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현대홈쇼핑이 업계의 대표적인 공적기능인 중소기업 판로확대 및 수수료율 인하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과기정통부 등에 따르면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중소기업제품에 대해 평균적으로 36.4%의 판매수수료율을 책정했다. 이는 업계 7개 회사 가운데 CJ ENM 오쇼핑부문(37.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여기에 현대홈쇼핑의 전년 대비 수수료율은 업계서 가장 높은 2%포인트 상승했다.
중소기업 상품을 직접 사들인 직매입 실적도 저조했다. 지난해 현대홈쇼핑의 중소기업 상품 직매입액은 505억원으로 홈쇼핑 빅4(CJ ENM 오쇼핑부문, GS홈쇼핑, 롯데홈쇼핑 등) 가운데 가장 적었다. 특히 전년 동기대비 매입액은 7대 홈쇼핑사 중 유일하게 17.9% 감소했다.
중기상품에 대한 수수요율 및 직매입액 변화는 모두 홈쇼핑사와 업체 간 실적에 큰 영향을 끼치는 재료다.
홈쇼핑업계는 통상 판매사의 물건을 팔아주고 판매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지급받는 위·수탁거래를 중심으로 매출을 올린다. 위·수탁거래는 재고부담은 판매사가 지고 홈쇼핑사는 팔리는 물건에 대한 수수료수익만 인식하므로 사업안정성 측면에서 홈쇼핑업체에 유리하다. 여기에 수수료율까지 인상할 경우 홈쇼핑사의 수익성은 더 좋아지게 된다.
직매입 축소 또한 홈쇼핑에 유리한 결과를 낳는다. 직매입 거래는 홈쇼핑사가 상품매입과 재고에 대한 부담을 져야 한다. 직매입을 줄일수록 홈쇼핑사는 각종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없게 된다. 현대홈쇼핑 외 기업들 또한 당국 등의 압박만 없다면 중소기업 제품 직매입을 줄이고 싶어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컨대 사이즈별 의류 판매량을 정확히 예측해 직매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까닭에 재고부담을 안고 살 수밖에 없단 것이다.
현대홈쇼핑의 중기상품 전략은 실적에서도 어느 정도 확인이 가능하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개별기준 1조304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동안 150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영업이익률은 14.6%로 '빅4' 홈쇼핑 중 가장 높았다. 지난해 직매입을 크게 늘린 GS홈쇼핑과 영업이익률 격차는 4.5%포인트나 났다.
업계는 이에 현대홈쇼핑이 자회사 부진에 따른 연결실적 수성을 위해 홈쇼핑사업 수익성을 극대화 한 결과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 현대L&C 등이 포함된 현대홈쇼핑 연결 영업이익은 단 한 차례도 홈쇼핑 본업만 해당하는 개별실적을 넘어선 적이 없다.
더불어 현대홈쇼핑이 올해부터는 중기지원 실적을 점차 늘려나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도 내다보고 있다. 중소기업 판로 확장을 요구하는 당국의 입맛을 맞추는 차원에서다. 현대홈쇼핑은 앞선 지난 5월 과기정통부로부터 5년간의 재승인을 받았다. 이때 당국은 중소기업 활성화와 농수축임산물 판로 확대, 공정거래 환경조성 등 홈쇼핑의 공적기능 확보를 위한 재승인 조건안을 제시했다. 과기정통부는 또한 현대홈쇼핑이 이러한 사안을 잘 이행하는 지 여부를 수시 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직매입액 등은 당국과 검증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올해 중기상품 직매입이 늘었는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면서 "연도별로 직매입이 줄긴 했지만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5년간 중기상품 매입액은 당초 당국에 알린 계획 대비 10% 이상 초과 달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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