운용사 KCGI를 포함한 3자연합은 고(故) 조양호 회장 일가의 부도덕한 행태가 한진칼 기업가치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다. 그런 이유 등으로 한진칼 지분을 45% 가량 사들여 한진칼의 경영권을 바꿔보려 싸우고 있다. 이런 KCGI의 한진칼 지분 매입에는 펀드 자금 외 주식담보대출금이 활용됐다.


분쟁이 한껏 고조되던 지난 11월. 의외의 금융기관이 KCGI의 주식담보대출처로 이름을 올렸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작은아버지인 조정호 회장이 이끄는 메리츠금융지주 산하의 메리츠증권이다. 조원태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할법한 메리츠금융그룹이 오히려 반대편에 선 격이다. KCGI는 여러 저축은행으로 분산된 주식담보대출을 메리츠증권으로 갈아탔다. 기존 대출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변경한 리파이낸싱(대환대출)으로 해석된다.


호사가들 사이에선 이를 두고 '조정호 회장과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간 풀지 못한 앙금이 반영된 건'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만큼 메리츠금융그룹과 한진그룹 총수들 관계는 형제임에도 좋지 못했으며 단순한 금융거래 하나에도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을 정도였다.  


최근 한 증권사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곳의 최대주주 측에서 요청한 주식담보대출을 거절한 건도 있다. 경영권 분쟁 이슈가 자본시장에서 민감한 영역이라는 반증이다. 


이같은 상황에 메리츠증권은 KMH를 둘러싼 분쟁에도 등장했다. 이번에는 KMH 사주인 최상주 회장의 손을 잡았다. 심지어 주식담보대출의 형태가 아니라 직접 KMH 지분을 매입한 뒤 최 회장 측과 공동보유계약을 맺은 방식이다. 최 회장 측과 분쟁 중인 사모펀드 운용사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키스톤PE)로서는 뼈아픈 시점이다. 3주 뒤 열릴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앞두고 단 1%라도 아쉬운 상황인 까닭이다.


메리츠증권이 장내에서 사들인 KMH 지분은 15만주 가량으로 지분율로는 0.6%밖에 안된다. 다만 금액으로 따지면 50억원어치에 육박한다. 금융사가 코스닥 상장사에 투자하기엔 적은 액수는 아닌 셈이다. 이슈가 소멸되면 주가는 제자리로 돌아갈 것을 뻔히 알고 있는 메리츠증권이 최 회장의 백기사로 나선 구체적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두 건의 사례에서 메리츠증권은 잠재 고객들에게 한 가지를 증명했다. 자본시장의 최첨병으로 꼽히는 증권사로서 민감한 사안이라도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면 언제든 뛰어든다는 점이다. 그것이 다른 증권사들은 꺼리는 건이라도 말이다. 물론 확실한 수익과 안전한 담보라는 전제는 필요한 듯하다. 세간의 이목을 신경쓰지 않고 거침없이 딜을 수행하는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 고민 많은 기업들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는 특화된 증권사로 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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